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편지 18
상쾌한 아침! 오늘은 아주 개운하게 일어났습니다. 자는 시간은 특별히 달라진 게 없고, 다만 어제는 몸을 조금 많이 움직였거든요. 그래서 더 깊게 잠들었던걸까요? 어쨌든 몸도 마음도 상쾌한 금요일 아침입니다. 남편을 배웅해주고, 스트레칭을 잠깐 하고, 세수와 양치를 하고 책상에 앉았습니다. 영어 문장 필사를 몇 줄 하고, 소리내어 다섯번 읽었습니다. 그리고 구몬 한자 학습지를 열 장 정도 풀었지요. 한자를 눈에 익숙해지게 만들어주는 방식이라 푼다는 표현이 적절한지는 모르겠지만, 아침에 10분 정도만 시간을 내면 할 수 있는 분량이라 힘들지 않고 딱 좋아요. 그리고 이제 아침 편지를 쓸 시간입니다.
어제는 날씨가 정말 좋았거든요. 일 년에 며칠 만나기 어려운 상쾌하고도 적당한 기온에, 미세먼지도 나쁘지 않았어요. (좋았다는 건 아니지만요.) 그래서 오랜만에 운동하러 걸어가야겠다 생각했지요. 아침 루틴을 마치고, 집안일도 해놓고, 피아노 레슨을 다녀왔어요. 점심으로 시금치 페스토 파스타를 해먹은 뒤 캡슐 머신으로 커피를 내려 텀블러에 담아 가방에 넣고, 가벼운 운동복을 입고, 자외선차단제를 얼굴에 발랐습니다. 우리집에서 운동을 다니고 있는 센터까지는 버스를 타고 갈 수 있는데, 도어 투 도어로 약 30분 정도 걸리는 거리입니다. 걸어서 가면 1시간 20분 정도 걸리더라고요. 너무 추울 때나, 비가 올 때, 미세먼지가 나쁠 때는 걷기 어렵기 때문에 이런 날은 놓치면 안됩니다.
봄부터 초여름까지는 세상이 더 아름답게 보여요. 집을 나서자마자 맞은 편 건물에 자주색 목련이, 조금 더 걸어가면 벚꽃을 만날 수 있습니다. 물론 여기는 서울이니까 아쉬운 부분도 많아요. 나는 지난 2년 간 주말부부로 지내며 고향에서 살았는데, 업무 특성 상 그 지역에서도 특히 더 시골인 마을을 다녔거든요. 출장 중에 만나는 봄 풍경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모릅니다. 빽빽한 건물들 사이에 한 두 개 꽃 나무를 발견하는 이 곳의 봄과는 또 다른 모습이지요. 지난 2년 간 그곳에서 만난 꽃들이 평생 내가 만난 꽃들의 종류보다 더 많았을 것 같아요. 특히 어느집 마당에서 20년 된 서부해당화 나무를 만났을 때는 내 평생 가장 황홀한 기분을 느꼈답니다. 나무를 보고 반한 건 처음이었어요.
사람이 별로 없는 우리 동네를 지나, 나무 하나 없이 낮은 건물이 빽빽한 옆 동네를 지나고, 이번엔 고층 건물에 둘러쌓인데다가 사람이 많아도 너무 많은 동네를 지나서 갔습니다. 적고보니 봄 나들이 느낌이 전혀 없는 길이었네요. 그래도 뭐, 괜찮습니다. 40년 된 낡은 연립주택 사이에 핀 목련도, 지하도 지상도 아닌 자리에 핀 벚꽃도 봤으니까요. 사실 운동을 가는 길 말고 다른 길로 가면 우리 동네 최고 벚꽃 명소가 있습니다. 거긴 주말에 남편과 함께 가려고 아껴놓고 있어요. 오늘 밤이나 내일 아침 일찍, 사람들이 몰리기 전에 다녀오려고요. 일단 오늘은 꽃 말고 또 다른 재미있는 구경을 하러 가는데요. 다녀와서 또 알려드릴게요! 그럼,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