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 얼굴

[5월호] 얼굴

by 강여자


5년 만이던가. 우연히 그를 다시 만났다.


한눈에 알아보고는 오랜만이다, 반갑게 인사를 하니 취업 소식을 전한다. 축하한다, 좋은 일이다 더불어 기뻐하니 이런저런 근황을 쏟아낸다. 그러더니 불쑥 아이는 학교를 어디 다니냐 묻는다. 집 앞 초등학교에 다니고 있다고, 중학생이 되면 특수학교에 보낼 생각이라고 했더니 그때 자리가 있겠냐며 왜 처음부터 특수학교에 보내지 않았냐고 한다. 그때는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 했더니, "이유는 무슨, 엄마 욕심이지." 한다.


그러고선 일장 연설을 시작했다. 확신에 찬 표정으로 그가 내뱉는 "자기, 잘 모르는구나?"와 "그 엄마? 그건 반쪽짜리 사랑이지."를 어떻게 해석해야 좋을지 몰라 불쑥불쑥 화가 치밀었다.


자폐성 장애가 있는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기 전에 고민이 깊었다. 궁금한 게 있으면 책부터 읽는 나는 마침 준비 중이던 논문 주제를 그것으로 정했다. 장애가 있는 아이들의 부모가 학교를 선택하는 요인. 그것이 궁금했다.


관련 논문들을 읽고 질적 논문을 쓰기로 했다. 일반 학교 특수학급을 선택한 어머니 다섯 명, 특수학교를 선택한 어머니 다섯 명과 인터뷰했다. 그러고 나서 선택한 학교다.


고백하건대 논문 준비를 시작할 때는 내게도 어떤 가설이 있었던 것 같다. 부모 욕심. 그래, 아마 그 단어를 머릿속으로 떠올렸을 수도 있다. 하지만 직접 만나 본 엄마들은 다들 이유가 달랐다. 그들의 학교 선택 과정을 직접 들은 나는 그들에게 깊이 공감했다. 어느 한 분 개개의 이유가 없는 이는 없었다. 주로 미리 설계된 선다형 질문에 체크하는 양적 논문에서는 발견할 수 없는 이유도 있었다.


아이가 어렸을 때 부모 커뮤니티가 만들어졌다. 장애 전담 어린이집에서 만난 엄마들도 있고, 발달 센터 대기실에서 만난 이들도 있다. 부모 모임인 만큼 만나면 자연스레 아이 이야기를 하게 된다. 그러다 보면 양육 방식으로 이야기가 번져가는데, 서로 생각이 다른 엄마들은 다시 얼굴을 맞대지 않을 정도로 갈등을 빚기도 한다.


그 시간이 훌쩍 지나 생각해보니, 참 씁쓸하다. 그때 우리는 무얼 그렇게 주장했던 걸까.


우리 아이는 만세 살부터 여섯 살까지가 가장 불안정했다. 보통 만 세 살 전후로 장애 진단을 받기 때문에 부모들은 그때부터 아이의 장애를 받아들여야 한다. 아직 온전히 장애 사실을 받아들이지도 못했는데 선택해야 할 것들도, 감당해야 할 것들도 많다. 돌이켜 생각해 보면 그 시절의 내 자아는 온전치 못했다. 게다가 둘째 문제까지 겹쳐, 별탈 없이 버틴 것만도 대견할 때가 있다.


이제 같은 입장에 있는 엄마들을 보면 그 시절의 내가 떠오른다. 특히 영유아 시기의 엄마들을 보면 한 마디라도 더 해주고 싶지만 자제하곤 한다. 묻지 않을 때는 물을 때까지 기다리는 편이 좋다는 것을 이미 배웠기 때문이다. 나라고 뭐 다 아는 것도 아니고.


특히 한 가지는 잊지 않으려고 한다. 우리가 어떻게 이 시간들을 버텨왔는지, 어째서 간혹 불안정한 상태에서 서로에게 상처를 주게 되는지.


비대해진 자아로 누군가는 상처받을 말들을 쏟아내는 그의 얼굴을 보며 생각했다. 거기에 내가 있지는 않은지.


언젠가 거울에서 본 적이 있는, 얼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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