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만 보고 오늘의 내용을 가지고 치열한 썰전이 오갈 수도 있을 것 같다. 사실 어찌 보면 당연한 현상이다. 우리는 제네시스가 메르세데스 벤츠를 하루아침에 잡을 수 없다는 걸 너무 잘 알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구도가 홍보로 이용되기도 했으니 반감을 가지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오늘 이야기는 전제를 확실하게 두고 시작할 것이다. 조금이나마 영양가 없는 논쟁이 없었으면 하는 바람에서다. 글로벌 시장이 아닌 국내 시장을 중심으로 이야기할 예정이고, 메르세데스 벤츠는 경쟁자가 아닌 프리미엄 브랜드의 올바른 기준으로서 바라볼 것이다. 제네시스가 마땅히 따라가야 할 브랜드임은 분명 맞기 때문이다.
프리미엄 브랜드의 정석
기준으로 삼고, 뛰어넘어야
이런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사소하지만 항상 궁금한 것이 있다. 왜 그 많은 브랜드 중 하필 벤츠일까? 프리미엄 브랜드에는 BMW도 있고, 아우디도 있고, 렉서스도 있다. 그런데 말하는 사람에게도, 듣는 사람에게도 "제네시스가 벤츠를 잡았다"라는 말만큼 와닿는 것도 없는 것 같다.
당연한 현상이다. 프리미엄 브랜드의 기준이자 정석으로 벤츠가 가장 어울린다는 것을 부정할 사람도 드물다. 메르세데스 벤츠의 위상이나 역사는 전 세계적으로 인정을 받고 있다. 이야기를 뒤늦게 꾸미려고 한다기보단, 오랜 세월 동안 쌓여온 것이 자연스럽게 오늘날의 프리미엄 이미지가 된 것이다. "성공하면 렉서스 타야지"라는 말보다 "성공하면 벤츠 타야지"라는 말이 훨씬 자연스럽게 느껴지는 이유다.
정석이자 기준이기 때문에 프리미엄 브랜드들은 따라가야 할 대상으로 벤츠를 지목하기도 한다. 처음 브랜드를 만들 때 어떤 방향으로 만들지, 앞으로 어떻게 키워나갈지에 대해 벤츠로부터 많은 힌트를 얻는다. 현실에서도 프리미엄 시장에서 넘어야 할 산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판매량을 비교할 때도 벤츠와의 비교가 필수로 들어갈 정도니 말이다.
한국의 유일한 프리미엄 브랜드인 제네시스도 마찬가지다. G90이 등장할 때 S클래스가 비교 대상으로 나오는 것도 당연한 것이고, G80이 등장할 때 E클래스가 비교 대상으로 나오는 것도 당연한 것이다. 마찬가지로 제네시스를 논할 때 벤츠가 등장하는 것도 당연하다. 이 이상을 넘어갈 때, 눈 가리고 아웅 식의 홍보 수단이 될 때 비판을 받는 것이지, 제네시스가 마땅히 따라가야 할 브랜드임은 분명하다는 이야기다.
응원하는 목소리와
비판의 목소리 공존
내용을 읽기도 전에 제목에서부터 "제네시스가 벤츠를 잡았다"와 비슷한 내용이 있으면 독자들은 예민해지기 시작한다. 이건 나 역시 마찬가지다. 일반적인 글을 볼 때보다 신경이 더 곤두선다. 실제로 이러한 내용이 들어가 있는 기사 댓글에는 비난도 수두룩하다.
응원하는 쪽은 대부분 "우리 브랜드가 잘 되면 좋은 것이다", "이제 한국말고 전 세계 무대에서 활약하길 바란다"라는 의견이 많고, 비판하는 쪽은 "해외 소비자들 신경 쓰기 전에 국내 소비자들부터 신경 써라", "이것도 돈 받고 쓴 기사냐"라는 의견이 많다.
지금까지의 과오가
발목을 잡고 있는 상황
마냥 응원만 나오면 좋겠으나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는 상황도 충분히 이해가 된다. 그간의 과오가 지금까지 발목을 잡고 있다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현대차의 다양한 파워트레인 결함 논란부터 품질 논란 등의 이슈가 제네시스까지 넘어왔다.
