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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거울 Apr 09. 2024

흥미진진

아침편지 19



종이로 만든 부처님 나무, 불교 아트 페어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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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쾌한 월요일 아침입니다. 주말을 어떻게 보냈나요? 주말 내내 나의 SNS에는 온통 벚꽃 사진이 넘쳐났어요. 모두 가족, 친구, 애인과 꽃놀이를 떠났더군요. 저도 물론 실컷 꽃놀이를 즐겼답니다. 금요일에는 혼자 양재천에서, 토요일에는 배우자와 안산에서 벚꽃을 봤지요. 주말 내내 재미있게 노느라 아침 편지는 한 장도 부치지 못했답니다. 그렇게 재미있게 논 이야기는 오늘, 내일 차차 들려드릴게요.

  금요일에 불교박람회에 다녀왔습니다. 박람회 소식을 어디에서 들었는지 기억은 잘 나지 않지만, 한 달 전 쯤 알게되어 웹사이트에서 미리 사전예약까지 해두었어요. 뭘 하는 지, 뭘 볼 수 있는지도 몰랐지만 그냥 재미있을 것 같아서 가고 싶었지요. 아참, 나는 불교신자는 아닙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대다수의 한국 사람처럼 불교에 익숙한 무교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엄마가 절에 다니시거든요. 엄마는 매년 나를 위해 등을 달고, 자주는 아니지만 1년에 3~4회 정도, 특히 부처님오신날에는 꼭 절에 가십니다.

  박람회는 3호선 학여울역에 있는 SETEC에서 열렸어요. 우리집에선 1시간이 넘게 걸리는 꽤 먼 거리지만, 지하철이 많이 붐비지 않아서 힘들지 않게 갈 수 있었습니다. 편안한 옷과 신발 차림, 간식으로 시원한 커피에 오렌지까지 챙겼더니 꼭 소풍가는 기분이 들었어요. 은근히 설레는 마음, 벌써 즐겁습니다. 인파를 피할 요량으로 일찍 출발해서 입장이 가능한 오전 10시에서 15분 쯤 지난 때에 전시관에 도착했어요. 금요일이긴 하지만 그래도 평일이니 아주 복잡하지는 않을거라고 생각했지요. 그런데 역시 다들 너무 부지런합니다! (물론 오후에는 이보다 훨씬 사람이 쏟아졌지만) 이른 시간에도 사람들이 꽤 많았어요.

  알고보니 불교박람회, 여기가 아주 핫플레이스였습니다. 매년 열렸지만, 젊은 세대의 관심을 끌기 시작한 건 1~2년 쯤 됐다고 해요. 재미있는 시도를 정말 많이 하더라고요. 실제로 가보니 친근하고 재미있게 대중에게 특히 젊은 세대에게 다가가려는 불교계의 노력이 느껴졌어요. 코미디언의 ‘스님 부캐’에 ‘뉴진스님’이라는 그럴듯하면서도 재미있는 법명을 붙여주고, EDM과 랩으로 방방 뛰고 소리지르는 공연을 하고요. ‘사랑아 부처해’, ‘응~ 수행정진하면 돼‘ 같은 요즘 밈에 뒤처지지 않는 신조어 문구로 티셔츠도 만들어 팔아요. 친근하게 다가가는 건 좋지만, 너무 희화화 되는 게 아니냐는 걱정을 하는 사람도 있는데(내 친구가 그런 걱정을 하더라고요.), 고상하게 아무도 찾지 않는 죽어가는 종교가 되는 것보단 조금 웃겨지고 사람들이 찾는 종교가 되는 게 더 낫다는 판단을 한 것 같습니다.

  온갖 종류의 차를 팔고, 찻잔도 팔고, 승복도 팔고, 생활한복도 팔았어요. 난방, 전기 공급이 어려운 암자에서 수행하는 스님들을 위한 알루미늄 열선, 파워뱅크도 있었고요. 정말 없는 게 없더군요. 방향제 종류도 많아서 나는 침선향을 하나 샀답니다. 먹을 것도 많았어요. 전시장 바깥에 템플 푸드라고 먹을 것을 파는 곳을 따로 준비해두었더라고요. 식사 대신 요기할 떡볶이나 부침, 김밥을 팔고 있었고 (휴대용 버너라 화력이 약한 탓에 맛은 별로라고 했어요.) 풀무원 같은 채식 간편식을 판매하는 브랜드에서도 참여했습니다. 당연히 온갖 진액, 가루도 팔았어요. 아참, 가상현실 기술을 활용한 불교 메타버스 기념관에 관한 부스는 정말 흥미롭더라고요. 스님들이 메타버스 기념관 건립에 관한 설명을 듣고 계신 걸 보면서, 요즘 불교 정말 힙하다! 또 한 번 감탄했답니다. 명상, 싱잉볼, 요가, 선무도, 연등만들기, 심지어는 임종체험까지 해볼 수 있는 체험형 부스도 정말 많았습니다.

  가장 좋았던 건 ’불교아트페어‘를 함께 볼 수 있었던 겁니다. 거대한 부처님 조각상부터 작고 귀여운 불교 이미지를 활용한 MD까지 보고 즐길 게 많았어요. 감탄이 나오는 작품들이 많이 전시되어 있었고, 마음껏 사진을 찍고 둘러볼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불교박람회라서 더 그랬는지 몰라도, 각 부스의 직원들과 관람객들이 모두 친절하고 여유가 있어서 더 좋았고요. 우아하고 신비로운 분위기의 거대 불상을 보며 마음이 경건해지고, 초콜릿으로 만든 불상을 보면서는 재미있고 친근한 느낌이었습니다. 재미있을 것 같다고 예상하고 왔지만 생각보다 더 좋았어요. 사전예약을 했던지라 공짜로 입장했는데, 이걸 공짜로 즐긴 게 미안한 마음이 들 정도였답니다. 그래서 비구니 스님들을 위한 복지기금 후원으로 소액이나마 마음을 보탰습니다.

  1, 2관을 둘러보고 점심을 먹고 3관까지 둘러본 뒤 오후 2시 쯤 전시관을 나왔어요. 그런데 와, 전시관 앞이 그야말로 문전성시! 사람들이 얼마나 많던지요. 지하철역 입구에서도 계속 젊은이들이 쏟아져나왔습니다. 아침 일찍 오길 잘했다 싶더라고요. 온갖 안내책자와 스티커, 명함, 휴지까지 야무지게 잘 챙겨서 다시 지하철에 몸을 실었습니다. 집에 오는 길에 아까 받은 포스트잇을 보는데, 거기 ’대한불교조계종 출가상담전화‘라고 적혀있었습니다. 조계종 뿐만 아니라 태고종, 천태종 등 다른 종파들도 행사에 참여했지만, 주최한 건 조계종입니다. 불교계가 진짜 열심히 하는구나 싶었습니다. 나는 계속 생각만 하고 선뜻 가진 못했던 템플스테이를 그 날 집에 오자마자 예약했답니다. 박람회의 효과가 크죠? 그럼, 오늘도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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