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기사를 볼 때마다 궁금했다. 아마 나뿐만 아니라 독자들도 마찬가지인 분들이 많을 거라 생각된다. 이들의 이야기가 기사로 나올 때면 댓글 창은 비판으로 가득 찬다. 심지어 입에 담을 수 없는 욕설을 퍼붓기도 한다. 그럼에도 변화는 없다. 오히려 한결같다면 한결같다.
'자동차 노조'하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는가? 아마 긍정적인 단어보다는 부정적인 단어가 더 많이 떠오르실 것 같다. 오늘 집중적으로 살펴볼 쌍용차 노조 역시 마찬가지다. 불과 몇 개월 전에는 "제발 살려달라. 제2의 티볼리를 만들겠다"라고 말한 것에 이어, 최근에는 "회사 살리기 위해 무슨 일이든 하겠다"라고 말했다. 이 말들만 보면 절실하고 안타깝기까지 한데, 왜 소비자들은 비판을 멈추지 못하는 것일까?
쌍용차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자동차 노조'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현대차 노조일 것이다. 파업은 물론이고 심지어 경영까지 간섭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요즘은 현대차 노조뿐 아니라 르노삼성차 노조, 한국지엠 노조까지 말이 많다. 영업장을 점거하거나, 사장실을 점거하여 집기를 부수는 행위도 일삼았기에 기억에 남는 것이 당연하다.
'노조'라 함은 '약자를 위한 조합 또는 단체'가 정의 상 맞을 텐데, 오히려 자동차 노조는 그와 거리가 멀게 느껴진다. 이는 자동차에 관심 있는 사람들뿐 아니라 가끔 뉴스로 소식을 접하는 사람들에게도 뿌리 깊게 자리하고 있는 일종의 인식이다.
(사장실을 점거한 후 물건을 부수고 있는 한국지엠 노조원들)
나오는 기사만 보면
진작에 문 닫았어야
자동차 관련 글을 쓰는 것을 직업으로 삼은 지도 꽤 오래됐다. 이 일을 시작하기 전부터 궁금했고, 아직도 궁금하다. 자동차 노조 관련 기사만 나오면 그렇게들 욕을 한다. 심지어 이들의 행동이 그렇게 정의로워 보이지도 않는다.
그럼에도 회사는 꿈쩍도 못한다. 정부가 나서서 해결을 해주는 것도 아니다. 아마 독자들 중 상당수가 그들이 조용해지는 수단 중 하나는 "임금 협상"이라는 것을 알고 있을 것이다. 회사 입장에서 생산자가 파업을 하면 큰 손실이 있다. 장기적으로 보면 지역 경제에도 그렇게 도움이 안 될 것 같다. 그렇다면 회사나 정부 차원에서 조치를 취하는 것이 맞을 텐데, 어떻게 이들은 매년 비슷한 행보를 보일 수 있는 걸까? 그리고 어떻게 아직까지 그 권력이 건재한 것일까?
이 질문을 쌍용차로 한정해보면 궁금증은 더 깊어진다. 쌍용차는 지난 10년간 이렇다 할 신차가 없었다. 과거 1세대 체어맨과 무쏘가 판매되던 시절에는 현대차도 꿈쩍 못하는 고급 브랜드 이미지였다. 그러나 상하이차로 넘어간 전후로 주춤하더니 시간이 흘러 지금의 상황에 이르렀다.
내놓는 신차마다 성적도 좋지 못하다. 판매량과 인식을 모두 감안하면 가장 처참한 것은 코란도다. 코란도에 들어간 개발 비용만 3천억 원이 넘는다. 거금을 들여 개발한 코란도는 지금 '티란도'라는 별명만 남았을 뿐 신차로서의 활약은 그리 두드러지지 못했다. 오히려 쌍용차만의 캐릭터라 할 수 있는 티볼리 패밀리룩에 대한 반감만 샀을 뿐이다.
이쯤에서 "티볼리는 성공했지 않느냐"라고 반문하실 수도 있는데, 기업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소형차가 많이 팔리는 건 그렇게 큰 도움이 못 된다. 실제로 쌍용차 관계자 역시 "작은 차보다는 큰 차가 많이 팔리는 것이 좋다"라고 말했고, 티볼리가 한창 이름을 날릴 때 쌍용차의 흑자 전환까지 유지됐던 것도 아니다. 적어도 코란도 이상 급의 신차가 성공을 했어야 쌍용차가 제대로 도약할 수 있었다는 이야기다.
개발비는 천문학적으로 들어가는데 신차 판매량은 저조하다. 당연히 매출이 떨어지면서 들어오는 돈은 적고 나가는 돈만 많아진다. 결국 제2의 상하이차 사태라고 불릴만한 일이 최근 들어 벌어지고 있다. 쌍용차 노조는 20일,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노동자에게 피해를 전가하는 것만큼은 고민해 달라고 정부에 건의할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한국지엠 군산 공장 사태
기억해보면 답이 나온다
내일 당장 문을 닫아도 이상하지 않고, 정부가 나서서 무언가 조치를 취해도 어색하지 않을 것 같다. 심지어 대부분의 사람들이 강하게 비판까지 하니 말이다. 그런데 왜 아무런 조치도 없고, 심지어 아직까지 권력이 건재한가? 한국지엠 군산 공장 폐쇄 사태를 기억하면 어느 정도 답이 나온다.
군산 공장 폐쇄 당시 많은 사람들이 GM을 비판했다. 먹튀 논란부터 시작해서 세금으로 살리는 것도 반대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지금의 쌍용차와 어느 정도 맥락이 비슷했다. 그런데 많은 이들이 놓친 게 있다. '지역 경제'다. 일반 사람들의 시각보단 정부의 시각으로 본다면, 잘못 건드리면 그 파장이 너무 크다.
