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쉘통통 한 상자

[3월호] '첫(처음)'

by 강여자


중학교 2학년 때 내 짝은 짧은 커트 머리에 동그란 얼굴을 한 예쁜 아이였다. 도톰하고 빨간 입술, 뺨 위에 박힌 점 하나가 선명히 기억난다. 그의 단짝 친구 역시 마루인형처럼 예쁜 아이였는데, 투명한 피부와 오똑한 콧날이 아직도 생생하다.



이 두 친구는 학교 매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었다. 매점은 세 명이 일을 했는데, 어느 날 한 친구가 그만뒀다며 짝이 나에게 같이 일해보지 않겠냐고 물었다. 학교에서 하는 일이고, 공돈인 양 욕심이 나 덜컥 수락했다. 집에서는 말릴 것이 뻔해 말하지 않았다.



당시 매점은 점심시간에만 운영했던 것 같다. 좁은 공간에 여학생들이 몰려들어 얇은 나무로 세워놓은 저지선이 앞으로 밀릴 때면, 어디선가 "밀지 마세요." 하는 큰 목소리가 들리곤 했다. 누네띠네나 몽쉘통통 같은 과자들을 팔았는데 인기가 좋았다.



그런데 매점에서 일하는 건 첫날부터 쉽지 않았다. 돈이 맞지 않았다. 판매한 물건과 남은 금액이 다르다는 거였다. 그럴 때면 부족한 금액을 우리가 메꿔야 한다고 했다. 첫날부터 주머니를 탈탈 털어 돈을 냈다. 용돈이 생긴다는 사심에 시작한 일이었는데, 돈을 벌기는 커녕 있는 돈 없는 돈을 다 긁어 모아, 사라진 돈을 메워야 했다.



문제는 돈이 자꾸 비자, 친구들이 점점 선을 넘기 시작했다는 거다. 장부에 없는 물건을 있는 것처럼 적었고, 어느 날부터는 배송 트럭에서 과자 상자들을 몰래 가져오기도 했다. 나는 겁에 질렸다. 가담하지는 않았지만 침묵했기에, 빠져나올 수 없다고 느꼈다. 그때 나는 어떻게 했어야 했을까.



어느 날 수업 시간에 담임 선생님이 나를 상담실로 불렀다. 처음이었다.



선생님은 내가 알고 있는 사실을 하나도 빼지 말고 다 말하라고 했다. 나는 두 달 동안 겪은 일들을 말했다. 대체로 듣고만 있던 선생님은 "비는 돈을 메꿔야 한다고 몰아갔네?"라고 말했다. 나는 '그게 아니라'며 뭔가를 말하려 했지만, 그제야 상황이 이상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왜 그랬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으면서 장부에 있다고 적혔던 몽쉘통통 몇 상자에 대한 이야기를 빠뜨렸다. 선생님이 그 사실을 알 리 없다고 생각했던걸까.



두 번째로 상담실에 불려 갔을 때, 선생님은 내가 말하지 않은 몽쉘통통 몇 상자에 대해 질책했다. 그사실을 숨겼기 때문에 이제 내 말은 믿을 수 없다고도 했다. 나는 눈물을 뚝뚝 흘렸다.



있는 듯 없는 듯 종일 책에만 코 박고 있던 열 네 살 인생에 처음 있는 무서운 일이었다. 하지만 나는 그때 나의 죄목이 도둑질인지는 전혀 모르고 있었다. 거짓말 때문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엄마가 학교에 왔다. 그 며칠 뒤에는 엄마가 친구들을 집에 데려 오라고 했다. 내게는 밖에 나가 있으라고 했다. 친구들이 다녀간 뒤에도 나의 일상은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흘러갔다. 누구도 무슨 일이 있었던건지 내게 알려주지 않았다. 친구들도, 선생님도, 엄마도. 엄마는 엄마가 알아서 했으니 신경쓰지 말고 공부나 열심히 하라고 했다. 다시는 아르바이트 같은 건 생각하지 말라는 말과 함께.



몇 년이 흐른 뒤, 고등학생이 되었을 때 문득 궁금해져 엄마에게 물어봤다. 그때 무슨 일이 있었던 거냐고. 엄마는 그제야 사실은 그 친구들이 돈에 손을 댔던 거라고 말해 주었다. 학교에 가서는 자기 딸은 남의 것을 훔치기는커녕 남에게 선물하는 것을 좋아하는 아이라고 말했다고 했다. 내 자식이 도둑 때를 썼다고 생각하니 억장이 무너졌다고 그제야 말했다.



고마운 마음이 드는 한편, 나는 조금 억울한 생각도 들었다. 중학교를 다니는 내내 왜 벌을 받지 않는지, 친구들은 왜 멀어지는지 이유를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 사건은 다른 친구들은 전혀 몰랐고 나도 말한 적이 없다.



엄마가 아무 말씀 없었던 까닭에 나는 진실을 몰랐고, 아무도 미워하지 않았다. 그래서 나이 마흔이 넘은 지금까지 세상 물정을 모른 채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한 가지 거짓말을 했기 때문에 "이제 네 말은 믿을 수 없다"라고 했던 선생님 말씀은 오래도록 마음에 남았다. 그 후로 나는 거짓말을 하지 않았을까.



몽쉘통통.png AI 활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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