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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지훈 Jan 18. 2019

퇴사 연습

꼭 그런 게 필요해?

 “퇴사 연습” 퇴사를 연습한다. 뭔가 어감적으로 잘 어울리지 않는 단어의 조합인 거 같아 보인다.  반대의 의미인 "입사 연습"은 긍정적이고 기대되고 자신감 있는 어감인 반면, "퇴사 연습"은 부정적이고 뭔가 자신감 없는 절망적인 어감을 느낄 수 있다. "퇴사"라는 단어가 "준비"라는 단어와 합쳐진다면 좀 더 긍정적으로 느껴질 거 같다. 이것은 우리 사회에서 "퇴사"라는 것에 대해 바라보는 시각 자체가 부정적이고 절망적인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강해서 그런 거 같다. 현실적으로 "퇴사"이후 우리 사회 전반적인 면에서 긍정적인 점보다 부정적인 현상들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시중에 있는 책들도, 좋은 대학 입학하는 방법, 멋진 회사 입사하는 방법, 그 회사에서 잘 지내는 방법 등 "좋은 시작"을 연습시키는 도서는 많은 반면, "퇴사 연습"처럼 부정적인 어감에 대한 연습을  언급하는 책은 잘 보기 힘든 거 같다. 재직기간 중에 재테크를 잘했다든지, 퇴사 이후 나름 피나는 노력으로 성공한 일부 직장인들의 이야기나 성공사례 등에 관한 책도 쉽게 볼 수 있지만, 희박한 확률의 엄청난 노력에 대한 대가이기에 현실적으로 그들처럼 성공하기란 쉽지 않다. 


“인생에 연습이 어디 있어? 더군다나 회사 다니면서 무슨 퇴사를 연습하나? 막상 부딪히면 다하는 거지... 그때그때 최선을 다하는 거야!" 이 시대를 살아가는 대부분의 직장인들이 생각하고 느끼는 부분이기 때문에 더욱더 성공사례의 주인공이 되는 것은 어렵다. 


 우리가 인생을 살아가면서 이 연습이라는 것이 진짜 필요한 분야가 있고, 별 연습 없이도 무난히 목표한 결과를 이룰 수 있는 분야도 있다. 대부분 연습량과 결과가 비례하여 나타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연습의 중요성은 매우 크다고 할 수 있다. 예를 들자면, 공부, 운동, 시험 등은 비교적 많은 연습이 필요할 것이고, 군대생활, 학교생활, 인간관계 형성 등은 특별한 연습 없이도 자연스럽게 익히면서 어떤 식으로도 적응하고 발전될 것이다.

 그럼, 위 제목처럼 퇴사는 연습이 필요한 분야일까? 아니면 연습 없이도 자연스럽게 익숙해지고 원하는 결과를 만들 수 있는가?

 


 

“부자아빠  가난한 아빠”에서 로버트 기요사키는 어린시절 선생님에게 다음과 같이 질문을 한다.

 “선생님! 학교는 왜 가나요?" 

 ”좋은 대학교에 진학하기 위해서지.”

 “그럼 좋은 대학교는 왜 가나요?" 

  ”좋은 회사에 취업하기 위해서지.”

  “그럼, 좋은 회사에 취업은 왜 하나요?" 

  ”그건 좋은 회사에 취업해서 돈을 많이 벌고 잘 살기 위해서지.”

  기요사키는 마지막으로 질문을 한다.

  “선생님! 그럼 학교다닐 때부터 돈 버는 방법을 바로 가르쳐 주면 되잖아요.”

 선생님은 그 질문에 대답을 하지 못한다.

 이 대화는 “부자아빠 가난한 아빠”에서 경제적인 마인드 정립에 대한 하나의 에피소드이다.  이처럼 학교에서는 기본적인 사회생활을 하는데 필요한 규범과 규칙을 교육하고, 고교나 대학을 졸업한 후에는 원하는 직장을 가질 수 있도록 관련 교육을 하는 것이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때가 되면 “학교교육”이라는 연습훈련을 통해 회사에 취업하고, 정상적인 사회인으로서 살아가게 되는 것이다. 학교 졸업 후 사업이나 창업 같은 것을 하는 경우는 소수이므로 전체 다수의 경우인 직장인이 되는 과정을 봤을 때 “학교교육”은 대단히 중요한 과정이고 필수 요건이라고 할 수 있다. 이 교육기간 중의 성적을 바탕으로 더 좋은 조건의 취업을 할 수 있기 때문에 더욱더 치열한 교육현장이 실제 우리 사회의 모습이다. 교육기간만 봐도 우리나라 기준으로 유능한 회사원이 되기 위한 “학교교육”을 통상적으로 최소 12년에서 16년 정도 받는 것이다. 

