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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거울 Apr 04. 2024

모닝페이지

아침편지 16



1월에 산책 중에 노을이 아름다워서 찍었던 사진입니다.



  즐거운 아침입니다. 아침 편지를 쓰기 위해 자리에 앉아 첫 문장을 쓰면서 창 밖을 바라보는데요. 마을 뒤를 감싼 작은 산에 매일 꽃이 핀 나무들이 점점 더 많아져갑니다. 그저께는 하나가, 어제는 두 개가 꽃을 피우고 있었는데 어제 날씨가 따뜻하다 못해 덥더니, 오늘은 열 그루나 되네요. 자연은 매일 똑같은 것이 하나도 없다는 말이 실감나는 모습입니다. 하늘은 조금 흐리네요. 그러고보니 어제 운동을 배우러 갔을 때, 내일은 비가 온다고 하던데요 하던 선생님 이야기가 기억이 납니다.

  어제는 일부러 평소보다 일찍 잠에 들었습니다. 아침에 일어나기 힘든 게 자는 시간이 부족해서인지 궁금했거든요. 새로 산 전자책 단말기로 책을 읽다가 졸음이 쏟아져 그대로 잠들었습니다. 신기하게도 평소보다 체감상 1시간~30분 정도 이른 시간에(잠이 더 깰까봐 시계는 확인하지 않았어요.) 눈이 떠지더라고요. 자연스럽게 잠이 깼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일찍 일어날 필요는 없으니까 그대로 다시 좀 더 자려고 노력했어요. 그리고 다시 알람이 울리고, 나는 또 꾸물거리다가 일어났습니다. 아침에 상쾌하게 일어나는 건 좀처럼 어려운 일이네요.

  요즘 사람들은 '모닝페이지'에 대한 관심이 많습니다. 아침에 눈을 떠서 생각이 흐르는대로 가능하면 걸러내지 않고 그대로 적는 것인데요. 마음챙김, 새로운 아이디어를 떠올리는 등 여러 방면에서 도움이 된다고 합니다. 저도 모닝페이지에 관심이 있어서 해보고 싶었어요. 문제는 내가 아주 약한 의지를 가진 사람이라는 사실입니다. 혼자서 뭔가를 해보려고 하면 그건 3일 이상 유지하기가 어렵더라고요. 하하하! 그래서 모닝페이지 대신 온라인에 아침 일기를 쓰기 시작했어요. 혼자 보는 일기가 아니고 온라인에 게시되는 것이니 아침 편지라는 이름을 붙였습니다.

  매일 쓰기는 어렵지만, 가능하면 이렇게 아침에 한 시간 정도 시간을 내어 적고 있어요. 블로그에 올린 글은 다음날 브런치로 옮겨 다시 게시합니다. 블로그와 브런치를 구분해서 쓰는 게 좋지않을까 고민하고 있긴한데, 아직 결론을 내리지 못했어요. 그리고 온라인 공간에 쓰는 일기가 가지는 한계에 대해서도 생각하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혼자 보는 일기장에도 거짓말을 쓴다'는 드라마 '안나'의 대사를 자주 떠올리게 되더라고요. 거짓말을 쓰는 건 아니지만, 나는 백퍼센트 솔직하게 내 마음과 감정을 모두 여기에 적을 순 없습니다. 특별히 오래 문장을 검토하고 수정하는 건 아니지만 감추고 가리는 부분은 있을 수 밖에 없지요.

  예를들어 나는 어제 모처럼 아주 생생한 꿈을 꿨습니다. 옛 친구들과 직장동료, 그리고 모르는 얼굴이 등장하는 꿈이었습니다. 꿈에서 나는 화를 많이 냈어요. 이상한 꿈이지만 나는 꿈 이야기를 재미있게 생각하기 때문에 적어놓고 싶은데, 혼자 보는 일기가 아니라면 그런 내용을 자세히 쓰기는 어렵습니다. 며칠 하다가 그만두지 않게 약간의 강제성 혹은 동기부여를 받을 수 있으면서도, 솔직하게 자기검열 없이 문장을 늘어놓을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는 셈입니다.

  사실 요즘은 약간의 돈을 내고 함께 이런 일을 하는 모임이 많으니 찾으려면 없는 것도 아니긴 합니다. 아침에 영어 문장 필사도 그런 모임에 참여해서 꾸준히 하고 있어요. 다만 내가 생각하는 적당한 가격대의 모임을 찾지는 못했습니다. 역시 돈이 문제군요! 하하. 어쨌든 다른 방법을 시도해보기 전까지 나는 이 편지를 가능하다면 좀 더 쓸 생각입니다. 이름만 편지일 뿐 받는 사람 없는 일기지만, 내가 다시 읽어도 편지는 편지니까요. 그럼,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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