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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태화 작가 Oct 25. 2022

24. 알 수 없는 소리가 다가온다


 부대 주변엔 아무것도 없었다. 그나마 위병소에서라면 어쩌다 시골 부대 앞을 지나가는 차량이라도 볼 수 있지, 야간에 탄약고 주변에선 진짜 아무것도 볼 일이 없었다. 그나마 인적이 있을 때라곤 다음 근무자가 올 때였다. 아니면 아주 가끔 당직 근무 중인 간부가 확인하러 올 때.



 분명 교대할 시간이 아니었다. 그런데 누군가 잔걸음으로 풀 숲을 헤치고 흙을 걷는 소리가 들렸다. 부대에서 초소로 오는 길엔 조명도 있었고 초소 시야 안이라 누가 접근하고 있는지 미리 확인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 길엔 분명 아무도 없었다.



 모든 감각을 깨웠다. 피곤이고 뭐고 생각할 틈도 없다. 그 소리는 점점 명확해졌다. 방향이 나왔다. 부대 안 사람들이 다니는 길이 아닌, 탄약고 주위를 감싸는 산속에서 들리는 소리였다.



'오늘 근무 중인 간부들이 누구지. 설마 이렇게까지 순찰한다고?'



 느슨해진 경계 씬에 긴장감을 주는 게 간부들의 역할이긴 했다. 분명 야간 경계 근무가 달맞이 놀이는 아니지 않나. 그럼에도 '사병들의 경계 근무 태도 확립을 위해 이렇게까지?' 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던 건, 소리가 나는 방향에서 찾아오려면 부대를 완전히 한 바퀴 돌아서 와야 했기 때문이다. 그것도 어두컴컴해서 위험한 산길을 조명 하나 없이 헤쳐서. 어쩌면 철조망까지 건너서.



 응? 철조망?



 이거 예삿일이 아니다. 혹시 상급 부대에서 비밀리에 침투조를 붙여 경계 능력을 확인하는 건가. 혹시 그 침투조를 정상적으로 찾아내 FM대로 처리하면... 포상 휴가?



 만약 우리 부대든 상급 부대든 군 관계자가 아니라면? 순찰, 시찰도 골치 아프지만 이건 더 골치 아픈 실제 상황이다.



(다음 화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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