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호] 나를 보여주는 책 한 권
허깨비. 그 시절의 나는 허깨비였다. 생각하는 일은 사는 것보다 무거웠다. 살아내는 게 우선이어서, 나는 텅 빈 채로 움직였다. 하지만 몸에 딱 달라붙어 떼어낼 수 없는 문제가 있었다. 언젠가는 마주해야 했다.
나는 웃는다. 세상 해맑은 얼굴로 깔깔대며 웃고, 슬쩍 운다. 애써 행복하고 문득 슬프다. 내가 그렇다는 것이 징글징글해도 변하는 것은 없다. 살아야 하지 않나, 답을 정하고 가는 길이라서 덜컹거리는 거다.
마흔이 되던 해 질문을 받았다. 답을 해야 했다. 옳은 답은 아니었지만 피할 수는 없었다. 다시 그때로 돌아간다 해도 같은 선택을 할 것 같다. 7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나는 정답을 모른다. 오십이 되어도, 아니 죽는 순간까지 상황은 변하지 않을 것이다.
코너가 위태로울 때 몬스터가 걸어 나온 것처럼, 내가 덜컹거릴 때 『몬스터 콜스』가 왔다.
몬스터는 자정이 막 지난 직후에 나타났다. 늘 그렇듯이.
열세 살 코너는 밤마다 같은 악몽을 꾼다. 소리 지르며 추락하는 꿈. 꿈이 너무 두려워 눈앞에 몬스터가 나타났는데도 무섭지 않을 정도다.
코너는 몬스터가 자기를 벌하거나, 아니면 자기 상황을 나아지게 할 거라 기대한다. 하지만 몬스터는 이야기를 들려줄 뿐이다. 선과 악이 분명하지 않은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이해하기 힘든 모순적인 이야기들이지만 코너는 이해해야 한다. 자신의 마음도 그렇기 때문이다.
너는 거짓말을 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드는 고통스러운 진실을 알면서도 마음을 달래주는 거짓말을 믿은 것이다. 그리고 네 마음은 두 가지를 다 믿는 것에 대해 너를 벌주는 것이다.
“그러면 어떻게 그걸 물리쳐? 마음속의 다른 생각들을 어떻게 물리치냐고?”
진실을 말해서.
진실을 말하지 않으면 악몽에서 벗어날 수 없다. 평생 이곳에 갇혀 살아야 한다.
언젠가부터 나는 줄곧 뭔가를 쓰고 있다. 쓰지 않을 수 없어서다. 잊지 못하는 아이가 있다. 글을 쓰면서 기억하고, 새 상처를 내고, 그 위에 소금을 뿌린다. 아파하고, 받아들이고 다시 살아간다. 내가 지나치게 솔직한 것은 나를 구하기 위해서다. 그래서 내게 마음속의 다른 생각들을 어떻게 물리치냐는 코너의 질문은 뜨겁기만 하다.
잘못된 선택을 했다는 진실? 놓여나고 싶었다는 이기심? 행복하지만 슬프다는 모순? 그럼에도 살아가야 한다는 역설? 나는 그 모든 것으로부터 자유로웠던 적이 없다.
사람은 복잡한 짐승이니까. 어떻게 여왕이 좋은 마녀이면서 또 나쁜 마녀일 수가 있는가? 왕손이 살인자이자 구원자일 수 있는가? 약제사가 성질이 고약하면서도 생각은 바를 수 있는가? 목사는 생각이 잘못되었으면서 선할 수 있는가? 보이지 않는 사람이 보이게 되었을 때 더 외로워질 수가 있는가?
이 문장을 읽는 동안 가슴 속 무언가가 조금 흐물해졌다. 한 사람은 옳으면서 그르고, 좋으면서 나쁘고, 정의로우면서 비겁하다. 고유하면서 뻔하고, 고상하면서 천박하다. 인간이 어떻게 그럴 수 있냐는 말은, 살아보니 너무 순진하게 들린다. 인간이어서 그럴 수 있는 것이리라. 후회하는 마음까지, 지고 살아가는 것이다.
너는 고통이 끝나기를 바랐을 뿐이다. 네 고통. 고통 때문에 네가 겪는 소외감을 끝내고 싶었다. 지극히 인간적인 바람이다.
여전히 이 문장이 나를 구한다.
나쁜 것이 아니다. 생각일 뿐이다. 무수한 생각 중 하나. 행동이 아니었다.
여전히 이 문장이 나를 벌한다.
나는 여전히 이 책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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