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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콤쌉쌀 Aug 29. 2024

세상엔 참 많은 아픔이 있다

제각각 다른 이유, 다른 모습으로…

제목대로 세상에는 참 많은 아픔이 있다. 아픔 하나 없는 사람이 어디 있을까.

몸에 병을 얻거나, 마음에 병을 얻거나..

크고 작은 이별, 사별, 이혼, 불치병, 잔병치레, 사회생활, 고부갈등, 장서갈등, 부부갈등, 부모자녀 갈등……. 안 아픈 사람은 하나도 없겠지.

결혼 무렵에 성당에 세례 공부를 다닐 때였다. 수녀님께서 수업을 진행하셨는데, 어느 날 여기에서 나는 행복하다 생각하는 사람은 손을 들어보라고 하셨다. 스무 명 즈음..?  그중에 딱 한 명이  오른손을 번쩍 들었다. 바로 나. 아주아주 민망해진 내 오른손.  수녀님께서 왜 행복하냐 물으셨다. 나는 행복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다 너무 좋고 감사하다고 대답했다.

수녀님의 다음 질문은 불행하다 생각하는 사람이었다. 한 할머니께서 손을 드셨다. 불행하다 느끼는 이유를 물으니, 할머니 연세가 80을 넘는데, 50 조금 넘은 아들을 10여 년 전에 먼저 보내셨다고. 가슴에 묻었다고 하셨다. 살아있지만 사는 게 아니라고, 죽지 못해서 그냥 살아만 는 거라고 하셨다. 아, 철 모르는 듯한 앞선 내 대답은 어찌할까.

하지만 그때의 나에게도 상처가 없었을까, 불행이 없었을까. 평생 참 많은 상처를 받으며 살았는데 그 순간엔 어떻게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손을 번쩍 들었던 걸까.

결국 생각하기 나름인 걸까?

지금은 내 인생에 좋은 일이라고는 없는 것 같고 잠도 못 이루며 내 마음을 다스리지 못해 약에 의지하며 살아가고 있다. 남편이 날 크게 배신했고 시어머니는 날 미워하다 못해 증오하는 것 같고, 아빠도 암, 애가 셋인 동생도 암투병 중이다. 유난한 사춘기를 보내는 딸과, 나에게 의지하는 부모님과 (다행히 마음으로만), 지나갔으나 남아있는 모든 아픔들. 그런데 또 생각해 보면 나의 사지가 멀쩡하고 아이들이 건강하며 남편이 성실히 회사 생활을 잘하고 있다. 아빠도 늘 아프긴 해도 크게 이상은 없고, 4개월을 살 거라던 동생도 이제 2년을 넘겨가고 있다.

나는 불행하다면 참 불행,불운. 다른 면으로 보면 그럭저럭 잘 사는 행복한 사람. 지금 이 순간의 감정은 무언지 나도 잘 모르겠다.

행복함, 행복하진 않지만 불행하지는 않음, 불행함.

누가 자신의 행복을 어떻게 생각하든 타인은 그게 잘됐다, 잘못됐다 판단할 수 없고 판단해서도 안될 일이다. 그건 오로지 본인의 몫이고, 타인의 역할은 그저 지켜봐 줄 뿐인 것 같다. 다만, 조금이라도 더 행복을 느끼기를 응원하고 기도해 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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