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집안싸움 시작
누가 밟고 올라서나
본격적인 경쟁이 시작됐다. 투싼만 풀체인지 됐던 시기에는 불균형한 싸움이었지만, 기아가 최근 스포티지 풀체인지 모델을 정식으로 공개하면서 다시금 균형을 이루게 됐다. 지난번 글에서는 스포티지 디자인에 대한 반응을 살펴보았고, 이번에는 투싼과 스포티지 대결의 결과를 미리 보려 한다.
사실 답이 어느 정도 정해져 있다. 현재 나오고 있는 반응은 대부분 스포티지가 투싼을 이길 것이라는 쪽이다. 이에 따라 오늘은 스포티지가 투싼을 이길 수밖에 없는 이유를 살펴보려 한다. 현대차가 기아를 무조건 이긴다는 공식이 점점 깨지고 있는 만큼 주목하지 않을 수 없는 주제다.
"역시 디자인은 기아"
의외의 호평 쏟아지는 중
스파이샷이 공개됐을 때까지만 해도 혹평이던 반응들이 한순간 바뀌었다. 사진이 정식으로 공개되자 의외의 반응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스포티지 사진을 접한 네티즌들은 "히트 치겠다", "기존 스포티지 디자인이 구렸는데 잘 나왔다", "디자인 나쁘지 않은 것 같다", "사진하고 직접 보는 것은 다르겠지만 기대가 된다"라며 호평을 이어갔다.
사실 이건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반응이다. 스파이샷, 심지어 예상도가 나왔을 때까지만 해도 디자인 때문에 잘 안 팔릴 것 같다는 의견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기아가 외관과 실내 디자인을 정식으로 공개하면서 반응이 180도 달라지게 되었다. 기아 입장에서는 호재인데, 현대차 입장에선 악재일 수밖에 없다. 경쟁 모델인 투싼을 향한 반응은 지금과 사뭇 달랐기 때문이다.
비록 같은 집안이지만
판매량에 따라 이미지 달려져
사실 이 경쟁이 무슨 의미가 있냐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 어쨌거나 같은 그룹 내에 속한 자동차이기 때문에 어떤 차가 많이 팔리든 수익에는 크게 영향이 없다는 취지에서다. 나도 얼마 전까지만 해도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왜 그럼에도 계속 이 경쟁에 다들 관심을 가지나 생각해 보니 조금은 다른 결론을 낼 수 있었다.
판매량에 따라 이미지 실추는 클 것이다. 예를 들어, 스포티지가 투싼을 상대로 완승을 거두면 "현대차, 결국 기아에 참패"라는 취지의 기사가 쏟아져 나올 것이다. 기업 입장에선 모든 브랜드의 차가 잘 팔려야 좋겠으나, 현대차는 기아에 진 브랜드라는 이미지가 강하게 심어질 것이다. 이러한 인식은 향후 출시될 다른 신차들에게도 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에 신중할 수밖에 없다.
사실상 같은 차체와 스펙
디자인이 선택을 좌우한다
아직 스포티지의 모든 정보가 공개되지 않았음에도 벌써부터 투싼이 걱정되는 이유는 간단하다. 두 차는 결국 완벽하게 동일한 차체를 사용하고, 파워트레인 스펙도 똑같을 것이며, 차체 크기도 거의 비슷할 것이다. 심지어 옵션 구성도 이름만 다를 뿐 거의 똑같다. 조금 과장해서 말하면, 눈 감고 타면 어떤 차가 어떤 차인지 구분하기 힘들 수도 있다.
사실상 디자인이 선택을 좌우한다고 말할 수 있다. 생김새만 다르고 목소리와 성격, 거기에 능력까지 똑같다면 선택을 좌우하는 것은 생김새밖에 없다. 이렇게 되면 둘 중 하나는 결국 '디자인이 별로인 차'로 낙인찍힌다. 단순히 댓글 반응에서만 끝나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도 디자인이 별로인 차로 낙인이 찍히는 것이고, 이러한 반응은 결국 판매량으로 이어진다.
실제 판매량이 증명했다
쏘나타 vs K5
싼타페 vs 쏘렌토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러한 이야기는 실제 판매량과 전혀 무관하다는 의견이 강했다. 그러나 얼마 전부터 디자인에 대한 평가가 실제 판매량으로 이어지고 있기 때문에 마냥 무시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실제로 현대차와 기아차 사이의 디자인 평가가 판매량으로 이어지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게 쏘나타와 K5다. 쏘나타가 먼저 풀체인지 되었고, K5가 뒤이어 풀체인지 되었다. 쏘나타는 출시 전부터 출시 후까지 디자인에 대한 혹평이 많았고, K5가 출시되면 판매량 게임에서도 쏘나타가 밀린다는 평가가 많았다. 그러나 K5가 출시되기 전까지 "기아차가 현대차한테 지는 일은 지금까지 없었다"라는 반박이 힘을 받았다.
올해 1월부터 5월까지의 판매량을 살펴보면 그 격차가 상당하다. K5는 올해 5개월 동안 2만 8,175대가 팔렸다. SUV가 대세라고 하는데, 투싼이나 팰리세이드보다 훨씬 많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반면 쏘나타는 같은 기간 동안 1만 8,846대가 팔렸다. 무려 1만 대 가까이 차이를 보이는 것이다.