 더불어 요즘은 “학교교육”은 정부차원에서도 중요한 필수교육이라고 생각해서 의무교육 등을 점차 확대해서 일부 저소득층이나 소외 가정에서도  경제적 어려움 없이 받을 수 있다. 전쟁터 나가는데 최소한 총 쏘는 법은 가르쳐주는 것이다. 

 이처럼 우리는 “학교교육”이라는 훈련 연습을 하고 사회에 나가게 되는데, 이렇게 학교에서 배우고 익힌 지식을 토대로 통상적으로 20~30년 정도 직장생활을 한다. 그런데 문제는 학교에서 배운 지식과 교육훈련은 여기까지(퇴사 시점)만 사용이 가능하다는 사실이다. 물론 학교나 회사생활에서 배우고 익힌 지식과 경험과 노하우를 퇴사 이후의 삶에서도 잘 이용하고 발전시켜가는 경우도 있지만 극소수의 경우라고 할 수 있다.

 



 대부분의 일반 직장인들은 평생직장생활에서 익혔던 기술, 경험, 노하우 등  모든 업무 관련 지식을 퇴사하면서 그대로 회사에 두고 몸만 나와야 한다. 명함, 사원증, 회사 인맥 등 모든 것이 해당된다. 그 후 며칠 뒤 회사 내 다른 누군가가 내가 하던 업무를 이어받아서 아무 문제없이 수행하고 있고, 회사는 내가 없이도 너무나 잘 돌아간다.

 퇴사 후에는 한동안 정신적으로 약해지고, 다른 무엇인가를 하기가 쉽지 않고, 설사하더라도 성공하기가 쉽지 않다. 퇴사 후에 앞으로 어떤 마음가짐으로, 어떤 계획을 가지고, 어떻게 잘 살아갈 것인가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배우지 못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면 학교에서는 여기까지(퇴사 시점)만 사용 가능한 지식(기술)을 교육 훈련했다는 얘기이다. 안타깝게도 퇴사 이후 인생 후반부 중요한 시기를 잘 살아가는데 필요한 교육은 하지 않았다는 얘기다. 진짜 중요한 부분이기 때문에 여러분은 특히 이 대목에서 많은 생각을 하기 바란다.


 이와 같은 퇴사 이후 직장인의 고달픈 삶은 시대적인 트렌드, 사회 전반적인 현상, 노동환경이나 산업구조의 변화 등에 의해서 어떻게 고쳐질 수 없는 자연스러운 현상일까? 국가, 사회적으로도 이런 현상에 대해 인지하고 있으면서도 뚜렷한 대책이나 제도를 현실적으로 마련하지 못하는 것이 당연할까? 이런 불편한 진실 속에서 소수만이 그것을 사전에 알고, 연습을 하고 대응을 한다는 것은 어떻게 보면 이런 사실을 모르는 대부분의 서민들은 기본적인 “학교교육”조차도 받지 못하는 것과 같은 의미이지 않을까 싶다. 


 초등학생인 나의 아들이 커가면서 뛰어난 지적능력, 운동능력, 예술능력이 없다는 것을 아는 순간 대부분의 서민의 자식처럼 유능한 직장인이 되어가는 과정을 밟아 갈 걸 생각하니 마음이 아프다. 학교에서 배운 지식과 교육훈련으로 유능한 회사원이 될 수도 있겠지만, 대부분의 직장인들이 그렇듯이 퇴사 이후에 힘들어할 걸 생각하니 벌써부터 내가 힘들고 답답한 심정이다. 퇴사 이후의 삶은 일부 전문직, 고위공무원, 금수저 등을 제외한 웬만한 모든 직종의 직장인에게는 피할 수 없는 시련의 시기이고, 이 시기를 잘 극복하고 이겨낼 수 있는 것이 바로 기존의 “학교교육”같은 “퇴사 연습”인 것이다.


 결론적으로 내가 생각하는 "퇴사 연습"은 야구경기에서 야구 중후반에서 나오는 구원투수 같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대패하는 경기에 패전 마무리를 하러 등판하는 것이 아닌, 경기를 확실히 이기고 다음 경기를 잘 준비하기 위한 에이스 마무리 투수 같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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