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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생각하는정원 Feb 06. 2019

아버지 나무를 바라보며

[ 정원이야기 ]

아버지는 왜 이렇게 힘든 일을 하셨을까! 힘든 일을 겪을 때마다 나도 모르게 혼자 던지는 질문입니다.
아버지가 하신 이 일은 아무도 몰라주는 혼자 외로운 싸움입니다.  선구자라고 해야 할까?
두루외( 제주방언 : 미친 사람)라고 해야 할까?


나는 오늘 또 이 생각을 해보게 됩니다. 아버지의 반백년 나의 30년 청춘이 녹아 있음에도 제도적, 인식, 가치의 수준에서 아직도 답답한 벽을 느끼게 됩니다. 그 어려운 과정속에서도 아버지가 버텨온 것은 누구보다도 제주를 사랑하고 나무를 사랑하고 대한민국을 사랑하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어린 시절 한일합방과 6.25를 경험하며 나라잃은 설움과 전쟁을 간접 경험하면서 배고프고 힘든 시절을 보냈던 분이십니다. 군을 제대한 후 서울에서 장사를 하시며 사람들을 만났고 외국어에 대한 아픈 경험을 절했던 이십니다. 단신으로 모든 것을 해내야 했기에 몸에 무리가 와 결국은 몸과 마음을 소진시켜 녹초가 되었던 것입니다.


그러다 제주를 만나셨습니다. 젊은 시절 짧은 시간동안 널뛰기하며 오르내리던 삶의 전쟁터에서 자연인으로
갈 수 있었고 순박한 제주분들과의 동거를 시작하게 된 것 같습니다. 그게 68년입니다.


아버지는 젊은 시절 많은 풍파를 경험한 분이기에 이곳의 풍파는 감내할 수 있었을 것이라 미루짐작
해봅니다. 옆에서 보는 나로서는 세상에 고정관념과 싸우는 모습이 너무 안쓰럽게 느껴졌고 좋아하지도 않던 일을, 몰랐던 일을, 알려주는 이 없는 일을 따라가는 것은 정말 쉽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그 시간이 30년입니다.


뒤돌아보면 아버지는 세상의 벽과 싸운 분 같습니다. 오고가는 이 별로 없는 제주의 산간 오지인 시골인 저지를 선택했고, 오해와 편견이 많은 분재를 선택하신 것, 땅을 팔아 재산가치를 인정하지 않는 나무와 돌을 구매한 일, 그것도 모자라 온 몸이 부서져라 돌담을 쌓아 성을 만든 분이십니다. 식물원 수목원밖에 없는 나라에서 정원을 했습니다. 법에도 없던 일입니다. 가든은 고기먹는 식당으로 아는 상황에서..... 도대체 무엇을 위해 이렇게 할 수 있었을까요, 정말 이해하기 어려운 분이십니다.

  

아버지께 여쭤봅니다. 도대체 왜 이런 일을 하셨느냐고 웃으시면서 보람이라고 이야기 하십니다.
저는 할 말을 잃어버리고 맙니다. 이제 시작한지 50년이 되었고 문을 연지 30여년이 다 되어갑니다.
얼마나 변했냐구요?


정원이 소재한 저지리는 이 부근에서는 가장 부촌습니다. 아버지가 마을에 후원했던 중학교, 교회, 신협은 마을의 중심역할 하고 있습니다. 또한 저지예술 마을이 생겨 문화예술공간이 생겼고 주변의 영어교도시와 신화역공원이 들어와서 많은 환경이 바뀌니다. 주말이면 외국인들이 자전거 타는 모습이 보입니다. 정말 격세지이 느껴집니다.


환경은 바뀌었는지 모르지만 인식의 변화는 그리 달라져 보이지 않습니다. 나무를 만지는 관람객들은 많이 줄습니다. 법에도 정원법이 생겨 자기 집을 찾을 수 었습니다.


그러나 이곳에서 만나 대화한 분들은 너무나도 달랐습니다. 선진국에서 공부하고 리더의 위치에 있는 사람들은 생각이 깨어있을 때가 많았습니다. 이건 문화와 교육의 제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나라의 교육과 문화적인 벽을 여기서 절실히 느끼게 됩니다. 아버지도 이제는 정원에 오신 분들에게 설명서를 먼저 보라고 이야기 하십니다. 진실을 모르고 아는 체하는 모습속에서 잘못된 판단이 얼마나 많은 오해와 편견을 키는지 똑똑히 보게 됩니다.  


자연을 아는 것 같지만 나무를 아는 것 같지만 ..........

아버지의 바램은 대한민국의 자존심을 세우고 싶어하시는 것 같습니다. 세계 최고를 만들어 한국의 국격을 높이겠다고 하십니다. 그것이 사명이신 것 같습니다. 어느 누구도 해라는 이도 전혀 없는데,  
무엇을 위해, 누구를 위해....

지금도 아버지는 삶의 남아있는 시간동안 본인이 알고 있는 것을  정원을 더욱 발전시키고 싶어 열정을 불태우고 계십니다.


아들로서 30년동안 이끌려 왔고 할 수 없이 견뎌내야 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생각을 좀 하고 싶어집니다.
그 어려움을 같이 해 온 가족과 동료들을 챙겨보고 싶니다. 그리고 세상에 대해 아버지의 삶을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아버지가 수많은 오해와 음해속에서도 이까지 올 수 있던 것은 표현은 제대로 못하시지만 진정 사랑이 있었기 때에 가능했던 것이 아닐까 생각해보게 됩니다. 그리고 그 열정과 헌신에 의미를 알려야 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 어려울 때도 해오셨는데 지금에 상황은 감지덕지인데 말입니다. ......

그리고 이제는 나무를 사랑하고 제주를 좋아하는데, 다시 나를 이르켜봅니다. 이끌려 하는 것이 아니라
장성한 어으로서 제주를 선택하고 나무를 선택한 자로서 힘을 내야 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 생각하는정원 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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