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의 여백들은 자연 그 자체로 찬란하게 얽힌 에너지가 가득하던 습지 숲과는 분명이 반대되는 모습이면서도 이상하게도 그 에너지의 수준이 다르지 않았다. 습지 숲이 온몸을 압도하고 휘감아오는 날것 그대로의 에너지였다면 이곳은 지극히 핵심 요소 즉 그 생명 에너지의 핵을 하나하나 극치의 아름다움으로, 사랑으로 다듬어 응축해 놓은 작품들이 모인 공간이었다.
배경을 이루는 동산, 잔디 하나하나가 그냥 이루어진 것이 없기에 그 간결해 보이는 배경 마저도 에너지를 이루고 담아내는 액자가 되었다. 액자가 곳 작품의 일부라 했다. 예술작품들이 담긴 액자가 곳 에너지 자체이기에 그 공간은 지극히 간결함에도 들여다 볼 때마다 놀라움이 느껴지는 응축된 에너지들의 집합체였다.
처음엔 아무것도 모르는 채로 이상하게 발걸음이 쉬이 떼어지지 않는 묘한 힘에 머리가 텅 비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이곳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를 알아갈수록 그것은 당연해졌다. 전해지는 에너지로 먼저 경험했기에 초월적 존재에 대한 감각으로 흥분이 밀려들었던 것 같다.
돌과 나무를 순리대로 사랑하신 분, 인간의 욕망으로 그것들을 왜곡시키지 않고 이들의 얼굴을 찾아주며, 욕망을 받아 들이되 순리대로 펼쳐 아름답고 위대한 성취로 피어난 모습, 나에게만 좋은 일이 아니라 돌과 나무, 세계인들에게까지 좋은 일로 뻗어나간 모습, 바쁘게만 살 게 아니라 내 얼굴, 내 마음에 맞는 삶을 이롭게 살고 있는지를 돌아보는 시간.
한편 오늘날의 교육은 가지치기와 교정을 상실했음을 다시 본다. 그 틈바구니에 질식해 내려온 지금 나무를 통에 다시금 교실을 생각한다. 제멋대로 자라는 아이들, 정원사의 가치를 인정하지 않는 사회와 부모, 이 사회에서의 '나' 를 다시 생각했다. 그리고 화두를 다시 떠올린다. 사명을 갖는 일, 아이덴티티를 갖는 일은 비효율적이다 못해 살아가기 위해선 불필요한 것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남의 눈에 맞추어 오로지 먹고 사는 일에만 매몰되어 사는 일이 얼마나 영혼을 가난하게 하는 가. 돌 하나 나무까지 하나하나에 사람의 사랑과 정성이 닿지 않은 곳이 없는 이곳에서 위로와 용기를 얻고 갑니다 이곳에서 받은 감동을 짧게, 또 충분이 표현할 수 없음에 제 언어의 부족함을 느낄 뿐이네요. 이루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경외감과 감사를 전하고 싶습니다.
2019. 10. 28 김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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