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관문을 열고 나서는데
쥐 한 마리가 있다
순간
주택살이가 뜨악해졌다
댓돌 위의 신처럼,
죽었다기엔
놓인 모습이 가지런해
고양이가 보은을 한다던데, 받을 만한 일을 한 적 있던가 뒷마당을 오가는 녀석 중 하나가 화장실 사용료라도 낸 것일까
선 월세 개념이면 어떻ㄱ, 하지-
거두지도 않고
그렇다고 쫓지도 않고
한 번 들여다볼 여유도 없이
모른 척, 하자 했던 작은 것들이
자꾸만
여린 곳을
파고드는
난감한 아침
바쁜 날이었다. 오전 일과가 바빠 아이 하교 시간이 임박해 겨우 집에 도착했다. 늦지 않게 도시락을 전달하려면 십 분 안에 책방으로 가야만 했다. 늘 그렇듯이 양손에 주렁주렁 짐들을 매달고 마당에 들어섰는데, 현관 앞에 작은 고양이 한 마리가 앉아 있었다. 언젠가 만난 적이 있는 얼룩무늬 고양이다.
길목에 있지만 않았어도 나는 그 아이에게 말을 걸지 않았을 것이다. 물론 눈 맞출 생각조차 없었다. 내가 감당할 수 없는 생명이니까. 하지만 현관 앞에 딱 앉아 있는 데다, 너무 작고 몸이 불편해 보여서 그냥 지나칠 수가 없다.
"나 늦었는데…."
발을 동동 구르다가 우유를 조금 데워 주었다.
마당 있는 집에 산다. 앞마당에도 뒷마당에도 제법 여유 있게 오갈 공간이 있는, 해가 잘 드는 집이다. 유감이지만 결혼 전에는 이런 집에 사는 것을 상상해 본 적이 없다. 그래서인지 마당이나 텃밭을 굳이 돌보지는 않는다.
나 자신, 아이와 남편. 그리고 원가족 정도를 돌보는 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라 생각한다. 마당 있는 집으로 이사 가면 예쁜 강아지를 키우자던 남편의 바람을 들어줄 수 없는 이유다. 일 안 시키고 글만 쓰게 해주면 주택으로 이사 가겠다던 말은 빈말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형편이 이런데 길고양이들이 매일 집을 드나든다. 배설물 때문에 막고 싶지만 그렇다고 팔매질을 하거나 무섭게 하고 싶은 마음은 들지 않아서 모른 체 하고 있다. 그래선지 점점 온 동네 고양이들의 화장실이 되어가는 것 같지만 어쩌겠나, 모질게 하고 싶은 마음은 들지 않는걸. 늘 외면하고 있는데 왜때문에 현관 앞에 쥐를 가져다 둔 건지는 정말이지 모를 일이다.
서로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은 채로 살아온 것이 3년이다. 쫓는 시늉이라도 해야 녀석들도 도망치는 척이라도 할 텐데 가끔 눈에 딱 띄는 담벼락에 앉아 무방비 상태로 하품하는 모습을 발견하면 나도 모르게 웃음이 터지고 만다. 그걸 또 표정을 고르며 못 본 척하는 것은 걔들도 알고 나도 아는 빤한 짓일 테지만 그렇게라도 애써 모른척해 본 것이다.
하….
사람 관계도 그렇지만 누군가 내 영역을 침범할 땐 싫지 않더라도 싫은 척을 조금은 해야 상대가 선을 지킬 텐데 싶다가도 약한 동물을 상대로 뭘 어떻게 하겠나.
그런 와중에 어느 날부턴가 책방 뒷마당에도 고양이들이 드나들게 되었다. 너무 가냘픈 소리가 ‘미용, 미용’ 쉼 없이 들려 찾아보니 갓 태어난 고양이가 있는 거다. 저 아이가 왜 저렇게 우나, 배가 고픈가 싶어 그날도 우유를 조금 내주었는데 누군가 우유는 주면 안 된다고 해서 또 생각이 깊어진 거다.
그래. 사는 게 바빠서, 접해보지 않아서, 생각해 볼 여유조차 없어서 외면했다. 나는 동물애호가도 아닌데. 계속 보니 생각하게 되고, 생각하니 태도가 조금 달라지더라. 볕 좋은 날, 따뜻한 디딤돌 위에 앉아 있다가 인기척에 도망치는 녀석들에게 ‘괜찮아, 가지 마’ 하게 된 날이 온 거다.
어젯밤 남편과 상의해 사료를 한 포대 사 두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