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
아침편지 5
제가 어디선가 이 나무의 꽃을 보고 첫 눈에 반했거든요. 저 때문에 부모님은 비닐하우스에 이 나무를 키우고 있습니다.지난 두 달 간 침대에 스마트폰을 가져가지 않았습니다. 스마트폰 중독으로 인한 불규칙한 수면 습관을 고치고 싶었거든요. 의지만 가지고 바꿀 수 있는 건 별로 없다는 걸 잘 알아서 (그 의지도 별로 없어요.) 다른 방법도 함께 썼습니다. 평생 스마트폰을 멀리 두고 살 수는 없으니, 가구 위치를 바꿔 충전기를 멀어지게 해서 누워서 스마트폰을 할 수 없도록 만들었어요. 덕분에 이제는 스마트폰을 침실에 가져가 충전해두어도 자기 전에는 만지지 않습니다. 혼자였다면 포기했을텐데 배우자가 있으니 어렵지 않게 유지할 수 있어요. 그는 매일 규칙적인 삶을 사는 사람이라 그가 잠드는 시간에 같이 잠들면 됩니다. 그렇게 매일 오후 11시 이전에, 보통 10시 45분 쯤 잠에 들어요. 주말에는 한 시간 정도 더 늦게 자기도 합니다.
이렇게 일찍 자니까 아침에도 비교적 일찍 일어나게 됩니다. 남편이 출근하는 오전 6시 45분 쯤에 한 쪽 눈만 뜬 채로 인사를 나누고 다시 잠들어도 오전 8시에서 9시 사이에는 눈이 떠집니다. 매일 7시간에서 9시간 쯤 자니까 정말 좋더라고요. 스마트폰이 없던 시절에도 나는 컴퓨터로 인터넷의 바다를 헤매다가 새벽 늦게 잠드는 날들이 많았습니다. 친구들과 새벽까지 문자를 주고 받기도 했어요. 초등학생 때부터 늘 늦게 잠들었던 것 같아요. 라디오를 듣거나, 웹 소설을 읽거나, 드라마를 보거나 밤 늦게까지 할 일은 하여튼 무궁무진하니까요. 그리고 아침에 일어나 학교를 가고 직장을 갔지요. 교대 근무를 하기도 하고, 밤이고 새벽이고 전화를 받으면 나가야하는 당직 근무까지 했으니 (좋지 않은 의미로) 아주 대단한 삶이었습니다.
처음 직장을 그만두었을 때도 이 나쁜 습관은 고치지 못했습니다. 충분한 시간을 잘 수는 있었지만, 언제나 새벽 늦게 잠들었고 오전 내내 자다가 점심 쯤 일어났어요. 그러면 하루는 너무 짧았습니다. 하루를 낭비했다는 기분이 들었고, 자주 우울했어요. 결국 세 달도 채 쉬지 못하고 다시 다른 직장을 찾았습니다. 출퇴근 시간이라는 규칙성이 내 삶에 필요했거든요. 수면의 시간은 물론 중요하지만 그보다 삶의 질에 더 큰 영향을 끼치는 건 규칙적인 생활이라는 걸 그 때 알게 되었습니다. 수면의 중요성에 대한 책도 몇 개 읽었지요. 그래서 휴직을 결심했을 때 나의 1번 목표는 수면습관 개선이었어요. 불규칙한 생활을 한다면 나는 이번에도 세 달 만에 다시 우울해지고, 직장으로 돌아가고 싶어질테니까요.
지난 두 달 간, 나는 규칙적이고 충분한 수면이 얼마나 중요하고 소중한 지 체감했습니다. (생리 전 기간을 제외하면) 출근을 하지 않고 종일 집에만 있어도 우울한 기분이 들지 않았어요. 물론 규칙적으로 운동을 하고, 새로운 취미도 만들었으니 그 영향도 있을겁니다. 그래도 어쨌든 나는 살면서 이보다 더 행복하고 충만하게 느껴졌던 날들이 있었나 싶게 잘 지냅니다. 살아왔던 그 어느 때보다 모든 면에서 만족스럽습니다. 한참 자라던 청소년기에, 공부에 전념하던 시기에, 일을 배우던 시기에도 충분히 규칙적으로 잤다면 참 좋았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을 정도입니다. 내가 할 수 있는 많은 부분에서 최상의 효율을 발휘하지 못한 채로 살아왔다는 생각이 듭니다. 30대 중반에라도 깨달았으니 다행이기도 하고요.
그래서 잠을 잘 자는 것을 내 삶의 가장 우선순위에 두기로 결심했습니다. 나는 나를 잘 돌보며 살고 싶은데 몸과 마음건강 모두 잠이 가장 중요하다는 걸 알았으니까요. 아무리 운동을 열심히 하고, 잘 챙겨먹더라도 충분한 수면시간을 확보하지 못하면 그 노력들은 별로 의미가 없다는 사실을 자주 떠올리면서 살아보려고 합니다. 물론 여전히 아침에 눈을 뜨는 건 너무 어려운 일입니다. 몇 시간을 자도 아침에 일어나는 건 힘들더라고요. 그래서 이제 규칙적으로 잠드는 습관 다음으로 규칙적으로 일어나는 습관을 만들어보려고 합니다. 충분히 잤다면 이제 일어날 준비가 된 거라는 생각이 들어서요. 이 아침 편지도 아침 습관을 바꾸려는 노력 중 하나입니다. 이것도 잘 할 수 있겠죠? 그럼 안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