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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콤쌉쌀 Jun 28. 2024

점점 흔해지는 "데이트 폭력"

혹은 "교제 폭력"  - 이 무슨 말도 안 되는 표현

뉴스에서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는 사건들 중 하나가 '데이트 폭력'이다.

헤어지자는 말에 연인이었던 사람을 죽이고, 그의 가족을 해치고, 성폭행, 감금 등 너무나 끔찍한 짓을 저지른 소식들을 쉽게 접할 수 있다.

"데이트 폭력", "교제 폭력"

단어부터가 어불성설이다. 너무나 마음에 안 든다.

데이트하는 연인에게 폭력을? 폭력을 행사하는데 데이트??

어느 글에선가 짤막하게 언급한 적이 있지만, 한때 나도 피해자였다. 데이트 폭력을 당하는 사람에게 그 관계는 절대 데이트가 아니다. 너무나 벗어나고 싶은데 벗어나기 힘든 지옥일 뿐이다.

나의 경우는, 폭력의 이유가 참 다양했다. 그냥 갖다 붙이면 폭력의 이유가 되었다. 삐삐에 답하는 데 3분이나 걸려서, 부모님 허락이 없어 만나지 못했어서, 생리를 하느라 컨디션이 안 좋아서, 핸드폰에 남자들 이름이 있어서, 전에 남자친구가 있었어서...... 그래서 손으로도 때리고, 쓰러뜨리기도 하고, 돌려차기까지 당해봤다. 얼굴은 대부분 피해서 때렸지만 때론 얼굴에 멍이 들기도 했고, 그 때문에 코뼈가 아직 조금 휘어있기도 하다. 부모님이 멍을 보면 뭐라고 해야 할지 둘이서 같이 고민을 하다가 일단 내 손에 있던 돈을 그'놈'한테 맡기고, 집에 오다가 강도를 만났고 돈만 빼앗겼다고 말했다. 부모님은 의심을 하시는 눈치였지만 그렇다고 달리 납득이 될만한 상황도 없으니 그냥저냥 넘어갔다. 아마도 믿어지지 않았으니 신고도 안하셨겠지. 다행이었다. 난 그럴 정도로 나의 이런 상황을 알리는 게 무섭고 싫었다.

그만 만나자고 하면 무서운 협박들을 했다. "너희 가스관을 터뜨릴 거다, 너네 부모님을 내가 어떻게 할지 냐, 동생 어느 학교 다니는아니까 동생을 찾아가겠다." 등등. 정말로 그렇게 할 것 같았다. 나에게 하는 짓을 보면. 그래서 어느 날은 또 맞고 있다가 창문을 열고 올라갔다. 그때의 생각으로는 내가 죽어야 끝날 것 같았다. 창틀에 올라서는 순간 가족들이 생각났지만 더 이상 그렇게 살기는 싫었다. 하지만 그마저 그 '놈'이 날 잡아끌어서 실패했다. 그러더니 무릎을 꿇고 빌었다. 폭행 후에 늘 하는 행동이었다. 너무 미안하다고, 앞으로 다시는 이런 일은 없다고.

그때 겨우 열일곱 살. 스무 살 가을쯤  그'놈'에게서 벗어났으니 4년을 그렇게 살았다. 어떻게 해야 할지 생각해 내기도 어려운 나이에... 그래서 고등학교 때는 내내 몸이 아팠다. 쓰러지기도 여러 번.

헤어질 때도 정말 거지같았다. 내가 전화를 못 받았다고 학교 앞으로 찾아와, 같이 술자리를 하던 친구들(남자여서 더 흥분)에게까지 시비를 걸고, 나가자며 나를 밀쳐댔다. 서둘러 그 자리를 떠나서 난 이번엔 찻길로 뛰어들었다. 그냥 끝내고 싶었다. 남몰래도 모자라 이제 나의 지인들 앞에서까지 수치심을 주었다. 다가오던 차는 가까스로 나를 피해 갔다. 헤어지자고, 제발 나타나지 말아 달라고 말했다. 그랬더니 처음으로 진심이냐고, 진짜라면 자기 얼굴에 침을 뱉어보란다. 이건 또 무슨 말도 안 되는 이상한 전개인가. 하지만 내가 진짜로 얼굴에 침을 뱉으면 헤어지겠단다. 정말??  이런 더러운 순간이 나에게 기회인건가?

침을 뱉었다. 그 손아귀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도 모르니. 한동안 그'놈'은 아무 말이 없더니 집으로 돌아갔다. 정말 그걸로 끝이 났다. 적어도 둘의 만남은...

그 '놈'은 처음 몇 달은 동생 학교 앞에서 기다렸다가 내가 어떻게 지내냐고 물어보고, 이삼 년을 가끔 전화해서 아무 말 없이 있다가 끊고는 했다.

난 그 후로도 몇 년을 저 멀리서 비슷한 체격의 남자가 보이기만 해도 심장이 쿵 내려앉고, 다리가 떨리고, 아무 건물이든 벽이든 숨어버렸다.

지금까지 살아오며 잊고 싶은 순간들이 너무 많지만 생각을 도려낼 수 있다면 가장 먼저 깨끗이 지우고 싶은 열일곱~스무 살.

데이트 폭력? 교제 폭력? 런 관계에 함부로 데이트니 교제니 하는 단어를 갖다 붙이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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