제네시스도 프리미엄 브랜드라고 크게 다를 게 없었다. 뉴스에는 엔진 문제와 더불어 동호회에서는 단차, 스크래치 등 생산 불량 이슈도 끊이질 않고 있다. 이러한 여론을 알기 때문에 기사 말머리부터 전제를 깔고 간 것이었다. 오늘의 이야기는 이 모든 것이 완벽하게 해결된 다음을 말하는 것이다.
품질 개선 및 만듦새는
굳이 언급하지 않아도
기본 중의 기본이다
사실 이 부분부터가 진짜 필요한 내용이다. 기사 타이틀에 그칠 것이 아니라 실제로 제네시스가 벤츠를 이기는 날이 와야 하기 때문이다. 모든 사람들이 원하는 것이지만 정작 여기에 필요한 이야기는 잘 하지 않는다. 아니, 어쩌면 꼭 필요한 이야기를 빼놓고 이야기한다고 해도 될 것 같다.
사실 품질 개선과 좋은 만듦새는 기본 중의 기본이다. 프리미엄 브랜드를 선택하는 사람들은 그 차의 합리적인 가격이나 가성비를 따지는 것보다 얼마나 과시할 수 있고, 사치스러운 금액으로도 살만한지, 사치스러운 금액에도 납득할만한 만듦새인지를 따진다. 굳이 언급하지 않아도 품질과 만듦새는 기본 중의 기본이라는 것이다.
우선 살짝 전략을 틀어야
한국 시장만을 위한 프리미엄
되려는 노력부터 해야 한다
제네시스가 벤츠만큼 위상이 높아지려면 살짝 전략을 트는 과정부터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금은 다소 글로벌 시장을 장악하고 싶어 한다는 느낌만 강하다. 북미 시장과 중국 시장, 그리고 최근에는 유럽시장 진출까지 알리면서 글로벌 시장에서 프리미엄 브랜드로서의 역할을 어떻게 수행할 것이라는 이야기를 연이어 하고 있다.
그런데 사실 그전에 한국 시장만을 위한 프리미엄 브랜드가 먼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이건 우물 안 개구리가 되는 이야기가 아니다. 프리미엄 브랜드에게 희소가치만큼 중요한 것이 있을까? 이건 단순한 희망사항이 아니라, 실제 기업 입장에서 봐도 충분히 매력이 있다. 북미나 중국이 무대는 크지만, 무대가 큰 만큼 너무나도 많은 경쟁자들이 존재한다. 이는 다시 말하면, 그만큼 소비가 분산되기 때문에 국내 판매량과 글로벌 판매량의 차이가 드라마틱 할 정도는 아니라는 것이다.
실제로 현대차의 한국 판매량과 북미 판매량이 그렇게 차이가 크지 않다는 것도 근거 중 하나다. 이 덕에 한국 시장만을 위한 프리미엄이 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이유도 간단하게 이야기할 수 있다. 국내 소비자들은 이미 상당수가 제네시스를 선택하고 있고, 그만큼 실제로 제네시스 제품을 이용하는 소비자들이 많다는 이야기다. 이건 다시 말하면, 그만큼 상품성을 검증하기 좋은 무대라는 이야기가 된다.
비슷한 성공 사례가 있다. 토요타 센추리가 그렇다. 센추리는 일본 시장만을 위한 프리미엄 자동차다. 사치스러울 정도로 장인 정신을 강조하고, 가격도 상당히 비싸다. 가격이 비싸고, 렉서스도 아닌 토요타가 만드는 자동차임에도 불구하고 일본 내에서 프리미엄 자동차, 돈 많은 성공한 자들의 자동차로 통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그 가격에도 납득할만한 서비스와 품질이 제공되기 때문이다.
센추리가 일본에서만 판매된다고 해서 '우물 안 개구리'라고 무시하는 사람은 드물다. 오히려 일본에서만 살 수 있는 특별한 자동차로 통한다. 이러한 인식과 토요타가 밀고 있는 센추리의 장인 및 일본 전통의 정신이 잘 맞아떨어졌기 때문에 특별한 자동차로 통하는 것이다.