한국지엠 군산 공장은 2018년 2월 8일부터 생산 라인 가동이 중단됐다. 이 당시 군산 지역 경제에도 큰 타격이 있었다. 한때 100% 가동률을 유지하기도 했던 공장이니 지역 경제에 타격이 없는 게 오히려 이상하다.
이 당시 군산 공장 주변에 위치한 10여 개 협력 업체도 문을 닫았다. 한 협력업체 간부는 "최근 3년째 직원들에게 성과급은커녕 임금도 제때 주지 못하고 있다"라는 말을 하기도 했다. 지나다니는 사람도 없어 지역 점포나 상권도 마비 상태였다.
군산 공장에서 약 10분 거리에 있는 소룡동 상가 지역은 한국지엠 및 협력업체 직원들이 식사와 회식을 위해 자주 찾았던 곳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대표적인 상권임에도 불구하고 지나다니는 사람조차 찾아보기 힘들 정도였다.
당시 군산 공장과 부품 협력업체에서 일하고 있는 직원 수만 1만 2천여 명이었다. 군산은 한국지엠 공장이 폐쇄된 지 1년이 지나서야 회생의 계기를 마련할 수 있었다. MS 그룹 컨소시엄의 GM 군산 공장 인수 결정이 가장 큰 이유였다.
평택 지역 경제 쥐고 있어
함부로 건들기가 힘든 현실
쌍용차도 마찬가지다. 이미 법정관리 신청 때부터 평택 지역 경제 후폭풍에 대한 말이 많았다. 당시 경제 전문지들은 쌍용차가 평택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만큼 이후 결정되는 운명에 따라 지역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 전망했다. 지난 2009년 상하이차 사태 당시 1차 협력사 32곳 중 4곳이 부도를 맞거나 법정관리에 들어갔고, 25곳이 휴업했었다. 2차 협력사 중에서도 도산이나 법정관리에 들어간 업체가 19곳, 휴업한 업체가 76곳에 달했으니 걱정과 우려가 클 수밖에 없다.
올해라고 다를까? 지난 2월, 쌍용차 공장이 가동된 날은 고작 사흘에 불과했다. 가동이 사실상 멈추다 보니 인적조차 드물었고, 인근 식당 주인들은 "사람이 없어서 매출이 30%나 줄었다"라고 호소했다. 코로나19 악재까지 겹쳤으니 피해가 더했으면 더했지 덜하지는 않을 것이다. 점심 장사가 한창일 시간에도 식당들 대부분이 개점휴업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건 현대차도 마찬가지
기업 입장에선 생산과 매출
지역 입장에선 지역 생계
사실 이것은 비단 한국지엠이나 쌍용차에게만 해당되는 이야기가 아니다. 앞서 말했듯 현대차에게도 똑같은 논리가 적용될 수 있다. 울산 공장이 문을 닫기라도 한다면 해당 지역 경제는 큰 계기가 없는 한 붕괴되고 말 것이다.
지역 경제가 붕괴되면 해당 지역에서는 당연히 '생계'와 관련된 이야기가 봇물 터지듯 나올 것이다. 소비자들이 보기에는 비판받아야 마땅하고, 회사가 당장 문을 닫는 것이 맞아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지역 경제를 생각해야 하는 정부 시선에선 함부로 건드릴 수 없는 이유가 분명 존재한다는 이야기다.
(출처 - 연합뉴스)
"이제 와서 세금으로?"
소비자들의 강한 비판에는
분명 이유가 있다
"회사 살리기 위해 무슨 일이든 하겠다"라고 말하는 노조, 그러나 소비자들의 반응은 싸늘하기만 하다. 실제로 관련 기사에서 네티즌들은 "회사 돈 못 벌 때 월금 안 올려준다고 데모하다가 망하니까 정부한테 세금으로 살려내라니", "월급 전부 반납하고 회사 정상화될 때까지 무보수로 근무해라", "국민 세금 공적 자금은 쓰지 말아라", "권리도 중요하지만 회사가 먼저 살아냐 나도 존재한다는 것 기억하라" 등 강한 비판을 쏟았다.
노조를 비롯한 회사는 소비자들의 강한 비판을 새겨들을 필요가 있다. 비판이나 잡음이라는 것이 괜히 들리는 것이 아니다. 그간 자동차 생산과 관련된 품질 불량, 때마다 등장하는 파업과 과격한 시위 장면... 왜 그들 앞에 '강성', '귀족'이라는 수식어가 붙기 시작했는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소수가 아닌 절대다수가 비판하는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분명 존재하며, '생계'라는 극단적이고 현실적인 말을 무기 삼으면 안 된다.
'약자'의 편이어야 하는 '생계'
사실 '생계' 없는 사람이 어딨으랴
오늘 이 글이 부디 '노조를 위한 글', '노조 시각에서 쓴 편협한 글'이라는 소리를 듣지 않았으면 한다. 아마 내용을 천천히 정독하신 분들이라면 그런 말을 하실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노조'는 '근로자'들을 위해 생겨난 조직이다. '근로자'는 갑인 기업 앞에선 한없이 작은 '약자'다.
자동차 노조가 기억할 것이 있다. 그들에게 쓴소리를 하는 소비자, 네티즌들 역시 다른 곳에 가면 근로자다. 이들에게도 생계가 존재한다. 생계는 특정인이나 특정 집단에게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주체인 회사가 있어야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