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를 구매할 때
옵션 여부를 따진다
가격대를 정하고, 그중에서 마음에 드는 차를 고르고, 그 차에 들어갈 옵션을 선택하고, 최종적으로 내가 살 수 있는 가격대인지 다시 한번 확인한다. 자동차를 사는 과정만큼 예민할 때도 없지만, 동시에 즐거울 때도 없는 것 같다. 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만큼 신중하지만, 내 차를 마련한다는 생각에 신중함도 전혀 스트레스로 다가오지 않는다.
그런데 이러한 옵션들 중에서 전혀 필요 없는 옵션 사양이 있다고 한다. 좋은 줄 알고 넣었는데 알고 보면 우리나라 운전자 10명 중 5명에게 필요 없는 옵션이라고 한다. 이미 위 사진에 나왔기 때문에 언급하고 시작한다. 사각지대를 계기판 모니터로 비춰주는 '블라인드 뷰 모니터'다. 상당히 고마운 옵션인데, 오늘 이 글에 해당하는 운전자라면 과감하게 빼도 좋겠다.
옵션 여부에 따라
좋은 차 vs 나쁜 차?
은근 많이 따진다
우리는 옵션 여부에 따라 좋은 차와 나쁜 차를 따진다. 사실 자동차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옵션 가지고 좋은 차, 나쁜 차를 나눈다는 걸 의미 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자동차는 옵션뿐 아니라 만듦새, 움직임, 심지어는 엔진음과 같은 감성적인 부분도 판단의 기준이 될 수 있는 기계이기 때문이다. 아마 이 세상에 존재하는 기계장치 중 가장 예술적인 기계장치가 아닐까 한다.
일반 소비자들 입장에서 옵션을 가지고 좋은 차와 나쁜 차를 나누는 것도 어느 정도 이해는 된다. 예컨대, 안전과 관련된 옵션이라면 운명의 순간에 내 목숨을 자동차가 구해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또, 과시하는 맛이 있는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웅장하게 열리는 파노라마 선루프와 손을 대지 않고도 차로를 유지하는 똑똑한 내 차의 모습, 그리고 방향지시등을 켜면 사각지대의 모습이 계기판에 등장하는 신기한 모습이 도움이 되기도 한다.
많게는 수천만 원까지
옵션 비용이 발생한다
차종을 고르는 것만큼 중요한 게 옵션 선택이다. 옵션 선택에 따라 내가 선호하는 기능이 들어가기도, 내가 생각했던 예산을 초과하기도 한다. 풀옵션으로 사면 좋겠지만, 옵션을 많이 선택할수록 내가 사려던 차보다 윗급의 차가 눈앞에 아른거리기 시작한다. 이게 심해지면 진짜 아반떼 사러 갔다가 그랜저 계약하고 나오는 상황이 발생한다.
옵션이라는 게 첨단 기능도 모아놓은 만큼 비용도 어마어마하다. 중간 옵션 정도라면 몇 백만 원 선에서 끝나겠지만, 수천만 원까지 옵션 비용이 발생하는 경우도 있다. 실제로 제네시스 G80의 경우 선택할 수 있는 모든 옵션을 넣으면 옵션 비용만 2,200만 원을 넘어간다. 때문에 과도한 옵션 비용을 줄이기에 오늘 내용이 충분히 도움이 될 수도 있다.
요즘 현대기아차 신차에
옵션으로 들어가고 있는
블라인드 뷰 모니터
오늘 소개할 옵션은 '블라인드 뷰 모니터'다. 우리나라 운전자 10명 중 5명에게 필요 없는 옵션이다. 크게 와닿지 않으실 것 같아서 비유하자면, 작년 한 해 동안 우리나라에서 새로 출고된 그랜저만 14만 대에 달한다. 이 중 7만 대는 '블라인드 뷰 모니터'를 빼고 출고해도 됐었다는 이야기다.
블라인드 뷰 모니터만큼 고마운 옵션도 없다. 과시용이라기보단 안전 사양 중 하나다. 방향지시등을 켜면 내 차 사각지대를 비춰준다. 자동차는 생각보다 사각지대가 많은데, 특히 차로 변경을 할 때 이 기능을 사용하면 사고 날 가능성을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이다. 현대기아차 신차 시승차에 거의 필수로 들어가 있는 옵션이기도 해서 사용해볼 기회가 있었는데, 개인적으로 꼭 넣으면 좋을 것 같은 옵션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블라인드 뷰 모니터
왜 국내 운전자들에겐
필요 없는 옵션인가?
