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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거울 Mar 15. 2024

자의식 과잉

아침편지 1


어제 저녁 남편과 둘이 걸어서 카페에 다녀왔어요. 1/2 디카페인 라떼였는데, 저것 때문에 잠을 설쳤을까요?


  다리가 불편한 느낌 때문에 새벽에 잠을 설쳤습니다. 어릴 땐 이런 증상이 더 자주 있었어요. 나중에 알고 보니 하지불안증후군 증상에 가깝더라고요. 캄캄한 새벽에 다리를 이렇게 움직였다가, 저렇게 움직였다가 한참 씨름을 하다가 겨우 다시 잠에 들었습니다. 6시 5분에 알람을 맞췄지만 결국 6시 30분까지 더 눈을 붙였습니다.

  아직 완전히 잠에서 깨지 못한 몸을 일으키기 위해, 영상 속 선생님의 목소리를 따라 호흡에 집중하며 15분 정도 몸을 이리저리 움직여봅니다. 이렇게 아침을 시작하는 날이 가끔 있지만, 사실 대부분은 한 쪽 눈만 겨우 뜬 채로 SNS나 짧은 영상(숏폼 컨텐츠)을 보며 잠을 깨우는 날이 더 많습니다. 손가락으로 화면을 위로 올리는 동작을 반복하다 보면 1시간쯤 시간이 흐르는 건 순식간입니다. 어쨌든 오늘은 명상과 스트레칭으로 조금 더 산뜻한 아침을 만들었어요. 창문을 열고 이불을 정리한 뒤 방을 나섭니다.

  옷방으로 들어가 옷을 갈아입습니다. 모양새는 비슷하지만 그래도 나름대로 잠옷과 생활복을 구분하고 있어요. 잠에 좀 더 집중하기로 결심하고 바꾼 생활방식 중 하나입니다. 집을 나서는 남편을 배웅하고 씻고 나왔습니다. 이제 몸에 남아있던 잠의 흔적까지 모두 털어낸 기분이 들어 상쾌합니다. 물을 한 잔 마시고, 주방과 발코니 창문을 열어 답답한 공기를 내보냈어요. 식기세척기와 식기건조대에 널린 그릇을 정리하고, 지난밤과 오늘 아침에 사용한 컵과 간단한 식기류 몇 개도 설거지합니다.

  창문을 닫고 서재로 들어와 책상에 앉았어요. 5분에서 10분 정도 시간을 들여 매일 한 문단 분량의 영어 문장을 필사합니다. 혼자 했다면 꾸준히 하지 못했을 텐데, 모임에 가입해 함께하니 한 달이 넘도록 계속할 수 있습니다. 정리 커뮤니티에 글도 하나 남깁니다. 보통 어제 했던 정리에 대한 기록을 남기는데, 이것도 같이 하는 느낌이 드니까 포기하지 않고 계속할 수 있어요. 정리 컨설턴트가 공유한 짧은 정리에 관한 영상을 보고, 조금씩 꾸준히 계속해서 집을 편안하게 만들겠다는 결심을 다져봅니다.

  사실 블로그에 지난 2월을 어떻게 보냈는지 기록하는 글을 올리려고 몇 번이나 썼다 지웠다 반복했어요. 한 달간 얼마나 잘 놀고, 잘 먹었는지 쓸 게 너무 많더라고요. 하나의 글로 담기엔 너무 많고, 나눠서 쓰기에도 역시 많았죠. 그렇게 임시저장을 수정하기를 열흘쯤 반복했어요. 결국 그 글은 삭제해버렸습니다. 너무 많은 내용을, 너무 미뤘다가 쓰려니 완성하기도 전에 이미 질리더군요. 게다가 저는 남들이 본다는 생각을 하면 편안하지가 않아요. 내 일상을 공유하는 것도 이렇게 부담스러우니 얼굴이 나오는 사진 같은 건 당연히 공유하지 못합니다. 친구들에게만 공개하는 인스타그램 계정에서도 제 사진은 게시하지 않은 지 몇 년 됐습니다. 누구나 SNS를 하고, 또 그걸로 일도 하고 돈도 버는 세상인데 말이에요.

  좀 더 편안해지고 싶어요. 산뜻하게 살고 싶습니다. 내 몸과 마음을 잘 돌보고, 누구에게나 특히 나 자신에게 솔직하고 싶습니다. 사실 남들은 나에게 관심이 없다는 걸 이미 잘 알고 있어요. 나는 남들이 신경쓸만큼 대단하거나 중요한 사람은 아닙니다. 그래서 오늘은 임시저장만 하지 않고 이대로 아무렇게나 글을 써서 게시하려고 합니다. 앞으로도 아무 주제나 가지고 아무 글이나 쓰려고요. 사실 지금도 문장을 썼다 지웠다 반복하고 있어요. 어떻게 이 글을 마무리해야 할지 모르겠거든요. 그러니 그냥 이대로 끝내려고요. 그것도 괜찮으니까요.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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