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갑자기 번뜩, 인생은 한 번이다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한 번이지. 되돌릴 수도 없고 다시 한 번 살 수도 없다. 그래, 그 한 번의 기회를 뒤만 돌아보며 원망하고 슬퍼하고 비참해하며 살지 말자. 그렇게 남은 날을 살기에는 시간은 쏜살같이 지나가고, 날씨는 매일 이렇고 저래서 좋으며, 이 순간 행복해서 웃는 사람도 넘쳐날 테고 그 행복을 찾기 위해 열심히 사는 사람은 더 많을 테지.
그동안엔 좋은 게 좋은 거다 하며 속이 상해도 넘어가고 슬퍼도 혼자 몰래 삭이고 넘겼다. 그러면서도 가슴엔 상처가 남고... 이젠 그러지 말아야지. 넘어가고 삭이더라도 상처는 남기지 말아야지.
나에게 줄곧 상처만 주는 사람을 용서하지도, 안 하지도 못하고 끙끙 앓지 말아야지. 바꿀 수 없는 관계라면 아무런 기대를 갖지 않고 포기하거나 관계를 끊어야지. 질질 끌고 아파하지 말자.
시어머니가 용서가 되지 않아 전화도, 방문도 거의 다섯 달째 안 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마음 속은 늘 찜찜하고 어지러웠다. '아무리 그래도 어른한테 이래도 되는 건가, 어차피 끊을 수 없는 연이지 않나' 하는 생각이었다. 그러면서도 남편이 혼자 시댁에 내려갈 때마다 미친X이 되었다. 날 이렇게 만들어놓고 그들은 웃고 있다는 게 발작버튼이 되었다. 한 마디 사소한 말에도 분노하고 마음을 다스리지 못해 혼돈 그 자체였다. 다음 주면 시어머니 생신이다. 남편은 혼자서 시댁에 다녀오겠다고 한다. 이번엔 기필코 미친X이 되지 않으리라. 나만 힘들 일은 최대한 하지 않으리라. 우아하게 그날들을 보내야지. 내 생이 언제 끝날지 모르는데 그런 일들로 나를 아프게 하지 않을 거다.
사실 이런 다짐을 몇 번이나 했다가 다시 고꾸라지곤 했었다. (내 글들을 다시 읽어보지 않아 기억나진 않지만 어쩌면 그동안 쓴 몇 안되는 내 글에도 이런 다짐들이 여러 번 나왔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젠 할 수 있을 것 같다. 시어머니 생신에도 내려가지 않는 게 그리 찜찜하지가 않는 걸 보니.
'반짝반짝 빛나는' 내 인생을 위해 버릴 건 버리고, 아껴야 할 모든 것은 마음을 다해 사랑해야지! 꼭 그러고야 말아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