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편지 15
상쾌한 아침입니다. 6시 15분 쯤 알람이 울리고 몸은 일어났지만 다시 누워서 30분까지는 비몽사몽 눈을 감고 버티고 있었습니다. 하루 7시간은 꼭 채워서 자고 있는데 더 자고 싶은 마음이 드는건 왜일까요? 그래도 여름이 가까워지니 커튼 바깥이 환해서 약해지려는 마음을 다잡을 수 있습니다. 어제 오후에는 바깥이 얼마나 따뜻하던지, 집안이 더울 정도였어요. 하루 하루 계절의 변화가 느껴집니다.
며칠 지난 이야기지만, 지난주 금요일에는 성남에 다녀왔습니다. BLS provider 교육에 참가하기 위해서 아주 옛날에 근무했던 병원에 갔거든요. 오랜만에 옛 병원에 간다고 말하니 친구들은 굳이 왜 그걸 찾아서 하는지 모르겠다고 했습니다. 맞아요, 사실 정말 안해도 되는 일입니다. 나는 이제 더이상 병원에서 근무하지 않고, 지금 속한 회사에서도 심폐소생술 관련 자격증을 요구하지 않거든요. 그래도 굳이 비싼 돈을 내고 멀리까지 가서 교육을 듣는 이유는, 그냥 그러고 싶기 때문입니다. 하하하!
8시 30분부터 교육 시작이라 평소보다 더 이른 6시에 일어나 6시 30분에 집을 나섰습니다. 출근시간 정체로 조금 힘들었지만, 그래도 1시간 10분 쯤 걸려서 무사히 도착했어요. 병원 근처 스타벅스에 들려 커피와 베이글도 하나 샀는데, 교육장에서 혼자 베이글을 먹고 있기가 좀 민망해서 커피만 마시며 기다렸습니다. 마지막으로 BLS provider 교육에 참석했을 때가 벌써 한참 전이라, 나는 새로 바뀐 가이드라인을 바탕으로 이루어지는 이번 교육에 역시 오길 잘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교육이 끝나고, 신경외과 외래에서 근무하고 있다는 친구를 만나기로 했습니다. 몇 년 사이 병원은 완전히 다른 느낌으로 보수를 했고, 못보던 편의시설도 많이 생겼더라고요. 덕분에 빈 손으로 친구를 만나러 가지 않을 수 있었어요. 외래 진료가 끝난 시간이라 친구와 잠깐 이야기를 할 수 있었습니다. 학교를 졸업하고 한 번도 만나지 못했으니 우리는 전생에 보고 이번 생에 처음 보는 거나 마찬가지라고 농담을 했습니다. 아마 만나지 못한 지 10년 쯤 됐을 겁니다. 그래도 역시 오랜만에 만나도 어색함이 없어서 우리는 어제 만난 것처럼 이야기를 했어요. 외래 시술 환자 때문에 점심시간이 일정하지 않다고 해서 함께 밥을 먹지는 못했지만, 반갑고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이제 병원을 나서 집으로 가야할 시간, 점심을 먹고 출발해야 하는데 어디로 갈까 고민하다가 문득 여기 병원 근처에 사는 친구가 생각이 났습니다. 갑작스러운 연락이라 거절해도 전혀 상관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친구가 같이 점심 먹자며 기꺼이 집으로 초대해주더라고요. 1월에 휴직을 시작하고 얼마되지 않았을 때 한 번 만난 적이 있는 친구입니다. 약국을 운영하면서 아직 1살도 되지 않은 아기를 돌보고 있는 친구는 바쁘지만 일도 육아도 잘 해내고 있는 것 같아 보였습니다. 친구의 딸은 정말 천사같은 아기라서 방긋 방긋 잘 웃고 혼자서도 잘 놀고, 모르는 사람인 내게도 기꺼이 안겨줬어요.
어쩌다보니 생각보다 시간이 좀 늦어졌습니다. 늦지 않게 출발해야 퇴근 시간을 피해 갈 수 있는데, 그만 4시가 넘어버렸어요. 결국 집에 오는 길은 엄청난 교통 정체로 고통스러운 시간이 되었습니다. 갈 때는 1시간 쯤 걸렸던 길이 올 때는 2시간 30분 가까이 걸렸어요. 금요일 퇴근 시간이니 어디든 막힐 수밖에 없었지요. 그렇지만 경기도에서 서울 오는 게 이렇게까지 힘들 일인가 싶습니다. 나는 역시 서울과 맞지 않는 사람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집에 돌아와 뻗었습니다. 쓰고보니 주말에 내가 기분이 좋지 않았던 건 평일에 너무 많은 에너지를 썼기 때문이었나 싶기도 하네요. 다음부터는 여러 약속을 연속으로 잡지 않아야겠어요. 그럼, 오늘도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