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편지 17
안녕히 주무셨나요? 오늘 아침은 하늘이 조금 흐리네요. 그래도 기온은 많이 올라서 이른 아침에도 영상 10도가 넘습니다. 출근하는 남편의 옷이 많이 얇아졌더라고요. 춥지 않겠냐고 물어봤는데 괜찮다고 어제도 엄청 더웠다고 합니다. 우리집은 아직 난방을 약하게 틀고 있는데 이젠 진짜 꺼도 되지 않을까 싶어요. 두꺼운 겨울옷도 세탁하고 정리를 해야할 때가 왔습니다.
남편은 얼마 전 나에게 제주도에 가서 몇 주 여행을 하다가 오는 게 어떻겠냐고 제안했습니다. 이직을 준비하느라 바빠서 저와 함께 시간을 보내주지 못하는 게 마음이 쓰였던겁니다. 내가 휴직하고 대부분의 집안일을 도맡아 해주고 있으니 몸은 편하면서도 마음은 불편하다고 합니다. 나는 여행을 좋아해서 전에도 한 달 쯤 제주도에서 혼자 시간을 보내다가 온 적이 있습니다. 회사로 돌아가기 전에 한 번은 그런 시간을 다시 가지고 싶다고 말한 적이 있는데, 그래서 남편이 지금 이야기를 꺼낸 것이지요.
일주일에 한 번이지만 벌써 세 달째 하고 있는 피아노 레슨도 그만두기 아쉽고, 운동은 여러 회차를 미리 결제해놓아서 어떻게 해야할 지 고민이 됩니다. 그런데 한 편으로는 지금이 여행 다니기 딱 좋은 계절이라서, 이 때를 놓치기 아깝기도 하네요. 혼자 하는 여행이 얼마나 자유롭고 즐거운지 잘 알고 있으니 설레기도 하고요. 내가 여행을 떠나면 도와주는 사람이 없으니 이직 준비에 전념하기 더 어렵지 않을까 싶은 쓸데없는 생각도 합니다. 남편은 독립적인 사람으로 혼자서 집안일을 잘 하고 외로움도 많이 느끼지 않는 편이니 전부 괜한 걱정이지요.
병원을 꾸준히 다녀야해서 다른 나라로 여행을 떠나기는 어렵지만, 우리나라 안에서는 자유롭게 여행을 할 수 있으니까 제주도 말고 다른 지역도 많이 다니고 싶어요. 20대부터 거의 10년 간 제주도를 정말 자주 갔거든요. 한 달 지냈던 게 가장 긴 시간이지만, 3~4일이나 일주일 정도 머무르는 여행을 많이 갔습니다. 자주 갈 때는 1년에 4번 씩 제주도에 가기도 했고요. 다른 곳 어디를 가면 좋을까요? 작년부터 엄마 아빠를 모시고 울릉도/독도 여행은 꼭 한 번 가보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5월은 어버이날이 있으니 그 때 가도 좋고 더 더워지기 전에 아빠 생신에 맞춰 가도 좋을 것 같아요.
오늘은 목요일이네요. 책상에 앉으면 보이는 왼쪽 집 옥탑방에서 학생처럼 보이는 사람이 집을 나서는 게 눈에 띕니다. 하루를 시작할 시간입니다. 그럼,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