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최근 회사를 그만두기까지 일을 쉬어본 적이 없다. 아들이 16살이니 16년간 워킹맘이었던 셈이다.
내가 워킹맘이라서 친정 부모님께서 희생을 하셔야 했고, 그 부분에 대해서는 평생 감사하고 죄송한 마음을 지고 살 것이다.
몇 년 전 회사 동료 분과 워킹맘 관련한 이야기를 나누다가 살짝 마음이 불편했던 적이 있다. 다른 워킹맘들에게 강의 비슷한 것을 하자는 제안이었는데 나는 마음이 내키지 않았다. 물론 나도 아이가 어렸을 때는 남편이 양육에 기여하는 바가 거의 없었고 혼자 너무 힘에 부쳐서 많이 싸웠다. 하지만 나는 친정 부모님의 도움을 받을 수 있었고, 꼭 워킹맘이 아니더라도 직원 개개인이 처한 상황을 최대한 존중하고 배려해 주는 좋은 회사에 다니고 있었다. 내가 워킹맘으로서 느끼고 있는 생각을 다른 워킹맘들에게 그대로 전달해도 되는지 망설여졌다. 내가 특히 운이 좋아서 그렇지 워킹맘의 현실이 대부분 고단 할 텐데 감히 내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 하는 그런 생각...
지금도 그 생각을 버릴 수는 없다. 하지만 싱가포르로 직장을 옮겨 여러 나라에서 온 직원들과 일하는데도 여전히 워킹맘으로서 아이에 대해 갖는 죄책감을 털어놓는 직원들을 종종 만난다. 죄책감이라니... 이건 좀 아닌 것 같다. (아이에 대한 죄책감은 부모님에 대한 죄책감과는 다른 문제인 것 같다.) 그런 이야기를 나눌 때마다 내가 워킹맘 후배들에게 했던 이야기들은 크게 아래와 같다.
아이를 임신하고 낳고 키우는 것 자체가 우리는 이미 너무나 훌륭하고 중요한 일을 하는 것이다. 죄책감을 가질 일이 전혀 아니다. 오히려 그 어렵고 대단한 일을 하고 있는 것에 대해 자랑스러워해라.
완벽하려고 하지 말아라. 부족한 점이 있는 건 당연한 거고 완벽하지 않다고 스트레스받아야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는다.
아이를 키워보면 물론 대체 불가능한 엄마의 손길이 필요한 기간이 있지만 (예, 초등학교 1학년 1학기) 그 기간이 그리 길지 않다.
워킹맘이라서 가지는 장점이 분명히 있다. 업무 관련한 전문 지식, 사회생활에 대한 노하우나 네트워크, 직업에 대한 자부심 등 분명히 우리가 가진 자산이 많고 이건 아이들에게도 도움이 될 것이다.
아직 내 아들도 16살이고, 이 아이는 왜 이러나, 그냥 놔둬도 괜찮나 하는 생각을 거의 매일 하고 살지만 위에서 이야기한 것들 외에 내가 믿는 워킹맘의 가장 큰 장점은 독립적인 아이로 키울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부모 양육의 가장 큰 목표는 아이의 독립이라는 말이 너무 무겁게 느껴져 피하고 싶긴 하지만 맞는 말 같다. 워킹맘으로 살다 보면 아이에게 온전히 신경을 쓰기는 힘들다. 모든 아이들이 그렇지는 않겠지만, 자신의 엄마가 나에게만 정성을 쏟아주기는 어렵다는 것을 깨닫고 나라도 정신 차리지 않으면 큰일 나겠다는 생각을 가질 아이들이 분명히 있을 것이다. 본인이 본인 앞날을 위해 스스로 알아서 하는 것이 우리가 바라는 아이들상 아닌가. 워킹맘이라면 그 가능성에 한 발짝 더 가까이 갔다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아이들이 스스로 알아서 하지 않더라도, ‘비록 회사 다니느라 맨날 정신없고, 놓치는 거 많고, 해주는 것도 별로 없지만 그래도 우리 엄마가 나를 많이 사랑하긴 하지’라고 느낄 수 있다면 그걸로도 충분하지 않을까 싶다.
워킹맘, 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