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강여자


오독 / 강여자


『○○인 척』을 받았다

한 권의 책에 사랑도 이해도
길도 있다지만

염려와 판단이
고운 포장을 입고 찾아왔다

괜찮은 척, 한 적 없는데 ㅡ

눈으로 슬프다 말하였다
입술로 참을 만하다 말하였다

책 한 권을 앞에 두고
너른 강을 건넜다가 빠졌다가

24시간 슬픈 사람이 있어?
삶이 그리 단순할 리 있어?

ㅡ 노력한 것이다
끝내, 말하고 만다






아이 세 살 땐가, 책 한 권을 선물 받았다.



《어른인 척 – 슬프지 않은 척, 아프지 않은 척, 혼자여도 괜찮은 척》





이 책을 받았을 때의 당혹감을 나는 아직도 기억한다. 내가 어른인 척하고 있다는 뜻일까, 아니면 어른인 척하지 않아도 된다는 말일까. 이해를 받은 건지 오해를 받은 건지 결론을 내릴 수가 없어, 생각을 덮어두었다. 벌써 7년 전의 일이다. 그때 이 책에 대해 써두었던 글을 찾아 읽어 봤다.


사실, 이 책을 받고 저는 상당히 당황했답니다. 여러분이 어떤 이에게 이 책을 선물 받았다면, 이 제목을 보고 어떤 기분이 드셨을까요? 처음 드는 생각은 내가 어른인 척하는 것처럼 보였나? 였습니다. 이게 참 오묘한 기분인 것이 이해받은 것 같기도 하고, 오해받은 것 같기도 했달까요.

그래서, 13년 지기 친구에게 물었습니다. 이런 책을 선물 받았는데, 기분이 오묘해.라고 말이죠. 그랬더니 두 살 동생인 이 친구가 가끔 저를 보면서 이런 말을 해주고 싶었다는 것이었습니다.

힘들면 힘들다고 말하고, 눈물 나면 울어도 된다고, 어른인 척 안 해도 된다면서 이런 톡을 보내왔어요.

"눈은 슬픈데 입은 웃고 있는 피에로가 엄청 슬퍼 보이거든요. 너무 극단적인데 한동안 힘든 일 겪고 ㅡ 쌤이 그러고 있어 보일 때 있었어요 ㅠㅠ 뭐 ㅡ 요즘도 한 번씩 자주 보이는 모습"

아, 내가 그래 보였나? 싶으면서 이 말을 꼭 하고 싶었습니다.

나는 지금, 뭔가를 참고 있는 것이 아니라고. 그냥 이전에 예민하게 감정에 집중했다면, 이제는 생각이나 사고에 집중하게 된 것 같다고.

그런데, 이런 저의 변화를 지인들은 아직 눈치채지 못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사실은 저도 이 글을 쓰는 지금에야 정확하게 이 변화에 대해 알게 된 것 같네요.



며칠 전 시 모임에서 유병목 시인의 '슬픔은'이라는 시를 읽었다. 슬픔을 타인에게 들키지 않으려 애쓰는 사람에 대한 이야기다. 모르는 척, 괜찮은 척. 두 단어가 7년 전의 한 순간을 불러냈다.



"이 시가 나와는 상관이 없다 할 사람이 있을까요?"라고 선생님이 말씀하셨을 때, 많은 사람이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나는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다. 오해받았는지 이해받았는지 헷갈렸던 그 순간을 말이다.



지금은 더 분명히 말할 수 있다.



나는 슬픈 사람이긴 하다. 하지만 아침에 일어나서 아이를 돌본다. 아이를 챙기며 힘들다가도 웃음이 날 때가 많다. 화가 나면 화를 낸다. 그러나 말 못 하는 아이를 생각해, 참을 수 있을 때까지는 참아본다. 아이 학교도 가고, 치료실도 간다. 선생님께 인사를 건네며 잠시 웃는다. 물론 친구들과 만나 수다를 떨며 깔깔대기도 한다. 나는 괜찮은 척한 것일까.



나는 내가 노력한 것임을 알고 있다.



감정은 지극히 자기중심적일 수밖에 없다. 사람들은 타인의 삶에 생각보다 깊게 관여하지 않는다. 냉소를 띠고 하는 말이 아니다. 타인의 큰 고통보다 제 손톱 밑의 가시가 더 아픈 것이 인간 아닌가. 내 배로 낳은 아이의 감정조차 온전히 감당하기 쉽지 않음을, 나는 매번 실감한다. 친밀한 누군가는 필요하다. 하지만 그에게 내 감정을 속속들이 알아달라고 하고 싶지는 않다.



그래서 나는 '척'이라는 개념에서 조금 벗어나고 싶다. 보일 필요도 숨길 필요도 애초에 없었던 게 아닐까 싶어졌다. 감정은 감정 자체로, 상황은 상황으로. 나는 내가 타인을 의식하기보다 스스로를 더 알아보는, 더할 것도 뺄 것도 없이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사람이었으면 한다.



슬프다. 아프다. 괜찮지 않다. 똑바로 응시하는, 어른 말이다.



#선물한이의마음을배려하다

#솔직하지못했다

#이제는

#솔직한말을건네는것이

#최대한의사랑이라고말하고싶다







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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