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1113

대학수학능력시험

by 일흔의주정

11월의 두 번째 목요일은 또다시 오고야 말았습니다. 미성년의 끝이나 성년의 시작을 기념하기에는 여러모로 부적절한 날이지만, 우리는 적어도 이날을 많은 것이 달라지는 날로 인식하고 있습니다.


동시에 이날은 사회가 우리를 재단하고 있다는 것을 시리도록 아프게 느끼는 날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그동안, 그리고 앞으로 이와 같은 분필질과 가위질이 수없이 우리 위에 그어지고 가해졌음을, 또 그럴 것임을 생각하면 가슴이 답답해지는 날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기억해야 합니다. 개인의 능력을 측정하고 객관화하는 사회의 척도는 분명 사회의 입장에서는 이롭고 필요한 것이지만, 그것이 우리 자신의 척도마저 침탈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우리가 떠올리며 믿고 있는 '멋진 삶'의 모습이란 그저 인간 한 명 한 명의 얼굴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높은 곳에서야 볼 수 있는 '경향성'의 산물임을.


좋은 학벌과 많은 돈, 빛나는 명예 등은 오늘도 저 높은 곳,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우주 공간까지 뻗어나갈 정도로 빛을 내며 사회적 이정표를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땅 위에서 발을 딛고 살고 있습니다. 그 눈 부신 빛은 분명 우리에게도 보이지만, 그것이 우리가 볼 수 있는 전부는 아니라는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진실로 말하건대, 땅 위에 사는 우리가 빛을 따라 걷는 것은 그 빛을 손에 쥐기 위해서가 아닌, 서로의 웃는 얼굴을 볼 수 있는 더 밝은 곳으로 가기 위함일 것입니다.




잡설이 길었습니다. 혹시라도 오늘 시험을 마치고 오신 분께서 이 글을 보게 되신다면, 그저 이 말만을 전해드리고 싶습니다.


대학에서 수학할 수 있는 능력은, 당신 삶의 능력 중에서 극히 일부인 능력일 뿐이라고.


수고하셨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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