제네시스에게도 충분히 좋은 전략이 될 수 있다. 현재 상황에서 글로벌 시장의 성적이 부진하다면 스스로를 위안할 수 있는 기사 타이틀로만 치부를 커버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한국 시장만을 위한 특별한 자동차, 그리고 그에 걸맞는 장인 정신과 한국의 전통이 잘 녹아든다면 국내 소비자들에게도 특별한 자동차가 된다. 해외에서도 자연스럽게 한국에서만 탈 수 있는 특별한 자동차로 알려지고, 현대차의 프리미엄 브랜드 위상 역시 올라갈 수 있다. 등잔 밑이 어둡다 했던가? 해외 시장으로 뻗어나갈 수 있는 '한국 시장'이라는 길이 코앞에 있음에도 많은 사람들이 그 중요성을 놓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전시장과 서비스
독립뿐 아니라 실제로
서비스의 질을 높여야
많은 사람들이 현대차와 제네시스는 전시장과 서비스를 분리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런데 이미 실제로 현대차는 제네시스를 서서히 분리시키고 있다. 제네시스 독립 전시장이 점점 늘어나고 있고, 향후에는 서비스센터도 상당수 독립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런데, 단순히 독립한다고 끝나는 게 아니다. 많은 사람들이 '독립'만 이야기하고, 그다음을 이야기 안 한다.
제네시스의 전시장과 서비스센터 등이 분리되면서, 동시에 서비스의 질도 큰 폭으로 높아져야 한다. 프리미엄 브랜드는 앞서 언급했듯 합리적인 선택이 아니라 사치스러운 선택이 되어야 하기 때문에, 서비스 정신 또한 강력하게 요구된다. 벤츠나 BMW를 구매하기 전, 전시장에 방문하는 것만으로도 무언가 대접받는다는 느낌이 드는 것처럼, 제네시스에게도 이러한 과정과 서비스가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물론 한국에서 벤츠나 BMW가 완벽하다는 것은 아니다. 이들 역시 품질 이슈 등이 터지면 대처가 올바르지 못한 경우가 종종 있었다. 오늘 이야기는 내용은 일반적인 상황을 말하는 것이다. 전시장에 방문했을 때 고객이 느끼는 프리미엄 감성, 그리고 차를 구매하는 순간부터 구매 후의 서비스까지 고객들이 느낄 수 있는 프리미엄이 되어야 한다는 이야기다.
이건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중요한 요소 중 하나다. 실제로 자동차를 구매하는 고객들과 가장 먼저, 가장 가깝게 마주하는 것은 전시장 직원과 서비스센터 직원들이다. 프리미엄 브랜드의 역사나 이야기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향후 10년 이상을 본다면 지금 당장 필요한 개선점이다. 제네시스의 프리미엄 감성을 실제로 느끼고 체험한 고객들이 많아질수록 자연스럽게 브랜드에 대한 평가는 올라갈 것이다.
제대로 따라 하면 "창조"
어설프게 따라 하면 "짝퉁"
결론적으로 소비자들이 납득할만한 브랜드가 된다면 향후 몇 년 뒤 제네시스의 위상은 달라져 있을 것이라는 이야기다. 벤츠를 단순히 따라가야 할 대상이나 기준으로만 삼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치열하게 경쟁하는 경쟁자의 위치로 있는 것이 자연스러워 보이기 위해선 적어도 그들만큼은 움직여줘야 한다.
기준으로 삼고, 목표를 향하는 과정이 어설프면 "짝퉁"이 된다. 쉽게 말해, 제네시스의 날개 엠블럼이 벤틀리 짝퉁이 된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목표를 향하는 과정이 제대로라면 이는 모방을 넘어 창조가 될 것이다. 현대차가 한국의 프리미엄 자동차 브랜드를 제대로 창조해 주었으면 한다. 당장 눈앞의 성과를 무리하게 바라지 않는다. 10년 뒤, 20년 뒤, 적어도 일본의 프리미엄 브랜드 정도는 비교 대상으로 삼기 부끄러울 정도로 위상이 높아져있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