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차가 지금까지 이런 차를 안만들고 있었던 진짜 이유

by 스포일러코리아

신형 SUV가 나올 때마다

쌍용이 항상 언급되고 있다

새로운 SUV가 나올 때마다 쌍용차가 항상 언급된다. 도심형 SUV보다 특히 지프형 SUV가 새로 출시될 때면 "쌍용차가 만들어야 하는 차다"라는 댓글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비록 최근 상황이 좋지 못함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소비자들 머릿속에는 '쌍용차=SUV 전문 브랜드'라는 인식이 강하게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이기도 하다.


그간 지프형 SUV 부활 요구가 많았음에도 쌍용차는 응답하지 않았다. 오히려 도심형 SUV를 더 밀어붙였고, 결국 지금의 상황에 이르게 되었다. 쌍용차는 지프형 SUV를 못 만든 걸까, 안 만든 걸까? 소비자 입장에선 당연히 만들어주었으면 하는 바람이 컸지만, 오늘은 그간 우리 생각을 스쳐 지나가기만 했던 기업 입장에서의 이야기도 함께 다뤄보려 한다.

구형 코란도처럼 똑같이?

지프 형태의 신차를 원할 뿐

쌍용차를 향한 소비자들의 요구가 유독 많았다. 지프형 코란도를 다시 부활 시켜달란 것뿐만 아니라 무쏘와 같은 디자인을 부활 시켜달라는 요구도 있었다. 요즘에는 체어맨을 다시 부활시켜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한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구형 코란도를 다시 부활 시키는 것"은 불가능하다. 과거 상하이 자동차 시절 자금 사정이 좋지 못하다는 이유로 뉴 코란도의 생산라인은 물론 상표권까지 러시아 자동차 제조사에 매각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당시 뉴 코란도뿐 아니라 같은 차체를 썼던 무쏘의 생산라인 및 상표권도 모두 넘어갔다.

이 때문에 당시의 디자인을 그대로 한 "구형 코란도를 부활시켜달라"라는 말은 현실화하기가 어렵다. 대신 우리는 "지프 형태의 코란도를 만들어달라"라는 요구는 할 수 있고, 이는 충분히 현실화할 수 있다. 요즘 SUV를 잘 만드는 제조사들이 과거의 디자인을 재해석하여 신차로 출시하는 것처럼 말이다.


소비자들 역시 마냥 과거의 뉴 코란도 디자인만을 원하는 것이 아니다. 도심형 SUV, 쿠페형 SUV 형태로 진화하고 있는 요즘 나오는 SUV의 모습이 아닌, 본연의 모습이라 할 수 있는 각지고 다부진 디자인을 다시 보고 싶어한다. 소비자들은 '코란도의 부활'보다는 지프 형태의 새로운 SUV를 원할 뿐이다.

기업 입장에서는 현실적으로

너무 모험과 같은 일이었다

쌍용차에겐 지프 형태의 SUV를 만들겠다고 결정하는 것이 모험처럼 느껴졌을 것이다. 만약 쌍용차가 현대차만큼 자금 여유가 있고 회사 규모가 컸다면 큰 고민 없이 지프 형태의 SUV를 개발하고 출시했을 것이다. 그러나 쌍용차는 여건이 좋지 못했고, 신차 하나하나가 생사를 좌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을 만큼 중요했다.


많은 사람들이 티볼리가 한창 국내 소형 SUV 시장을 주름잡을 때 지프 형태의 SUV에 도전했어야 한다고 말하기도 한다. 그러나 철저하게 기업 입장에서 본다면 티볼리는 그렇게 큰 도움이 되는 차가 아니었다. 회사 입장에선 작고 저렴한 차보다는 크고 비싼 차가 많이 팔려야 남는 것이 많기 때문에 회사 자금 및 규모 확장에 그렇게 큰 도움은 안 됐을 것이다. 실제로 티볼리가 소형 SUV 시장 1위를 달리는 몇 년 간 쌍용차가 눈에 띄는 흑자 전환을 한 것은 한 번뿐이다.

지프형 SUV를 개발하는 데에는 꽤 많은 자금이 필요하다. 차체를 완전히 새로 만들어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기존에 사용하던 패밀리룩 디자인이나 부품도 비교적 많이 바뀌어야 한다. 또, 신형 코란도가 개발을 시작할 당시에는 요즘 한창인 레트로 디자인 열풍이 있을 것이라 예측하기도 힘들었을 것이다.


"모회사인 마힌드라 SUV를 들여오면 되는 것 아니냐"라고 말하기도 한다. 마힌드라는 인도 자동차 회사라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만듦새가 우리나라 소비자들이 만족할 만큼 완벽하지 못하고, 승차감이나 옵션 사양 등도 한국 시장에 전혀 맞지 않기 때문에 쌍용차 입장에서 선뜻 도입하기가 힘들었을 것이다.

티볼리의 인기를

외면할 수 없었을 것

위에 이야기 한 것과 바로 연결되는 것이 티볼리의 인기다. 쌍용차 입장에선 티볼리의 인기를 외면하려야 외면할 수 없었을 것이다. 비록 눈에 띄는 흑자 전환은 한 번뿐이었지만 쌍용차를 소형 SUV 시장 1위 회사로 만들어줬던 효자 모델이다.


쌍용차 내부에서는 티볼리의 상품성이 통했다고 보고, 현행 코란도를 개발할 당시 티볼리의 상품성만 잘 따라가도 반은 성공할 것이라 예측했을 확률이 높다. 그러나 이미 우리는 그 예측과 선택이 잘못된 것이라는 걸 알고 있다. 이미 결과가 나왔으니 반대로 거슬러 생각해 보면 쌍용차의 문제점을 파악할 수 있다.

그런데 다른 브랜드들은...

