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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혜령 Dec 23. 2015

'여자의 적은 여자인가'
칼럼을 읽고.    

http://kr.wsj.com/posts/2013/03/04/%EC%A7%81%EC%9E%A5-%EB%82%B4%EC%97%90%EC%84%9C-%EC%97%AC%EC%9E%90%EC%9D%98-%EC%A0%81%EC%9D%80-%EC%97%AC%EC%9E%90/?mod=WSJKor__newsreelhttp://kr.wsj.com/posts/2013/03/04/%EC%A7%81%EC%9E%A5-%EB%82%B4%EC%97%90%EC%84%9C-%EC%97%AC%EC%9E%90%EC%9D%98-%EC%A0%81%EC%9D%80-%EC%97%AC%EC%9E%90/?mod=WSJKor__newsreel 


'여자의 적은 여자인가?' 라는 제목의 기사를 흥미게 읽었다.

'못된 여자상사를 만났을 때와 못된 여자부하를 만났을 때 그들은 다른 남자에게는 그렇게 행동하지 않으면서 같은 여자에게 날선 반응을 보이는가?'를 

'여왕벌'이라는 심리학 용어를 빌어 심리학자가 기고한 글이다.


다소 아쉬웠던 부분은 '남성들도 다르지 않다. 왜 여성이라고 똑같이 하지 못하는가' 라는 마지막 부분인데 좀 더 저자의 설명을 듣고 싶었으나 분량 때문인지 급 마무리된 감이 없지 않다. 좀 더 궁금하면 저서를 읽어야 할 듯. 


왜 여성들은 같은 여성과 연대를 하지 않고 서로 경쟁자로 삼는가?

특히 남성이 대다수를 차지하고 그들이 룰을 만드는 비즈니스 사회에서 소수끼리 왜 연합하지 않는가?


여러가지 답이 가능하겠지만 일단 이 글의 관점이 수평이 아닌 수직관계에서의 연대를 이야기하고 있으니 나도 그 관점에서 생각을 전개하고자 한다.  

여기에서 말하는 '여왕벌 신드롬(여왕벌이 벌집 안에서 유일한 권력을 갖는 것처럼 여성 리더가 조직 내에서 쌓아올린 자신의 권위를 다른 여성과 나누고 싶어하지 않는 성향)’ 은 결국 조직 내의 영향력을 놓치고 싶어하지 않는 심리라 할 수 있다. 


사실 이는 조직에서 여성에게 허락된 탑 포지션이 극히 한정적이라는 것과 연관이 있다. (개인적으로 미디어를 통해 얼핏얼핏 드러나는 개그맨 사회에서의 여성들의 위계질서를 흥미있게 보고있는데  이중 이중L모씨를 보면 이 여왕벌이 생각난다. 대중에 대한 영향력은 줄어가도 조직 내에서는 놓치고 싶지 않은 여왕벌의 자리. 

결국 일벌들이 이런 영향력도 만들어주는 것이긴 하다만, 품위있게 '대비'의 자리로 물러나지 않고 현직 여왕으로 있으려는 모습이 구닥다리 정치인처럼 그닥 좋아보이지는 않는다는...)

 

 대한민국에서 아직 여성들에에게 임원의 자리를 주는 기업은 많지 않다.

미디어의 호들갑을 통해 마치 여성 임원들의 숫자가 많은 것처럼 착각을 일으키기는 하지만 아직은 몇 개만 '허락'해주는 상황이다. 한 조직에 남성의 숫자가 많은 것에 대해서는 아무 의문을 품지 않으면서 ,여성의 숫자가 많아지는 것에는 민감하게 반응하는 곳이 대한민국이다.(사시와 초등학교 교사의 여성 비율이 항상 도마에 오르는 것을 보라) 늘어나는 여성의 숫자에 대해 무의식적으로 불안감을 느끼는 보수층에서 할 수 있는 것은, 그들에게 주는 '자리'의 제한이다.


남자 여자를 떠나 자리가 하나 밖에 없다면. 그렇다면 본능적인 생존감으로 당연히 바로 밑의 후배를 경계하지 않을 수 없다. (자리뺏기 게임을 생각해보라. 누가 타인을 고려하는가)

즉, 여성이라서 적이 아니라, 내 위치를 위협하기 때문에 적으로 간주하는 것이다. 


이 대목에서 잠깐, 여성 후배들도 좀 스마트해지기를 권한다. 여성 상사가 올라가는만큼 당신들의 앞날도 달라진다.전심으로 협력하면 더 좋겠지만 그것이 어렵다면 속마음이야 어떻든 겉으로라도 협력하는 모습을 보여라.

대다수의 남성 후배들은 속 마음이야 어떻든 여성 상사라고 해서 비협력적으로 굴지 않는다. 상사니까, 즉 조직의 룰을 따르는 것 뿐이지 개인적으로 여성 상사를 더 선호해서가 아니다.


그러니 괜히 개인적인 속마음을 드러내어 남자들에게 '여성의 적은 여성', 아무리 잘나도 '계집애'일 뿐이다라는 그들의 고정관념을 강화시키지 말라. 그들은 여성을 당당한 라이벌로 인정하기 보다는 폄하시키는 것을 더 편안해한다.

잠재적 라이벌들끼리 싸우고 그 중 하나가 나가 떨어지면 손안대고 코푸는 격으로 얼마나 편하겠는가.그리고 그러한 인식의 형성은 어느 한 시점, 다 후배였던 여성, 본인에게 돌아오게 되어있다.   


이와 같이 '제한된 자리에 대한 경계'가 외부적 이유라면,  심리적 이유로는 '사랑받고 싶은 (외동)딸'을 들 수 있겠다.

조직에서 승진을 하려면, 특히 여성의 경우 강력한 지위(탑경영층)의 멘토가 필요하다.이들의 변함없는 지지와 성원없이 여성리더가 자생하기는 어렵다.

대부분의 성공한 커리어 우먼들은 소위 말하는 알파걸이다. 그리고 이 알파걸들은 가족 내 아버지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고 있고 다른 가족에 비해 좀 더 유대관계가 돈독하다. 직장내 멘토는 직장 내 아버지에 해당한다. 그리고 그녀들은 아버지와 마찬가지로 이 관계에 헌신한다.따라서 이 관계에 새로운 여성이 등장한다는 것은 아버지의 사랑을 빼앗길 줄 모른다는 불안감을 준다.


남성이라도 미울 처지에, 그녀가 여성이고 또 똑똑한 후배답게 나보다 반짝인다면 

'아버지'의 사랑이 옮겨가지 않을까 불안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게다가 그런 반짝거리는 후배가 '아버지'의 면전에서 나를 무시하고 자신의 야망을 슬그머니 보인다면?  

 결국, 직장에서 생기는 문제의 이면에는 자신의 생존에 관한 절박함이 걸려있다. 

자리가 제한되어 있기에 공생보다는 경쟁을 할 수 밖에 없다.

남성의 적이 남성이 아니듯, 여성의 적은 여성이 아니다. 

직장이 생존을 위한 서바이벌 게임장이 될 때, 거기에 '성의 차이 gender difference'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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