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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e Jul 14. 2024

펠릭스 발로통-은둔의 시간

은둔의 시간 삶의 기쁨

은둔의 시간은 삶의 지혜를 준다.

오늘은 일요일이다. 주말은 무조건 쉬어야겠다는 생각만으로는 충전이 되질 않는다. 그렇다 생각은 다시 생각을 낳을 뿐이다. 나는 이럴 때 은둔의 시간을 찾는다. 그것만이 내게 쉼을 제공한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멍 때리기 좋은 시간을 찾는다는 뜻이다. 나에게 새벽 산책은 그런 시간이다. 마음의 찌꺼기를 밖으로 흘려보내며 다시 내가 살아갈 힘을 얻는다. 누구의 목소리도 들리지 않고 오직 내 맘의 목소리만 들을 수 있다. 걷고 걷는 시간 속에 자연 속 친구들을 만난다. 새소리 바람 소리 풀벌레 소리가 계절별로 나의 귀를 거쳐 내면까지 청소해 준다. 그 어떤 명의의 처방보다 내겐 명약을 제공한다.  

   

이른 아침은 모든 것에게 감사라는 단어가 참 잘 어울린다. 걷는 여유의 시간에 감사 걷을 수 있는 건강에 대한 감사 평화로운 일상을 누릴 수 있는 나라에 살고 있음에 감사이다. 누구나 힘들고 지치고 나를 자책하며 사는 날이 더 많을지도 모른다. 그런데도 나를 다독이며 살아야 하는 이유는 내가 살아있기 때문이다. 

    

삶에 기쁨을 찾아야 하는 이유

이 그림을 처음 본 순간 떠오르는 음악의 가사가 있다. 자연스럽게 내 입에서 흘러나오게 된 노래 1980년 MBC 대학 가요제라는 티브이 프로그램에서 그룹 <샤프>가 부른 <연극이 끝나고 난 뒤>라는 제목의 노래였다. 이 문장을 읽는 순간 음악의 가사가 떠오른다면 아마도 중년의 나이가 되었을 것이다. 나도 50대가 올 줄은 몰랐다. 그림을 보다가 작가가 몇 살에 이 그림을 그렸을까? 하고 연도를 계산해 보니 그도 53세라는 중년의 나이였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매일 뜨고 지는 자연의 현상을 보며 나이를 생각하게 된 건 좀 웃프다. 윤여정 배우님이 노을을 보며 했던 인터뷰도 생각이 났다. “젊었을 땐 노을을 보면 슬프지 않았어. 그런데 70대가 되고 나니 너무 슬픈 거야. 붉게 타올라다가 금방 사라지는 걸 보는 게 슬퍼.”라고 말했다. 그 순간 나도 비슷한 감정이 들어섰는지 울컥한 감정이 올라와 눈물이 핑 돌았던 기억이 난다.  

    

삶의 유한함을 가끔 아니 자주 잊고 사는 나는 철이 덜 난 사람인가? 싶기도 하다. 아직은 내 삶의 기쁨을 찾아 견디는 것이 나를 지탱해 준다고 굳게 믿고 싶다. 누구나 한 번뿐인 인생이라는 말을 하며 각자의 삶을 충실히 살아보려 애쓴다. 그 애씀을 아무도 알아주지 않더라도 사는 동안 내게 삶의 기쁨을 선물로 주고 싶다.      

삶의 기쁨을 함께한 친구

내가 추억하는 아름다운 호수 색은 스위스 여행에서 본 색이었다. 아이와 호들갑을 떨며 기차 창문 너머로 보이는 하늘색은 내가 본 가장 신선한 공기와 맞닿은 색이었다. 정수기를 거쳐 먹을 필요가 없는 가장 청정한 물의 색이었다고 기억한다. 삼십 대 중반의 철없는 엄마와 어린 딸은 감탄하며 한참을 멍하니 풍경을 감상했다. 기억이 또렷이 남아있는 걸 보니 젊은 날의 나는 기쁨을 표현하는 그런 사람이었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림 속 호수인지 바다인지 알 수 없는 저 끝없는 공간에 비친 오렌지빛 또한 그날처럼 내게는 위로가 되었다. 한 장의 그림으로 나만의 산책도 하고 삶의 기쁨을 주었던 어느 날도 생각이 났다.


글을 쓰고 있는 내 방 창 너머에는 엊저녁 펑펑 내렸던 눈이 거짓말처럼 녹아 있는 풍경이 그리고 반려견 코코가 좋아하는 햇살이 한가득하다. 코코의 숨소리와 가끔 들리는 코 고는 소리가 행복하다. 그림 속 일몰도 오늘의 한낮 시간도 내겐 모두 은둔의 시간으로 충전된 가장 좋은 배터리가 된듯하다.


정신없이 바빠 피곤함에 쪄 들린 내 영혼까지 맑게 해 준 이 그림이 가끔 나에게 은둔의 그림이 될 것만 같다. 나만의 공간이 없어도 이 그림 한 장만으로도 나만의 공간을 만들 수 있을 것 같다.    


펠릭스 발로통, 1918


 #펠릭스발로통#미술치유에세이#치유작가박숙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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