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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거울 Mar 22. 2024

스펀지

아침편지 7



남편 회사 근처에 갔다가 비누 매장을 찾았어요. 액체 손세정제 대신 비누를 써보려고 합니다.



  SNS에서 인기를 얻고 유명해지면 인플루언서가 됩니다. 물론 예전에도 연예인 같은 사람들이 있었지만, 지금은 꼭 TV나 영화에 나오지 않아도 유명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지금의 인플루언서와는 차이가 있습니다. 오히려 이제는 SNS 인플루언서로 먼저 유명해지고 나중에 TV에 나오는게 더 일반적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늘 “저 사람이 누군데?” 하게 되지요. 처음에는 SNS 계정을 다른 사람보다 조금 더 열심히 운영하던 사람이, 유명해지면 인플루언서 그 자체가 직업이 됩니다.

  그 때는 그렇게 부르지 않았지만 아마 2000년대 ‘얼짱’들이 우리 사회의 최초의 인플루언서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세이클럽, 프리챌, 버디버디 같은 옛날 SNS의 시대였습니다. 저는 그 다음 세대라고 볼 수 있어요. 중고등학생 때 싸이월드에서 열심히 파도를 타고 다녔습니다. 좋아하는 친구의 미니홈피에 댓글과 일촌평도 열렬히 남겼고요. 인터넷 쇼핑이 일반화되기 시작할 무렵이어서 그 때 얼짱들은 주로 의류 쇼핑몰을 운영해 수익을 만들었어요. 요즘 인플루언서들이 ‘공구’를 하는 것과 비슷합니다.

  ‘공구(공동구매)’를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사람들은 인플루언서를 ‘82피플’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판매를 의뢰받은 상품이면서 마치 본인이 정말 오랫동안 사용했던 것처럼 속이고, 허위/과장 광고를 하는 사람도 많기 때문이지요. 본인이 파는 효소를 먹으면 살이 빠지고, 피부도 좋아지고, 먹었던 음식이 흡수되지 않는다고 사람들을 열렬히 설득합니다. 생각해보면 그런 사람들은 어떤 시대에나 있었을겁니다. 전국을 돌아다니며 물건을 팔던 보따리장수부터, 전통시장에서 화려한 언변으로 물건을 파는 아저씨, 홈쇼핑에서 전화기를 꺼내들게 만드는 쇼호스트, 이제는 SNS의 인플루언서들이 물건을 팝니다. 그 중에는 가짜도 있고, 허위/과장 광고도 있고, 법에는 저촉되지 않도록 교묘하게 말을 바꾼 문장들도 있습니다. 판단은 소비자의 몫입니다. 너무 어렵지요.

  예전에 간혹 사용하던 셀룰로오스 스펀지를 또 사려고 검색해보니 판매를 안하더라고요. 해외 직구가 아니면 국내에선 취급하는 쇼핑몰이 없었습니다. 분명히 네이버쇼핑도, 쿠팡도 많은 판매자들이 팔고 있었는데요. 그리고 나중에 다시 검색해보니 공식 수입해서 판매한다는 쇼핑몰이 생겼더라고요. 이젠 드디어 살 수 있겠군 했는데 재고가 없다고 합니다. 그런데 인스타그램에선 이 스펀지를 ’공구‘하는 인플루언서가 있고, 그 인플루언서의 공구 링크를 따라 들어가면 거기엔 재고가 있더라고요. 이 제품을 수입하여 판매하는 업체에서 해당 링크에서만 주문이 가능하게 만든겁니다. 어떤 업체들은 공구 기간에 다른 사이트의 판매 금액을 의도적으로 공구 가격보다 올려놓거나 판매 경로를 막아두기도 합니다. 그래야 이 공구 기간에 꼭 살 수밖에 없고, 더 저렴해보이니까요.

  나는 이 인플루언서가 누군지도 모르지만 이 사람의 링크를 따라 들어가 제품을 샀고, 내가 이 제품을 사는 것으로 이 사람은 수익을 얻게 되었습니다. 인플루언서의 공구에 관심이 없는 사람도 이제는 이 방법이 아니면 물건을 살 수 없는 시대가 된 셈입니다. 나이가 많은 어른들 중에 인터넷 쇼핑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이 여전히 많고, SNS와 친숙하지 않은 어른들은 더 많습니다. 그럼 그들은 이 스펀지를 어떻게 사야할까요? 나에게 간혹 네이버 쇼핑에서 검색한 내역을 캡쳐해 보내고 ’이거 주문 좀 해줘‘하는 엄마를 생각해봅니다. 동네 마트에선 팔지 않는 수입 제품, 네이버에 검색해도 쇼핑몰엔 재고가 없다고 나오겠지요. 자녀가 없는 사람은, 자녀가 있어도 대신 사달라고 부탁할 수 없는 상황인 사람은 이 스펀지를 어떻게 살 수 있을까요? 주문한지 이틀만에 스펀지가 집 앞에 도착했습니다. 참 편리하고 불편한 세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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