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호] 나를 보여주는 책 한 권
내 삶은 모닝페이지를 쓰기 전과 후로 나뉜다. 정확히는 삶을 대하는 나의 태도가 변화했다고 볼 수 있다. 모닝페이지는 《아티스트 웨이》라는 책의 워크북이자 정체성과도 같은 존재이다. 거창한 책 제목답게 내 안에 숨은 창조성을 깨우는 8주간의 여정을 담아내고 있었다. 처음엔 아티스트의 범주에 속한 사람들만 읽는 책이라고 생각했다. 그 언저리에만 맴도는 평범한 내가 감히 창조성을 논해도 되는 걸까. 하지만 책장을 넘길수록 나는 깨달았다. 내가 그동안 무언가를 시작하지 못했던 건 재능이나 창조성이 없어서가 아니라, 내 안의 지독한 검열관이 내뱉는 가시 돋친 말들에 질식해 있었기 때문이라는 것을.
이 글은 완벽주의라는 이름의 감옥에서 천천히 걸어 나와 내 안의 서툰 어린 예술가를 보듬어온 1년간의 고백이다. 줄리아 카메론은 우리가 무언가를 시도할 때마다 "그게 돈이 돼?", "사람들이 비웃을 거야"라고 속삭이는 목소리를 검열관이라 명명한다. 돌이켜보니 내 삶은 그 목소리에 복종하는 과정이었다. 일기를 쓸 때조차 누가 볼까 봐 검열하며 썼던 기억이나 새로운 취미를 시작하려다 재능 없으면 시간 낭비라며 접었던 그런 일들이 일련의 과정이었다.
책은 말한다. 당신이 창조적인 이유는 무엇을 잘해서가 아니라 존재 자체로 창조적이기 때문이라고. 그렇게 의심하는 나를 매일같이 일으켜 세운 건 다른 누구도 아닌 글을 쓰는 나였다. 아침마다 조금 게으르게 그러나 꿋꿋하게 모닝 페이지를 채우며 내 안의 오물 같은 검열관의 말들을 종이 위로 쏟아냈다. 잘 써야 한다는 강박을 버리고 손이 가는 대로 휘갈기는 3페이지. 심지어 나는 그 절반정도만 채우는 날이 대부분이었다. 그 무의미해 보이는 행위가 나에게 가르쳐준 것은 명확했다. 내 목소리는 누군가에게 평가받기 위해서가 아니라 오직 나 자신으로 존재하기 위해 필요하다는 사실이었다. 인생책이라고 할 것이 아직 많지 않지만 요즘에 와서 느끼는 인생책은 단순히 지식을 전달하는 데 그치지 않고 행동하게 만드는 책이 아닐까 생각했다. 나에게 《아티스트 웨이》가 바로 그런 책이다. 깨달은 나를 세상에 표현하는 것은 거창한 예술 작품을 내놓는 것이 아니었다. 그저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에 마음이 흔들리는지를 섬세하게 관찰하는 것. 그것이 바로 책이 말하는 창조성의 핵심이었다. 작년부터 지금까지 이 루틴을 반복하며 나는 비로소 나라는 사람의 고유한 창조성을 인지하기 시작했다.
여전히 나는 가끔 주저하고, 내 안의 검열관은 호시탐탐 나를 깎아내릴 기회만 노린다. 예전과 다른 점이 있다면 이제는 그 목소리에 쉬이 속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동안의 나는 완성된 결과물로만 나를 증명하려다 스스로를 포기하고 질타했다. 이제는 무언가를 시도하고 있는 과정 속의 나를 더 사랑한다. 누군가 나에게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느냐고 묻는다면 나는 망설임 없이 대답할 수 있다. 나라는 아티스트의 길을 기쁘게 걷고 있다고. 나를 표현하는 여정은 그리 거창한 곳에 있지 않다. 지금 이 순간에도 내 손끝에서 시작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