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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e Nov 01. 2024

나의 동무와 멍

멍멍이와 멍 때리기 산책자

나는 매일 산책을 한다. 그녀와... 그녀의 이름은 코코다. 11년째 동거 중인 반려견이다. 2013년 6월 30일 독일 작은 마을에서 태어나 그해 8월에 독일견 엄마와 생이별을 하고 우리 가족에게 입양이 된 녀석이다. 여름에 태어나 그 해 늦은 가을에 유치원에 입학했으나 부적응과 불안정 애착을 이유로 자퇴를 했다. 녀석은 나의 팔을 베개 삼아 턱을 걸쳐야만 잠이 드는 습관 때문에 나의 애착 인형이 되어 버렸다. 그녀의 정수리에서 나는 누룽지 냄새는 수면 테라피 오일이 된 지 오래다. 우리는 비 오는 날을 제외하곤 아침 산책을 함께 하는 사이다. 산책하기 좋은 계절인 가을이 되면 마른 낙엽이 푹신하게 쌓여 있는 곳으로 일부러 걷는다. 낙엽들 사이에 숨겨놓은 간식이라도 있는 듯 킁킁대며 이리저리 발걸음을 콩콩대는 녀석을 보고 있노라면 아장아장 걷는 아가들의 발걸음처럼 느껴진다. 코코는 뭔가에 집중을 하면 내가 아무리 불러대도 모른 척한다. 물론 내 손에 간식조각이 있다면 상황은 달라진다. 유럽에 살 때는 목줄을 하지 않고 산책을 할 수 있어 넓은 공원이나 들판을 경주마처럼 달렸었는데 한국에 돌아온 뒤로는 짧은 목줄을 한채 산책을 하게 되니 녀석이 자주 안쓰럽다. 우리는 30분 천천히 걸으며 킁킁 풀 테라피를 즐기고 멍 때리기를 할 때가 많다. 멍 때리기 좋은 장소는 높은 언덕을 선택하고 평평한 의자 모양처럼 생긴 바위에 앉아 하늘을 쳐다보는 걸 좋아한다. 여름의 햇살이 뜨거울때라면 나무들 사이 잎들이 무성한 우리들만의 아지트에 숨어들어 서 있기도 한다. 가끔 인기척이 들리면 멍멍을 외치는 통에 멍 때리기는 끝이 날 때가 많다. 그래도 생각 비우기 시간에 함께 하는 멍멍이 코코가 나를 제일 잘 아는 동무일지도 모른다. 멍멍 멍 때리기 커플은 오늘도 아침을 함께 걷고 침대에서 뒹굴 뒹굴 중이다. 사랑해를 매일 말하는 견주에게 너도 사랑해라고 말할 때가 되지 않았니?라고 물어 본다. 녀석의 까맣고 빛나는 눈동자에 내 얼굴이 가득 비친다. 그것만으로 사랑의 표현은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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