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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khyun Jun 08. 2024

독일편-낯선땅에서 배운 것들

내가 손님을 대하는 자세

누군가가 말하기를 가족도 손님처럼 대하라는 말이 있다. 그건 손님처럼 예의를 갖추어 대접하라는 말이 포함되어 있으리라.


나는 12년을 해외 살이 하며 손님을 대접하기 위해 음식을 하고 세팅을 하는 일이 많았다. 그래서인지 나는 햇살이 좋은 날은 그곳의 친구들이 늘 그립다.  

   

나는 가끔 친구들을 초대 할 때면 테이블 보는 최대한 식기들이 돋보이게 상아색 천으로 준비했다. 그래도 단색인 상아색 위에 약간 두드러진 고풍스러운 무늬들이 같은 색으로 수 놓아져 있으면 더욱 고급스럽다.     

초대 손님이 몇 명인지와 테이블 모양에 따라서도 세팅이 달라진다. 이 사진에서처럼 사각 형의  테이블 일 경우는 중앙에 티 주전자를 놓는 게 좋다. 왜냐하면  차 마시는 오후 시간에는 창 밖 정원의 꽃들과 나무들이 보여 테이블 위에 센터피스를 장식하지 않아도 좋다.


이건 내 나름의 스타일이다. 나는 늘 손님이 눈으로만 화려한 상차림이 아니라 편안한 분위기 속에서 그 시간을 즐기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준비했다.    

 

중앙에 티 주전자가 놓이고  탁자 주위에 찻잔과 디저트 접시를 겹쳐 세팅해 놓는다. 왜냐하면 차를 먼저 마시며 서로 안부를 묻고 짧은 대화를 나누는 시간을 갖기 위해서이다.

그리고 이어서 내가 만든 케이크나 디저트류의 큰 접시를 가운데 놓고 조각낸 케이크를 제공하기 시작한다.      

물론 테이블 오른쪽에 잘 다려 돌돌 말아 냅킨과 냅킨 링을 찻잔과 접시의 색들에서 골라내어 장식해 준다. 그리고 찻잔의 숟가락은 접시가 장식된 위쪽에 놓는다. 디저트 숟가락을 놓는 위치는 내가 한국 학교에서 배운 나이프나 포크의 위치와는 다르다.      


독일 친구들의 집에 초대되어 갔을 때마다 그들은 디저트 숟가락을 항상 접시가 놓인 상단에 세팅했다. 그때 배운 습관 때문인지 지금도 그렇게 놓는다. 나는 잘 구워진 케이크를 접대한 후 손님들에게 차나 커피를 더 원하는 사람이 있는지 살핀다.


사실 차 마시는 시간에서 내가 더 살짝 손님들을 위해 준비하는 것 중 하나는 설탕의 종류 중 설탕의 결정체가 잘 보이는 막대로 된 설탕을 준비하는 것과 금방 거품을 낸 우유나 유당 분리 유제품을 준비해 놓거나 아몬드 우유를 준비해 놓는 것이다. 가끔 하얀 각설탕에 예쁜 꽃을 새겨 준비한 적도 있었다.

이런 디테일 하나로 조금은 추억에 남을 차 마시는 시간이 되었던 것 같다.   

   

유럽 대륙은 정말 여름이 환상적이다. 아무리 해가 쨍쨍한 더운 날씨에도 나무 그늘에 앉아 있으면 서늘한 바람이 금세 땀을 식혀 주었다. 여름에는 저녁 10시가 되어도 한낮처럼 환한 그곳에 다시 가면 친구들과 이젠 차가 아닌 술 한잔하고 싶구나.

     

나의 부침개를 좋아했던 Joe가 생각나는 밤이다. 그녀는 아일랜드가 친정이었고 나는 한국이 친정인 두 여자는 가끔 서로의 고향에서 가져온 음식들을 나눠 먹었었지.

     

지금도 나는 Joe를 생각하면 웃음이 난다. 그녀가 늘 친정 아일랜드에서 가져온 마멀레이드와 홍차를 마시며 했던 얘기가 생각이 나서이다.' 독일의 마멀레이드는 맛이 없어'라고 말하며 아일랜드 친정에서 가져온 걸 먹으며 미소 짓던 그녀가 문득 떠올랐다. 지금 생각해 보니 그건 그녀도 나도 고향이 그립다는 뜻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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