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들다, 드러내기도 감추기도...
무슨 노력을 어떻게 더……
내가 글을 써보기로 한 건, 그동안 혼자서만 삭히고 드러내지 않았던 내 마음에 이젠 쌓인 게 너무 많아서, 소화가 되지 않아서... 용기를 내서 하나하나 들여다보고 드러내고 소화시켜 보기 위함이었다. 그 중에 나빴던 기억들은 최대한 털어내고 좋았던 기억들은 추려내서 내 삶을 행복으로 채워보려고…….
그런데 막상 쏟아내 보자니 내 기억들을 끄집어내서 적으면 가족들이 나를 알아볼까 겁이 나고 (그래서 쌓여가는 쓰다 만 비공개 글들), 나를 못 알아볼 이야기들부터 써보자니 최근의 일들만 쓰게 돼서 괴로운 것들 뿐이다. 잊으려고 노력하는 것들. 하기야, 옛 기억이라고 해서 좋은 게 얼마나 있겠냐마는.
잊으려 하다 못 참겠으면 글로 쓰고, 글로 쓰다 보면 다시 그 생각에만 집중하게 되고, 그러다 보면 혼자 울었다가 화냈다가 참았다가... 나를 주체하지 못한다.
정신과 상담 예약이 다가와서 그때 좀 덜어질까 기대를 해 봐도, 역시나 그 시간은 아무것도 아니게 된다. 약 먹으니 어떻냐, 그럼 이대로 유지해 보겠다. 그냥 나는 약으로나 조절하며 사는 사람. 유독 힘든 날은 약을 더 먹고, 술을 더 마시고. 혼자서 노력해야 할 일.
결혼 생활은 믿음과 사랑이 기반인데, 내가 계속 믿고 살아갈 수 있을까 남편에게 물었다. 노력하면 될 거란다. 내가 노력하면 될 일일까 다시 물었다. 본인도 노력하면 된단다. .... 나는 여기서 무슨 노력을 얼마나 더 해야 하는 걸까.
그의 일방적인 잘못에 나의 일방적인 고통. 너무 불공평하다. 너무 잔인하고 너무 아프고 너무 화나고 너무 억울하다. 그는 나의 얼마만큼이나 아플까? 나는 하루에 24시간을 아픈데 그는 24분쯤이라도, 아니 24초라도 내 아픔의 반만큼이라도 아파볼까? 과연?
쓰는 시간이 너무 힘들다. 안 쓰기엔 다 털어놓을 곳이 없어 힘들다. 어쩌라는 거냐고? 나도 그걸 알면 좋겠다. 누가 답을 좀 알려줬으면 좋겠다. 그게 안된다면 생각이라는 걸 안 하고 살 수 있었으면 좋겠다.
배우자의 유책 사실을 알게 된 지 6개월 이내에만 이혼청구소송을 걸 수 있다고 한다. 나에겐 결정의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이미 3개월이 지났으니까. 내 인생이 달라지는 문제를, 내 아이들의 인생도 달라지는 문제를, 법은 6개월 안에 생각하란다. 지가 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