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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혜령 Jan 19. 2017

내향적인 사람이
조직에서 살아남는 법

밖으로 향하는 사람 vs. 안으로 향하는 사람

학생들에게 ‘본인은 내향적입니까, 외향적입니까’를 물어보면 대부분 ‘외향적’이라고 답한다. 내향성을 말없음과 수줍음으로 해석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향성은 수줍음과는 다르다. <콰이어트>의 저자 수잔 케인에 따르면 수줍음은 사람들에게 인정받지 못하거나 창피를 당할까봐 걱정하는 것인데, 내향성은 그것과 상관이 없다. 내향성은 자극이 과하지 않은 환경을 좋아하는 성향을 의미한다. 


‘세 번 위대한’ 심리학자 칼 융에 따르면 외향성이란 에너지가 밖으로 흐르는 사람이고, 내향성은 에너지가 안으로 흐르는 사람이라고 한다. MBTI의 첫 번째 기준이 내향성과 외향성의 구분일 만큼, 자신의 에너지가 어디를 향하는지 알아채는 일은 자신을 파악하는 일의 가장 처음으로 꼽을 만하다. 소피아 뎀블링의 <나는 내성적인 사람입니다>책에 나타난 내향적인 사람의 특징을 간략히 정리해보면 아래와 같다. 수전 케인의 <콰이어트>에도 자기 진단표가 나와있으니 참고하시라. 


<예시>

지나치게 진지하다는 얘기를 많이 듣는다

남들이 쳐다보는 것 같아 불편하다.

생각을 입 밖으로 내어 말 하는 것이 느린 편이다. 

사람들을 만나는 것에 많은 에너지가 들어간다. 쉽게 피곤함을 느낀다.

사교성이 없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

사적 생활과 공적 생활은 구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등


자신의 외향성과 내향성을 알아보는 이유는 기업의 입장에서, 조직원으로서의 강점과 약점을 측정하기 위해서이다. 일반적으로 조직에서 선호하는 기질은 외향적인 사람들이다. 인크루트(www.incruit.com)가 트렌드모니터와 함께 직장인 1천262명을 대상으로 ‘재직 중인 회사 내에서 성공가도를 달리는 직장인의 성향’에 관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를 보면 ▲‘남성적’(78.8%)인 성격이 ▲‘여성적’(21.2%)인 성격보다, ▲‘패기’(76.0%)있는 것이 ▲‘조신’(24.0%)한 것보다, ▲‘외향적’(68.7%)인 것이 ▲‘내성적’(31.3%)인 것보다, ▲‘차분하고 냉정’(68.5%)한 성격이 ▲‘다혈질이고 화 잘 내는 성격’(31.5%)보다 성공하는 직장인의 분포가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와 같이 외향성을 성공의 한 요인으로 인식하는 반면 내향성에 대해서는 약점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 2012년 취업포털 커리어(www.career.co.kr)가 직장인 551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 한 결과, 응답자의 63.5%가 자신을 구조조정 대상으로 생각해본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그 이유(복수응답)는 ‘상사와의 마찰’이 43.4%로 가장 많았고, ‘좋지 않은 업무실적’ 30.9%, ‘내성적인 성격’ 26.3%, ‘낮은 인사고과’ 18.9%, ‘결혼 및 출산 등 개인상황’ 15.4% 등이 있었다. 내성적인 성격 그 자체가 조직생활에서는 불리하다고 인식하는 것이다. 


앞의 소피아 뎀블링에 따르면 내향성에는 ‘발산하는 내향성’과 ‘수렴하는 내향성’ 두 가지가 있다. ‘발산하는 내향성’의 예로는 술자리에서 많은 말을 하지도 않지만 여럿이 있는 분위기를 즐거워하며 끝까지 따라가는 타입을 들 수 있겠다. 그들은 겉으로 표현을 하지는 않지만 관계를 즐긴다. 반면 ‘수렴하는 내향성’은 ‘의무방어시간’이 끝났다 싶으면 철수하고 싶어한다. 이는 모임에 참석한 사람들을 좋아하는가 싫어하는가의 여부와는 상관없다. 그저 에너지가 방전되었기 때문에 채우고 싶은 것뿐이다. 발산하는 내향성은 친절하기에 조직 내에서 이용당하기 쉽고, 수렴하는 내향성은 고립되기 쉽다. 내향적인 사람들은 기업이라는 집단 시스템 내에서 지불해야 할 것이 많다. 


