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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설이 Aug 10. 2020

지하철 여행의 시작, 161 인천역

지하철역 도장깨기 - 월미도

학창 시절에 보면 수학의 정석을 시작하면 1단원 집합부터 열심히 시작하고, 백과사전을 읽더라도 ㄱ부터 시작하는 친구들이 있었다. 내가 바로 그런 성격의 학생이었고, 사람의 성격이 쉽게 변하지 않는다는 말처럼 지금도 그러한 성격으로 살고 있다. 그래서일까 나는 아이와 함께 지하철 여행(이라 쓰고 지하철역 도장깨기라고 읽는다)을 계획하며, 자연스레 1호선의 끝인 인천역을 그 시작점으로 정했다.


비 오는 날의 1호선 종착역


한국 철도 최초의 역 중 하나인 인천역. 경인선 및 수인선의 시종착역이다.

그래서 이렇게 철로의 끝을 볼 수 있다는 것이 참 매력적인 곳... 이라고나 할까.

1899년 이래로 종점역의 위상을 유지하고 있다고 하는 인천역은 수도권 전철 도입 이래 최장수 종점역이기도 하다고 한다. (리브레 위키 참고)





비가 추적추적 오는 장마철의 주말 오전..

예상대로 지하철에도, 역에도 사람이 많지 않았다.



인천역 앞에 있는 <한국철도 탄생 역> 기념 조형물 앞에서 사진을 찍었다.

한글을 읽을 줄 아는 아이는 조형물에 적힌 글씨를 열심히 읽어 내려갔고, 흥분한 목소리로 엄마에게 설명해주었다.


"1시간 30분이면 서울을 갔대!! 이 기차를 인천에서 만들었대!!"


많이 컸구나!


"잠깐만, 나 사진 좀 찍을래!"


자신의 카메라를 들고 나온 아이는 사진을 찍느라 바빴다.


정말 컸구나! 이제 사람이네.


코로나를 핑계로 외출이 부쩍 줄어든 올해 내내 많이 답답했던 아이는, 비 오는 날 마스크를 써서 답답한 외출이지만 무척 들떴고, 행복해했다.


인천역에서 사람들이 향하는 곳은 크게 세 군데.

월미도, 차이나타운, 동화마을.


식사시간은 아직 되지 않았고 비가 오고 있었기에 선택의 여지없이 인천역 앞에 있는 버스정류장에서 버스를 타고 월미도로 향했다.




인천 제8부두를 지나며 커다란 배와 컨테이너 박스를 구경하는 소소한 즐거움을 거쳐 월미도에 도착했다.



비가 추적추적 내리고 있었기에 사람이 적어서 부담 없이 바다를 보고, 사진을 찍었다.

이런 날씨에도 낚시를 하고 있는 분들이 있었고, 의외로 뭔가를 건져 올리기도 했기에 보는 재미도 쏠쏠했다.


비 오는 바다의 광경뿐 아니라 차까지 타는 커다란 배도, 우산을 쓰고 갑판에 서서 새우깡을 던지는 사람들도, 바다로 내려가는 계단에서 스르륵 나타났다 사라지는 큼지막한 벌레들도 모두 아이에게는 즐거운 광경이었다.


셋이 나란히 우산을 받쳐 들고 비 오는 거리를 걸었다. 나는 우산 밖으로 내민 아이의 손을 잡았다.


"손이 비 맞는데 괜찮아?"


내 물음에 아이는 괜찮다며 씩 웃었다.



조금 걷다 보니 큰 무리를 지어 몰려있는 갈매기들에게 새우깡을 주고 있는 가족을 발견했다.

한 두 개씩 던지는 형아를 바라보다 우리도 새우깡 한 봉지를 사 와 그 대열에 합류했다.

아이는 통 크게 한 움큼씩 갈매기들에게 던져, 엄마를 당황시켰다.

한 봉지를 대여섯 번 만에 가뿐하게 끝내버린 아이는 재미있다며 키득거렸다.


"한 번 더 해도 돼?"


응, 안돼.


조금씩 굵어지는 빗줄기를 피해 지붕이 있는 벤치에 앉아 바다를 바라보았다.

지나가는 사람들을 그저 바라보고 있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그 시간이 의외로 참 좋았다.

쏟아지는 빗줄기도, 장마 덕분에 습하지만 시원하게 느껴지는 바닷바람도 참 평화롭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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