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권세찬 Apr 17. 2021

펩시는 왜 리얼리티 데이트 쇼를 만들었을까

Match Me If You Can : 나와 맞출 수 있다면 맞춰봐!


펩시가 새로운 TV 쇼를 준비 중이다. 4월 21일(현지 시간), 펩시는 미국의 케이블 채널 MTV와 협업하여 5부작의 리얼리티 데이트 쇼를 선보인다.


이번 TV 쇼는 새롭게 출시된 '망고 펩시'  프로모션의 일환으로, 밀레니얼 및 Z세대와 소통의 물꼬를 트기 위한 브랜드 전략이다. 펩시는 지난 3월 망고맛(Mango-Flavored)을 퍼머넌트 플레이버(Permanent Flavors, 시즌성이 아닌 영구적으로 출시되는 맛)로 출시했다. 펩시가 새로운 퍼머넌트 플레이버를 지정한 것은 5년만의 일이다.


Pepsi Mango Flavor




<Match Me If You Can>은 ViacomCBS의 인하우스 스튜디오 '벨로시티'가 제작을 맡았다. MTV 서바이벌쇼 <The Challenge : Double Agents>의 마지막 방송 날인 4월 21일(현지시간)에 맞춰 첫 선을 보일 예정이다. 후속 에피소드는 MTV 유튜브 채널에서, 시리즈 전체 영상은 Pluto TV에서 만나볼 수 있다.


시즌 1엔 총 8명의 남녀가 출연한다. 망고 펩시의 광고 카피인 'Perfect Match(완벽하게 조화로운)'에 맞춰, 서로에게 완벽한 짝을 찾는 과정을 그린다. 'The Real World'에 출연했던 애슐리 미첼과 'The Bachelorette'에 출연한 애릭 비거 등 기존 리얼리티 쇼에서 잔뼈가 굵은 스타들이 대거 출연한다.


ViacomCBS의 마케팅 액티베이션 리더 매튜 뉴컴은 "현대 사람들이 바라는 데이팅과 우리의 창의성이 만나 새롭고 역동적인 TV 시리즈가 탄생할 것입니다." 라고 전했다.


https://youtu.be/BVaQ8-CAnRc

Match Me If You Can | MTV & Pepsico



리얼리티 쇼와 브랜드


브랜드가 리얼리티 쇼 제작을 후원하는 것은 흔한 일이다. 과거 '코카콜라''싱글러 와이어리스(현 AT&T 인수)', '포드'가 메인 스폰서로 참여한 '아메리칸 아이돌(American Idol)'이 대표적이다.


아메리칸 아이돌 시즌 1


리얼리티 쇼와 같이 세대에 특화된 프로그램은 브랜드 로열티 전략을 기획할 때 큰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플랫폼이다. 리얼리티 쇼 시청자는 대부분 젊은 층에 포진해있기에, (근래엔 시니어들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오디션 프로그램이 유행하기도 한다) 신 성장동력 확보가 중요한 브랜드에겐 최적의 지면이 될 수 있는 것이다.


과거 '슈퍼스타K' 메인 스폰서였던 KB국민카드가 대표적이다. 슈퍼스타K3가 본격적으로 인기를 끌던 2011년, KB국민카드는 2~30대 고객 증가와 함께 카드부문 분사 1년 만에 국내 신용카드 이용금액 1위를 달성했다.


그러나 단순히 '후원하는 것'에 그치는 것은 리스크가 크다. 자칫 잘못하면 광고비만 지출한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국제 과학 기술 교육 학술지(IISTE : International Institute for Science, Technology and Education)에 실린 논문에 따르면, 리얼리티 TV쇼 스폰서십은 소비자의 최종적인 구매 결정과는 직접적인 관계가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러한 현상은 앞서 말한 '아메리칸 아이돌'의 사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세계적인 브랜딩 구루 마틴 린드스트롬 박사는 아메리칸 아이돌의 메인 스폰서였던 코카콜라와 싱글러 와이어리스, 포드의 스폰서쉽 효과를 측정하는 실험을 시도했다. 그는 실험 참가자들에게 방송 영상과 브랜드 광고를 보여주며, fMRI를 활용해 뇌 반응을 관찰했다.


아메리칸 아이돌(American Idol)


그 결과, 코카콜라와 싱글러 와이어리스를 향한 실험 참가자의 호감도는 상승했으나, 포드의 경우 유의미한 변화가 없거나 오히려 부정적인 감정을 지니게 된 것으로 밝혀졌다.


마틴 박사는 이를 'TV 쇼와 브랜드의 인게이지먼트에서 발생하는 차이'라고 설명했다. 코카콜라의 경우, 아메리칸 아이돌이 진행되는 무대의 60%를 자사 브랜드가 연상되도록 꾸몄다. 코카콜라 병을 연상시키는 빨간 의자, 사이먼 코웰이 마시는 코카콜라 등 우승을 향해 가는 모든 여정에 항상 코카콜라가 존재했고, 시청자는 가수를 보며 가지는 '열정', '우상', '성공' 등의 감정을 코카콜라와 연관 지을 수 있었다.


싱글러 와이어리스는 문자 서비스를 통해 시청자 투표를 지원했다. 좋아하는 가수가 있다면? 고민하지 말고 싱글러 와이어리스를 활용해 투표하면 된다. 또한, 콘테스트 음원을 컬러링으로 출시해 시청자가 느낀 감동을 일상생활로 가져올 수 있도록 했다.


