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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생각하는정원 Feb 06. 2019

생각하는 정원의 태풍과의 전쟁

[ 정원이야기 ]

지난 태풍 솔릭 (8월 23일)의 아픈 상처를 보듬으며 새로 가을 순을 뽑아 새 출발을 다짐하고 있는데 40여일 만에 다시 찾아 오는 태풍 콩레이를 또 맞닥뜨리게 됩니다.


움직일 수도 없는 몸이기에 온갖 진액을 다 뽑아내며 버티고 버텼는데 ... 바람에 뽑히지 않도록 정원지기들은 대형 정원수들의 몸을 사방에서 묶어주고 당겨주며 일사불란하게 대비를 합니다.

혹독한 더위로 지난 여름을 보내는 것도 너무 힘들었는데 여름과 겨울에 마주하는 태풍은 몸과 마음을 지치게 만들어 버리고 있습니다. 세찬 비바람을 맞으며 태풍이 지나가길 기다립니다.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야 하니까요.  


태풍 콩레이( 10. 5 )가 낮시간부터 비를 쏟기 시작하더니 늦은 오후에는 거센 비람과 물폭탄을 쏟기 시작하며 전운이 감돌기 시작했습니다. 태풍을 대비하기위해 정원수들을 묶고 댕겨주고 분재들을 땅으로 내리고 일부는 실내로 옮겨놓았습니다. 거기까지가 최선이었습니다. 태풍경로에 대한 기상특보를 주시하며 상황을 체크합니다. 그리고 하나님께 간절히 기도드립니다. 움직일 수 없는 나무들, 소중하게 가꾸어 온 나무들을 지켜달라고 기도합니다.


10월 6일 새벽에 들리는 비바람소리를 느끼며 마음속으로 바람의 강도를 재봅니다. 제주도는 한라산이 있기에 태풍의 방향에 따라 피해가 많은 차이가 나서 피해도 무척 다르게 나타납니다. 이번 콩레이 방향은 제주도가 왼쪽에 위치해 있었기에 생각하는 정원의 입장에서는 다행히도 강바람피해갈 수 있었습니다. 더욱이 한라산이 앞을 막아주어 강한 바람을 막아주었기에 정원은 그나마 나무들이 꺽이고 부러지는 일은 없이 조용히 넘어 갈 수 있었습니다.

태풍이 오면 준비부터 복구까지 3~4일의 시간이 필요니다. 태풍이 지난 후 원상복구를 하기 위하여 두 팀으로 나눕니다. 한 팀은 정원수를 묶었던 줄들을 풀어주고, 땅에 내려놓고 실내로 옮겨 놓았던 분재들을 제자리로 옮겨놓고, 다른 한 팀은 잔디동산과 관람로를 깨끗하게 청소합니다. 낙엽도 지난 여름태풍에 많이 떨어져서인지 다행히 한 차 분량정도에 그쳤습니다. 물이 고인 호수석에서 고인 물들을 쓸고 퍼냅니다. 정원의 나무들이 정리가 되고 청소를 마치며 모두가 마지막 확인점검을 하며 정원수들을 묶어 주었던 줄들을 차에 실으며 마무리 합니다. 정원수와 분재를 묶던 줄의 양도 트럭 한대분의 양이 됩니다.복구에 꼬박 하루가 지나고 모두 녹초가 되었습니다. 허리가 끊어질 것 같은 통증도 느껴집니다. 겉보기는 지나갔지만 태풍의 흔적과 상처는 쉽게 남아있을 것입니다. 청소하고 정리된 정원은 최상의 상태가 되어 무척이나 고요하고 평화롭게 느껴졌습니다.


전쟁과 평화라는 영화제목이 생각납니다. 전쟁은 평화를 지키기 위해 하는 것이라는 것을....
태풍과 치열한 전쟁을 한 것 같습니다.


이파리도 열매도 비정상적인 모습. 태풍이 가져다 준 상처와 흔적이 말 못하는 나무이지만 가을 순과 가을 꽃으로, 포기하지 않는 삶에 대한 열정을 표현한 것을 보면 무척이나 힘들었음을 짐작하게 합니다.나무들은 아마도 이 태풍으로 인해 뿌리를 더욱더 내리고, 다음 해를 단단히 준비하리라 생각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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