블라인드 뷰 모니터 옵션이 국내 운전자 중 절반에게 필요 없는 이유는 간단하다. 우리나라 운전자 10명 중 5명이 방향지시등을 사용하지 않는다고 한다. 블라인드 뷰 모니터는 방향지시등을 점등해야 작동이 된다. 방향지시등을 사용하지 않는 10명 중 5명은 이 옵션을 넣어도 실제로 사용할 일이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도로교통공단이 전국 도로 200여 km 구간을 조사한 결과, 차로 변경 차량의 48%가 방향지시등을 켜지 않고, 좌회전 및 우회전 차는 차량의 46%가 방향지시등을 켜지 않는다고 한다. 방향지시등을 생활화하고 있는 나로서는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데, 운전을 할 때 마주쳤던 차들을 다시 생각해 보면 충분히 납득이 가는 수치이기도 하다. 48%에 해당하는 운전자들은 200만 원가량을 아낄 수 있게 된 것이다. 제네시스 G80을 기준으로, 블라인드 뷰 모니터는 177만 원짜리 '드라이빙 어시스턴스 패키지 I'에 포함되어 있다.
옵션 사용 못 하는 건 둘째
사고뿐 아니라 보복운전까지
사실 이 옵션은 모든 운전자에게 필요하고, 모든 운전자가 활용할 수 있어야 정상이다. 그런데 48%라는 숫자가 가히 충격적이다. 옵션을 사용 못 하는 건 이야기를 재미있게 풀어갈 수 있게 만들어주는 매개체일 뿐, 진짜 문제는 따로 있다. 방향지시등을 켜지 않을 경우 사고를 유발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보복운전으로까지 이어진다.
실제로 몇 년 전 승용차가 방향지시등을 켜지 않은 채 갑자기 차로를 바꾸는 바람에 관광버스가 넘어져 40여 명의 사상자가 난 사고가 있었다. 방향지시등을 켜지 않고 끼어들었다는 이유로 보복운전을 하는 경우도 있고, 오히려 방향지시등을 켜지 않은 운전자가 적반하장으로 나오면서 폭행 사건으로 번지는 경우도 종종 있다.
아마 출퇴근하면서 방향지시등을 켜지 않은 차 때문에 짜증 났던 경험, 한 번쯤은 있으셨을 것 같다. 거의 모든 운전자가 매일 경험하는 것이기도 하다. 무리하게 끼어들기를 하면서 방향지시등을 켜지 않는 운전자들도 있고, 끼워주지 않자 되레 화를 내는 운전자들도 있다.
"방향지시등을 켜면 오히려 더 달려와서 차로 변경하기가 어렵다"라고 말하기도 하는데 그건 핑계다. 그렇게 따지면 52%에 해당하는 정상적인 운전자들은 어떻게 도로를 달리겠는가? 끼어들기 이후에 비상등을 켜주는 아름다운 문화가 있는 우리나라인데, 반대로 운전자 절반이 방향지시등을 켜지 않는 문화도 공존하는 우리나라다.
한국은 범칙금 3만 원
해외는 범칙금 20만 원
대부분 귀찮아서 방향지시등을 켜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귀찮아서 몇 번 안 켜다 보니 이게 습관이 되고, 운전하는 평생 동안 방향지시등을 켜지 않는 운전자가 되어가는 것이다. 또, 뒤에 차가 없다고 해서 켜지 않는 사람들도 있다고 하는데, 방향지시등은 뒤따르는 자동차뿐 아니라 보행자에게도 내가 갈 진로를 알리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도로교통공단은 일반 도로에서 2~3초 전, 고속도로에서는 4초 이전에 방향지시등을 점등해주는 게 좋다고 한다. 그런데 사실 이건 이론적인 이야기일 뿐 실전에선 어려운 경우가 많다. 비록 핑계라고는 했지만 방향지시등을 미리 켜면 내가 끼어들 자리까지 기어코 풀 악셀로 달려와 막아버리는 운전자들도 많기 때문이다.
모든 운전자들이 도로와 교통의 흐름에 맞춰 자연스럽게 방향지시등을 켜면 좋겠지만 아쉽게도 통계자료가 그렇지 못하다고 말해주고 있다. 해결 방법은 의외로 간단할 수도 있다. 방향지시등은 엄연한 도로교통법 위반 행위이기 때문에 범칙금 3만 원이 부과된다고 한다. "겨우 방향지시등 하나 안 켰다고 3만 원이나 내야 하냐"라고 말할 수도 있는데, 해외 사정은 조금 다르다.
일본에서는 방향지시등을 켜지 않고 방향을 바꾸다가 적발되면 차종별로 약 5만 5천 원에서 7만 6천 원의 범칙금을 물린다. 호주는 단속에 걸릴 경우 15만 5천 원을 내고, 미국은 주마다 차이가 있지만 앨라배마주 같은 경우 약 20만 원의 범칙금을 부과한다. 기본적인 것이고, 의무적으로 해야 하는 것이지만 제대로 이행되지 않을 때는 강제성을 부여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특히, 그것이 안전과 관련된 일이라면 오히려 과할수록 좋을 수도 있다.
문의 : spoilerkorea@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