Coca Cola American Idol Product Placement
Coca Cola American Idol Product Placement



이에 반해 포드는 중간중간 송출되는 30초 광고에만 천문학적인 돈을 투자했다. 그마저도, 자동차 광고에서 볼 수 있는 클리쉐(멋진 자동차가 먼지를 일으키며 황무지를 뚫고, 세상의 저편을 향해 나아가는)가 난무했다. 이를 어떻게 오디션 프로그램과 연관지을 수 있을까. TV 쇼의 네러티브와 동떨어진 광고가 실제로는 시청자의 감정 이입을 방해하고 있었던 것이다.




펩시는 왜 리얼리티 데이트 쇼를 만들었을까


이러한 관점에서 펩시가 리얼리티 데이트 쇼를 만든 이유를 다음과 같이 유추해볼 수 있다.


만남과 데이팅

2020년, 경제 폐쇄와 사회적 거리두기로 젊은 사람들의 함께 하는 즐거움에 대한 향수가 극에 달했다. 이는 '틴더''바두', '옥큐피드' 등 데이팅 앱의 약진에서 확인할 수 있다. 디지털 마케팅 리서치 펌 이마케터(emarketer.com)에 따르면, 2020년 미국의 데이팅 앱 사용자수는 전년 대비 18%이상 증가한 2천 6백만 명에 이르렀다.


펩시코 마케팅 부사장 토드 캐플랜은 "데이팅 앱의 폭발적인 성장은 사람들이 자신과 꼭 맞는(Perfect Match) 사람을 만나고 싶어한다는 것을 방증하고 있습니다." 라고 전하며, "우리는 망고맛 펩시를 통해, 이러한 색다른 만남이 놀랍도록 아름다울 수 있다는 사실을 전해주고 싶었어요." 라고 덧붙였다.


Match Me If You Can (Season 1) Trailer | MTV + Pepsi Mango


과일맛과 콜라의 조합은 대게  "맛있을까?" 라는 의문을 품게 만든다. 이러한 인식을 뒤바꾸고자 색다른 만남이 사실은 '완벽한 만남'이 될 수 있다는 네러티브를 리얼리티 데이트 쇼를 통해 주지하려는 전략이다.


특히, <매치 미 이프 유 캔>에 등장하는 남녀 8명은 과거 리얼리티 쇼를 통해 인지도를 쌓은 사람들이다. 시청자들은 출연진들의 성격과 기호를 이미 알고 있다. '이렇게나 다른 사람들이 과연 완벽한 만남을 이룰 수 있을까' 하는 기대감은 펩시와 망고를 향한 소비자의 생각과 궤를 같이한다. '만남'이라는 단어가 가진 두근거림과 행복의 감정이 데이트 쇼를 넘어 망고 펩시에까지 전달되는 것이다.


Match Me If You Can (Season 1) Trailer | MTV + Pepsi Mango



다양성이 경쟁력이다

펩시는 지난 수십 년간  젊고 역동적인 이미지를 무기로 시장을 넓혀왔다. 과거의 슬로건인 "Joy of Pepsi", "Pepsi, It's the Cola", "The Choice of New Generation", Live for Now", "For Those Who Think Young" 등은 모두 브랜드 전략을 확인할 수 있는 대표적인 사례다.



그러나 2010년대 들어 증가한 웰빙과 건강에 대한 관심은 콜라 산업을 위기로 몰아갔다. 음료 잡지 베버리지 다이제스트(Beverage Digest)에 따르면, 2018년 코카콜라의 '코카콜라 제로'와 '스프라이트'가 크게 성장한데 반해, 펩시와 마운틴 듀 등 펩시코의 4개 브랜드는 시장 점유율이 하락했다.


펩시코는 2020년 1월, 새로운 슬로건 "That's What I Like"을 내걸고 브랜드에 다양성을 불어넣고 있다. 지난 2020년엔 이스라엘의 탄산수 제조 가전 브랜드 '소다스트림(Soda Stream)'을 인수했으며, 'L-테아닌' 성분이 함유된 꿀잠 음료 '드리프트웰(Driftwell)'을 새로 출시하는 등 트랜드에 앞서나가는 중이다.


Pepsico Driftwell



제품에만 한정되는 것이 아니다. 펩시코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흐름과 함께 브랜드 전달 매체와 콘텐츠에서도 다양성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2020년 2월엔 영상 소셜커머스 앱 Triller 와 협업하여 온라인 '힙합 오디션'을 개최했으며, 올해 초엔 Cherries Wild 퀴즈쇼를 방영했다. 이번 <매치 미 이프 유 캔> 데이트 쇼 또한 다양성 추구 전략의 일환으로 보인다.



완벽한 만남은 언제나 기대치 않을 때 나타난다. 연인이 되었든, 사업 파트너가 되었든, 망고맛 콜라가 되었든, 그것이 완벽한 만남임을 알았을 때 우리가 느끼는 황홀함은 이루 말할 수 없다. 펩시와 망고의 만남 또한 우리에게 그러한 감정을 전해줄 수 있을지 기대되는 부분이다. 망고 펩시는 국내 정식으로 출시되진 않았으나, 다양한 오픈마켓에서 해외 직구를 통해 만나볼 수 있다.



(Editor) 권세찬





* 참고 : Adelabu Omowale, PhD, Sanusi, Bernice, (2015), "The Youth, Reality TV Show Sponsorship and BrandPatronage: Any Nexus?", New Media and Mass Communication Vol.38, 2015, ISSN 2224-3267 (Paper) ISSN 2224-3275 (Online)


* 참고 : Jason Lynch, "Pepsi Creates Another Show, This Time Featuring Its New Mango Soda", Adweek(April 14, 2021)

 

* 참고 : Match Me If You Can (Season 1) Trailer | MTV + Pepsi Mango

https://youtu.be/BVaQ8-CAnRc

작가의 이전글 천재 마케터 라이언 레이놀즈, 사탄 유니버스를 만들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