고용자의 입장에서 ‘외향적’이란 ‘자신을 잘 표현하는, 그래서 무슨 생각을 하는지 쉽게 알 수 있는’을 의미한다. 외향적인 사람들은 속에 있는 생각을 즐겨 표현하고 나누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에 조직의 입장에서는 ‘알기 쉬운’ 사람이다. 조직원이 어떤 생각을 하느냐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 무슨 생각을 하건-회사를 열심히 다녀야겠다는 생각이건 회사를 그만두겠다는 생각이건-그것을 표현하기만 하면 괜찮다는 입장이다. 조직은 일단 입 밖으로 고민을 표현하면 그것이 일이건 개인적인 것이건 대부분 대화와 같은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원만히 해결할 수 있다고 ‘믿는다’. 그러나 그런 생각을 입 밖으로 표현하지 않으면 조직원이 회사에 불만을 가지고 있는지, 개인적인 고민이 있는지 혹은 일이 잘 되고 있지 않은 상황인지 알 수가 없다. “쟤는 무슨 생각을 하고 사는지 모르겠어”는 결코 긍정적인 신호가 아니다. 이는 해당 조직원에 대한 관리가 어렵다는 점을 암시한다. 


하지만 내향적인 사람들이 말을 쉽게 하지 않는 이유는 조직에 불만이 많다거나 감추고 싶은 사연이 많아서가 아니다. 그저 생각이 많을 뿐이다. 생각이 많다 보니 이야기를 꺼낼 적절한 타이밍을 놓치기도 하고, 때로 자신의 생각이 내부에서 서로 다투느라 쉽게 말을 꺼낼 수 없다. 거기에다 기본적으로 관계에 대한 열망이 크지 않아 이런저런 사교행사에 잘 참석하지도 않는다면? 그야말로 ‘속을 알 수 없는’, ‘음침한’, ‘대인관계가 좋지 않은’, ‘외톨이’인 사람으로 오인 받을 수도 있다. 그리고 조직은 이러한 사람을 불편해한다. 


시갈 바르세이드 와튼스쿨 교수와 하칸 오즈세릭 캘리포니어 주립대학교 교수의 공동연구조사에 의하면 외톨이 직원이 늘어날수록 기업의 생산성은 줄어든다고 한다. 여기서의 외로움(loneliness)란 때로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도 있는 고독(solitude)나 우울(depression)과 달리 대인관계에 영향을 주는 것은 물론 적대감, 부정적 성향, 우울, 근심 등을 증폭시키고 협동심을 떨어뜨린다고 한다. 실제 ‘군 총기 난사 사건’이나 ‘여의도 직장인 사건’을 생각해 보면 고개가 끄덕여진다.


가장 중요한 사실은 이러한 개인의 외로움이 조직 내에 전염성을 갖고 있고, 그래서 조직전체의 효율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점이다. 이쯤 되면 조직이 왜 외향성 선호 경향이 있는지 이해될 것이다. 상사가 아랫사람을 야단을 친 후 왜 술 한잔을 권하겠는가. 이는 서로의 틀어진 감정을 입 밖으로 내어 풀기 위한 화해의 몸짓이다. 술을 마시면서 이야기를 하면 모든 오해는 풀리고, 상처받은 감정은 아문다(라고 윗사람들은 믿고 있다).


갈등 후의 수습을 술에 의존한다는 면에서 조직은 남성 직원을 여성직원보다 좀 더 편안해 하는 경향이 있다. 기사에 따르면 4대 그룹의 남녀 직원 현황은 약 80:20의 비율로 남성 직원의 비율이 훨씬 높다. 조직의 고위직 또한 대부분 남성이다. 그들은 같은 남성 부하에 대해서는 학교와 군대생활을 통해 이렇게 다루어도 괜찮다는 경험치가 있다. 그러나 아직도 여성 부하는 어떻게 다루어야 할 지 ‘잘 알 수 없는’ 존재이다. 학창시절 여성과 동등하게 일을 해본 경험이 없는 사람, 남성이 많은 숫자를 차지하는 제조분야의 회사일수록 더욱 그렇다. 거시적으로 조직의 다양성과 평등은 지향해야 하는 옳은 방향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당장 조직관리를 맡은 입장에서는 낯선 여성 인력은 굉장히 부담스럽고 조심스러운 대상일 수 밖에 없다. 부담스러운 대상을 굳이 자신의 조직에 두고 싶어하는 사람은 없다. 그러니 조직의 장의 눈으로 자신을 살펴보아야 한다. 자신이 내향적인 사람이고 거기다 여성이라면 조직의 특성을 감안하여 의도적으로 나 자신을 개방하기 위해 노력할 필요가 있다. (안다, 먹고 살기 힘들다)


