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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거울 Mar 21. 2024

토마토

아침편지 6



우리집 앞에 빵집이 생겼어요. 그래서 정말 행복합니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니 오전 시간이 길게 느껴집니다. 공복 시간을 길게 유지하기 위해서 아침 식사를 하지 않고 오전 11시까지는 물만 마시고 있는데, 그래서 더 길게 느껴질지도 모릅니다. 일찍 일어나니까 배도 더 고픈 것 같아요. 집안을 어슬렁거리며 오늘은 무엇을 할건지 잠시 생각해봅니다. 다 마른 그릇을 장에 넣고, 밤사이 쌓인 컵을 씻고, 빨래도 세탁기에 넣습니다. 어제 널어둔 빨래가 모두 말랐으니 잘 개어 정리합니다. 세상이 좋아져 어제 주문한 것들이 새벽이면 집 앞에 도착합니다. 택배를 뜯고, 박스를 정리합니다. 이 모든 것들이 했을 때는 티가 안나고, 하지 않았을 때는 티가 납니다. 집안일이 어려운 이유입니다.

  바구니 안에 완숙 토마토 4개가 남아있는게 눈에 들어왔습니다. 하루에 하나씩 먹으면 금방인데, 요며칠 토마토를 먹지 않았어요. 그냥 두면 귀한 유기통 토마토가 이대로 물러버릴 것 같아 주스로 갈아둡니다. 큰 믹서가 하나 있으면 편하겠다는 생각을 하지만, 아직은 조금 번거로워도 작은 핸드믹서로 이렇게 저렇게 잘 살고 있습니다. 작은 우리집 주방에는 더이상 뭔가를 놓을 자리가 없습니다. 조금씩 집안 정리를 하고는 있지만 주방은 아직 엄두가 나지 않아 손을 대지 않았거든요.

  믹서를 꺼낸 김에 시금치 페스토를 만들었어요. 만들기가 어렵지 않고, 맛도 훌륭해서 한 번 만들어보고 홀딱 반해 벌써 여러번 만들었습니다. 믹서가 작아서 아몬드와 치즈, 시금치를 조금씩 나눠서 갈아야합니다. 역시 큰 믹서를 갖고 싶어집니다. 열 번 쯤 더 만들게되면 그 때는 하나 사야겠어요. 한바탕 주방이 엉망이 되었지만, 설거지까지 모두 마치고나니 뿌듯합니다. 냉동실에도 이미 만들어둔 게 있으니 당분간 시금치 페스토를 부지런히 먹어야겠습니다.

  이 글에 다 적지 못한 많은 일들이 있습니다. 속옷을 개어 서랍장에 넣는 일, 비워진 쌀통을 씻고 말려 새로 주문한 쌀을 채워넣는 일, 저녁에 해먹을 음식 재료를 사러 다녀오는 일, 기타 등등.. 그 와중에 조명은 왜 또 깜빡거릴까요? 아이 없이 어른 두 사람만 사는 집에도 할 일은 너무 많습니다. 어디선가 현대의 매일 8시간, 주 40시간 노동은 집안에 살림을 도맡을 사람이 최소 한 명은 있다는 전제 하에서 유지할 수 있다는 글을 봤습니다. 정확한 표현입니다. 다만 그렇다고 한 사람이 살림을 도맡아 할 것이 아니라 매일 6시간이나 주 4일과 같은 방식으로 일하는 시간을 줄이면 됩니다. 그러면 우리는 일도 하고 토마토도 갈아먹을 수 있겠죠? 그럼, 오늘도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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