어쩌면 틈새시장 공략 실패?

현행 코란도 대신 나왔다면?

전략을 너무 단순하게 세웠던 것은 아닐까? 당시 전략을 세운 담당자는 몇 년 후의 트렌드를 미리 예측했어야 했다. 기업의 제품 전략을 세우는 직원이 마땅히 해야 할 일이기도 하다. 쌍용차는 티볼리의 성공을 코란도로 이어가자는 생각이 컸을 것이다. 그러나 이는 결국 성공이 아니라 틈새시장 공략 실패로 돌아왔다.


지프 형태의 신형 SUV를 개발하는 데에는 당연히 많은 돈이 들어간다. 그러나, 차라리 현행 코란도에 3,800억 원이라는 어마어마한 개발비를 쓰는 대신 지프 형태의 신형 SUV에 이 개발비를 투자했다면 결과는 달랐을 것이다.

이건 단순히 꿈같은 이야기가 아니다. 만약 쌍용차가 현행 코란도의 개발을 시작할 당시 현행 코란도가 아닌 지프 형태의 SUV 개발을 시작했다고 가정해보자. 아마 늦어도 올해 초에는 출시가 됐을 것이다. 작년과 올해는 말 그대로 레트로 열풍이다. 실제로 이 레트로 디자인이 시장에서 통한다는 것을 많은 제조사들이 증명해내고 있다.


가장 직접적인 비교 대상이 되고 있는 포드 브롱코는 사전 계약 건수가 23만 대에 달했다. 당시 실제 판매 및 고객 인도까지 1년 정도의 시간이 남았음에도 굉장한 인기를 자랑했던 것이다. 최근에 공개된 허머 EV도 사전계약 시작 10분 만에 1만 대가 매진되었다. 1억 원을 넘나드는 가격을 감안하면 대단한 인기가 아닐 수 없다. 이 외에 재규어, 랜드로버, 폭스바겐, 오펠 등 다양한 제조사들이 레트로 디자인의 콘셉트카와 양산형 자동차를 공개하고 있고, 심지어 현대차도 아이오닉 5와 포니 콘셉트카를 통해 과거의 디자인을 상기시키고 있다.

포드 브롱코, 랜드로버 디펜더, 허머 EV, 그리고 국내에서는 아이오닉 5가 레트로 디자인 흐름을 타고 있는 이 시점에 쌍용차가 지프 형태의 SUV를 내놓았다면 어땠을까? 적어도 트렌드에 뒤처진다는 소리는 안 들었을 것이다. 특히, 픽업트럭 시장에서도 인정받는 가성비를 지프 형태 SUV로도 밀고 갔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었을 것이다.


티볼리의 영광을 이어가려던 전략은 결국 코앞만 봤던 전략이었다는 비판을 피해 갈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이미 도심형 SUV는 티볼리와 렉스턴이 충분히 이끌 수 있었고, 지프 형태의 SUV 시장은 국내에서 쌍용차만이 가져갈 수 있는 특권이 될 수도 있었다. 마치 국내 픽업트럭 시장을 여전히 렉스턴 스포츠와 칸이 꼭 쥐고 가고 있는 것처럼 말이다.

지프형 SUV의 장점

컨버터블, 고성능 모델 등

다양하게 활용이 가능하다

지프 형태의 SUV가 기업 입장에서 효율적이지 못하다고 생각하는 분들도 많다. 그런데 오히려 그 반대다. 도심형 SUV는 파생 모델을 만드는 게 제한적이다. 컨버터블 모델을 만들 수도 없고, 2도어 모델을 만들 수도 없다. 고성능 모델을 만들기에도 그 이미지가 어울리지 않는다. 만든다 해도 시장의 반응은 싸늘했을 가능성이 크다. '티볼리 컨버터블'을 구매할 사람이 몇이나 되겠는가?


그러나 지프 형태의 SUV는 다양하게 파생이 가능하다. 기본 모델을 시작으로 컨버터블 모델, 2도어 모델, 4도어 모델 등으로 확장이 가능하고, 심지어 오프로드에 최적화된 옵션과 사양을 갖춘 모델의 경우 가격을 더 받을 수도 있다. 실제로 이미 지프는 랭글러 모델을 이런 식으로 파생시키고 있고, 포드도 일반 모델과 랩터를 구분하여 파생 모델을 출시하고 있다. 올해 국내에 출시되는 것으로 알려진 브롱코도 현재 고성능 '랩터' 모델을 개발 중에 있다.

이런 차를 못 만들었던 이유

시장 조사는 충분했는지

전략은 괜찮았는지 되돌아봐야

쌍용차가 지프 형태의 SUV를 못 만들고 있었던 이유는 간단하다. 기업 입장에서는 그 당시의 선택이 너무나도 모험적이라 선뜻 나서기가 힘들었을 것이다. 그러나 만약 시장 조사가 더 충분했고, 고민조차 할 필요도 없을 정도로 전략도 몇 수 앞을 내다봤다면 어떘을까 하는 아쉬움이 크다.


지프 형태의 SUV가 정 어려웠다면 전기차 전용 플랫폼이라도 만들었어야 했다. 아직 출시 일정이 한참 남은 코란도 e모션 전기차의 주행거리가 아이오닉 5보다 훨씬 짧은 것으로 전해졌다. 전기차 전용 플랫폼도 아닐뿐더러 주행거리 스펙까지 뒤처진다. 지프 형태의 SUV, 그도 아니었다면 전기차 전용 플랫폼... 쌍용차는 현재 그 어떠한 것도 손에 쥔 것이 없다. 앞으로의 행보만큼은 큰 탈 없었으면 한다.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쌍용차의 역할은 분명 존재한다. 지금부터라도 신중하게 움직였으면 하는 바람이다.


문의 : spoilerkorea@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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