또한 조직에는 승진제도가 있다. 승진은 두 가지 요소로 결정되는 데 일에 대한 성과는 물론이요 주변 사람들이 자신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주변의 평가도 영향을 미친다. 타 부서와의 협력이 매끄러운지, 커뮤니케이션을 잘 하고 있는지, 상하좌우의 관계 등이 리더로 승진하기 위한 주요 평가 항목이다. 이런 면에서는 깊고 좁은 관계를 지향하는 내향성 직원보다는 낯선 이와의 만남도 즐기는 외향적 직원이 아무래도 상사의 눈에 띄기도 하고 평가 면에서도 유리하다. 콰이어트의 저자 수전 케인의 인터뷰 기사에 이와 관련한 흥미 있는 대목이 나온다. 그녀가 인용한 애덤 그랜트 펜실베이니아 대학 교수에 따르면 미국은 관리자와 임원의 96%가 외향적인 성격 특징을 보인다고 한다. 특히 직급이 올라갈수록 외향성이 강화되어 일선 관리자들은 36%만이 높은 수준의 외향성을 보이지만 중간 관리자는 이 비율이 41%, 임원은 52%, 최고위급 임원에서는 60%에 이른다고. 


그렇다면 내향적인 사람들은 조직생활에서 어떤 비전도 없는 것일까? 이 지점에서 참고해 볼만한 사례가 제일기획의 최인아 전 부사장(현 상임고문)이다. 그는 대표적인 내성적 리더쉽의 성공 사례로 꼽힌다. 그가 제일기획의 상무로 승진했을 때 이화여대 행정학과에서 그의 리더쉽을 분석한 바 있다. 주목할 만한 것은 그의 성격이 ‘내성적이고 비사교적이어서 인간관계의 폭이 좁다’라는 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조직의 정점에 올라섰다. 그 자료에 의하면 최인아 리더십의 핵심은 ‘성과를 최우선으로 하는 (여성적) 프로페셔널리즘’이다. 또한 ‘차갑다’는 평을 들을 만큼 사사로운 개인사정을 봐주지 않고, 오로지 과업 중심의 인간관계를 추구한다. 권력은 전문성에서 나온다는 말을 실감케 한다고 한다. 


즉 그의 성공은 철저히 전문성(그는 카피라이터 출신이다)에 기반한 것이며, 이는 그가 근무하는 회사가 일반 기업이 아닌 전문 에이전시(광고 대행사)라는 점에서 가능했다고도 볼 수 있다. 이후 그는 2009년 12월에 삼성그룹 최초의 여성 부사장으로 임명되었으나, 2012년 12월 3년 만에 경영관리에서 물러나 상임고문이 된다. 광고제작 업무에 자문을 하는 일로 되돌아 온 것이다. 어쩌면 부사장으로서 그가 감당해야 하는 경영관리와 공식적인 관계, 사내 정치 등은 그의 기질에 맞지 않았을 수도 있지 않을까, 어디까지나 개인적으로 조심스럽게 추측해본다. 어쨌거나 이러한 그녀의 행보는 내향적인 사람들에게 많은 시사점을 주고 있다. 


내향적일수록 깊이 있게 파고드는 자신의 성향을 활용하여 철저히 전문성을 추구해야 한다. 회사에서 커리어 트랙(career track)을 선택할 수 있다면 관리직 보다는 전문가로서의 성장을 택하는 편을 더 고려해 봄직하다. 관계에 의해 평가 받는 자리보다는, 숫자와 같은 지표로 평가 받는 자리가 더 편안할 수도 있다. 사람들은 보험영업과 같이 낯선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세일즈를 하는 직업은 외향적인 성격이 유리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삼성화재가 조사한 우수 보험설계사 성공 DNA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의외로 자신이 특히 자신이 외향적이라는 응답자는 27.6%에 불과했는데 내성적이거나 중간이라는 답변은 각각 34.8%, 36.8%로 70% 이상이 자신을 내성적이거나 평범한 성격으로 소개했다. 


내향성과 외향성은 타고난 기질이지 본인이 선택할 수 있는 사항이 아니다. 따라서 자신의 기질을 제대로 파악하고 그 기질과 적합한 맞는 업무 분야나 회사를 골라야 한다. 여러분은 밖으로 향하는 사람인가, 안으로 향하는 사람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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