단순히 쏘나타와 K5에만 그칠 줄 알았으나, 이러한 구도는 싼타페와 쏘렌토까지 이어진다.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쏘렌토는 3만 3,893대가 팔렸다. 같은 기간 동안 페이스리프트 된 싼타페는 1만 8,942대가 팔렸다. 이 둘은 무려 1만 5천 대 가까운 차이를 보이고 있다.
결국 디자인=기아
이미지만 만들어준 꼴
현대차가 조금 안일했던 것은 아닐까? 소비자들 사이에서도 기아차가 현대차를 이기는 일은 없다는 인식이 강했다. 실제로 기아차가 디자인이 더 좋다는 평가는 이전부터 있었다. 그러나 실제 판매량으로 이어진 건 얼마 전부터다. 이러한 것들이 쌓이고 쌓여서 '디자인=기아'라는 인식을 현대차가 만들어준 꼴이 된 것은 아닐까 한다.
앞서 언급했듯 기업에겐 제품의 이미지가 매우 중요하다. 기아는 '디자인=기아'라는 좋은 공식이 성립됐지만, 시간이 지나고 신차가 나올수록 현대차는 디자인과 멀다는 평가가 동시에 이어지고 있다. 기사 댓글 창 같은 곳에서 "스포티지가 디자인은 확실히 투싼보다 좋다"라는 내용이 날이 갈수록 많아지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디자인=기아
인식이 한몫했다
결국 이번 스포티지 반응이 좋을 수밖에 없었던 이유도 명확하다. 기아를 향한 디자인에 대한 인식이 한몫했다고 볼 수 있다. 기아도 스스로 이러한 인식의 흐름을 잘 반영하고 있는 것 같다. 스파이샷부터 시작해 티저 이미지, 그리고 공식 이미지 공개 시기까지 디자인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를 잘 이끌어 간다는 생각이다.
쏘나타와 K5의 대결 구도에서 이러한 인식이 확 심어졌고, 싼타페와 쏘렌토 대결 구도에서 이러한 인식이 현실이라는 것을 확신 시켜주었다. 시간이 지나 그랜저와 K8 사이의 대결은 "아직 풀체인지 모델과 페이스리프트 모델이기 때문에 공정하게 평가할 수 없다"라는 목소리가 나올 때쯤, 투싼과 스포티지의 대결 구도가 성사되면서 또 한 번 '디자인=기아'라는 인식을 굳힐 수 있었다.
단점이라 말하던 디자인
모두 개선되어 나온 신형
후면 방향지시등 위로 올렸다
인식도 중요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이 부분도 칭찬해 주고 싶다. 요즘 현대기아차 신차가 나올 때마다 소비자들이 잔소리처럼 말하는 것이 있다. "방향지시등 좀 제발 위로 올려라", 많이 들어보셨을 것 같다. 쏘렌토, 카니발, 투싼, 싼타페, 코나, K3 등 대부분의 신차들이 방향지시등을 범퍼로 내렸다.
방향지시등을 범퍼로 내리면 여러 가지 단점이 존재한다. 가장 먼저 소비자들 사이에서 보기 좋은 디자인이 아니라는 평가가 많으며, 안전상 문제도 클 것이다. 방향지시등이 범퍼에 있으면 불빛을 가리기가 쉽다. 예컨대, 풀이 우거진 비포장도로에 들어간다면 방향지시등이 가려져 잘 보이지 않을 것이다.
일반적인 도로에서도 마찬가지다. 앞차의 방향지시등이 범퍼에 달려있고, 그 차의 뒤에 바짝 붙어있다고 가정해보자. 꼭 내 차가 큰 차가 아니더라도 방향지시등을 가리게 되어 보이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대형차 운전자들에겐 더 안 보일 수 있다.
이번 스포티지도 출시 전부터 방향지시등 위치에 대한 갑론을박이 많았다. 다행히 이번 스포티지는 방향지시등을 위로 올렸다. 신형 스포티지의 방향지시등은 테일램프 바로 밑에 위치한다. 후진등은 범퍼 중앙에 작게 자리를 잡았고, 범퍼 양 끝에는 안개등이 적용된 것으로 보인다. 기아가 스스로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소비자들 사이에서 개선 요구가 빗발치던 것이 받아들여진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에 긍정적인 시선이 분명 많을 것이다.
투싼까지 굴복한다면
기세가 많이 꺾일 현대차
하필(?) 반도체도 정상화
만약 쏘나타와 싼타페에 이어 투싼마저 기아에 굴복한다면 여러모로 기세가 많이 꺾일 현대차다. 신차를 출시할 때마다 소비자들은 디자인을 예민하게 평가할 것이다. 동시에 기아와의 디자인 대결에서 졌다는 인식까지 강하게 박힌 상태이기 때문에 부정적인 여론을 피하기는 힘들어 보인다.
하필이면 내달부터 반도체 수급 상황도 괜찮아질 전망이라고 한다. 스포티지가 출시되고 생산이 되어 고객에게 인도가 시작될 시기에 반도체 호재까지 터지니 기아 입장에선 충분히 좋은 상황이라 말할 수 있다. 현대차는 기아와의 디자인 대결에서 승리를 거둘 수 있을까? 몇 개월 뒤 판매량이 그 결과를 말해줄 것이다.
문의 : spoilerkorea@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