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books to get to know me

나를 보여주는 책

by 강여자


작년 말 글쓰기 모임에서 한 문우가 제시해 준 글감이 있었다.



10 books to get to know me



나를 알게 해 줄 10권의 책. 나를 보여주는 책 열 권을 골라봐야지, 했을 때 노력 없이 떠오른 책들이 있었다. 글감을 제시한 시루님은 '나를 바꾼, 나를 깨운 책'을 기준으로 골라야 했다고 했는데, 나는 다독가가 아니라서 꼽지 않을 수 없는 책들이 있는 느낌이었다.



그 책을 빼놓고 나를 말하기 어려운 책들이었는데, 특히 어릴 때 읽은 책들은 존재감이 확실했다. 스무 살이 넘어 읽은 책들은 특정 시기에 읽었기 때문에 뜨거웠던 책들이다. 좋아하는 책이라는 말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책들이다. 하나하나 짚어 말할 수 없는 '나'의 존재를 그저 보여주는 책들이랄까.



나를 보여주는 책 2026. 1. 3 © k.ya



1. 빨강머리 앤, 루시 모드 몽고메리 : 책을 좋아하게 된 것은 같이 놀 친구가 없었기 때문이다. 전학을 자주 갔고, 집에서도 학교에서도 공부하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 책을 읽는 것 외에는 달리 할 수 있는 일이, 하고 싶은 일이 없었다. 책 속 세상은 안전했다. 그 책 속에서 만난 한 친구가 나를 웃게 만들었다. 나와 많이 닮은 친구였다.


2. 바람의 딸 지구 세 바퀴 반, 한비야 : 고 2가 되었다. 여전히 자율학습 시간에 책을 읽었다. 읽을 때마다 가슴이 뛰고 전 세계를 여행하는 상상을 했다. 그가 좋았다.



3. 해리 포터 시리즈, 조앤 롤링 : 대학 때부터 영화에 빠졌다. 개봉 영화를 밤을 새 가며 모두 보았다. 책으로 만나지 못했던 해리를 영화를 통해 만났다. 원작을 찾아 읽었을 때 마침내 한 사람이 창조해 낸 마법 세계에 완전히 빨려 들어갔다. 요즘도 가끔 그 세계에 들어가 산다.



4. 문학의 숲을 거닐다, 장영희 : 서문에서부터 반했다. 문학하는 사람들은 어떤 사람이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세상이 조금 더 아름다워질 수 있다 믿는 사람들이라는 수험생의 답에 심장이 쿵했다. 영미 문학을 소개하는 글이라는 서문을 읽고 본문을 읽는데 그 안에 저자가 있었다. 책에 대한 글을 쓴다면 이렇게 쓰고 싶다고 마음먹었다.



5. 태도에 관하여, 임경선 : 이십 대 후반에 라디오를 통해 작가님을 만났다. 지금까지 만난 누구보다 솔직하고 정곡을 찔렀다. 그의 매력에 반해 책을 읽었다. 책 속에서 유난 떨지 않는 어른의 세계를 만났다. 그런 사람이 되고 싶었다.



6. 은유의 글쓰기 상담소 : 엄마가 되고 육아 스트레스에서 벗어나려고 글을 쓰기 시작했다. 은유 작가의 글은 한 꼭지만 읽어도 엄마인 나의 마음을 울렸다. 그의 글을 읽으며 내 글의 시작점을 깨달았다. 매일 글쓰기 클럽에 들어갔다. 3년쯤 썼을 때 '은유의 글쓰기 상담소'라는 오디오 클립을 들었다. 알고 싶은 이야기이기도 했지만 글로 만난 이의 목소리를 듣는 일이 좋았다.



7. 더 로드, 코맥 매카시 : 서문에서 읽었던가? 대작가가 마지막 애착의 대상자로 어린 아들을 꼽았다. 책의 내용은 처참했다. 어떤 이유엔가로 지구가 파괴되고 부자가 남는다. 남겨진 인간들은 서로에게 못할 짓을 한다. 고통 없이 죽을 수 있을 때 스스로 죽자고 애원하던 아내가 떠난 후 아이를 지키려는 아비의 모습이 너무나 고통스러웠고 또 공감이 되었다. 저 사랑스러운 머리를 쏠 수 있을 것인가 라던 그의 말을 지금도 종종 떠올린다



8. 섬에 있는 서점, 개브리얼 제빈 : 이 책을 읽던 당시에는 진짜로 결심하지 못했는데 서점 주인이 되었다. 작은 서점을 매개로 인간이 연결되는 모습이 아귀가 딱딱 맞게 전개된다. 내 관점에는 최고의 책 중의 하나다.



9. 이 지랄 맞음이 쌓여 축제가 되겠지, 조승리 : 후천적으로 시각 장애를 가지게 된 저자가 치열하게 살아가는 이야기다. 보이지 않는 눈으로 살아가며 그가 만난 개개인을 통해 삶을 배웠다. 저자의 삶이, 내 아이의 삶이 다정하기를 바라게 되었다.



10. 몬스터 콜스, 페트릭 네스 : 어느 십 대 아이의 인생책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책을 읽기 시작했다. 도서관에서 읽다가 목 놓아 울었다. 인간의 모순을, 모순을 가진 것이 인간임을 깨달았고 또 배웠다. 나 자신을 조금 용서할 수 있게 되었다.



책방을 하고 난 후 책 읽기가 어려워진 것은 왜 때문일까? 이런저런 북클럽이 있어서 읽기는 읽었는데 매번 마감에 쫓겨 글자만 읽은 것 같다. 사실 작년 한 해는 열심히 썼다. 매일 글쓰기 클럽 백일장도 했지만, 개인적으로 이런저런 수업을 듣고 숙제로 쓰느라고 읽기는 소홀했다. 그렇게 한 해가 가고 나니, 다 비워내면 나아질 줄 알았는데 아니더라. 이런저런 삶을 살아내다 보니 쓸 거리는 넘쳐났지만 읽지 않고 쓰기만 하니 뭔가 채워지지 않는 기분이 되었다.



연말에 마지막 에너지까지 다 쥐어짜서 이런저런 일정을 다 끝내놓고 나니, 이제 읽어야겠다는 갈망이 생겼다. 틈나는 대로 열심히 읽고 이 열 가지 책들도 다시 읽어보려고 한다. 2026년 세우는 첫 번째 계획인 건데, 지금, 현재의 감정과 관점으로 다시 써볼 것이다. 지금은 섬에 있는 서점을 읽는 중이다.



#2026년첫번째계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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