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 이런 차가 나온다고
욕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국산차 영상을 이렇게 넋 놓고 볼 수 있는 날이 또 있을까? 개인적으로 그간 국산차 디자인에 큰 감흥이 없었다. 사진이나 영상을 통해 공개된 디자인은 대부분 "멋있다" 정도에서 그쳤고, 막상 실제로 보면 "국산차네"라는 느낌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나뿐만 아니라 꽤 많은 분들이 비슷한 기분과 감정을 느끼셨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런데 최근 "이 차는 꼭 실물로 보고 싶다"라는 느낌이 강하게 든 영상이 하나 있다. 국산 신차를 예고하는 티저 영상이었지만, 지금까지 본 국산차 티저 영상과의 느낌은 확연히 달랐다. 만약 현대차는 이 차의 출시를 고민하고 있다면 당장 그 고민은 멈춰줬으면 좋겠다. 이 차는 무조건 출시되어야 하고, 그 이유 또한 상당히 많다. 제네시스가 공개한 '제네시스 엑스' 콘셉트다.
"돈 안 되는 자동차"
기업은 싫어할 수밖에 없다
"현대차는 돈 안 되는 차는 안 만든다"라는 말, 아마 자주 들어보셨을 것 같다. 이건 단순히 루머가 아니라 현대기아차가 실제로 그런 것처럼 보이게 행동한 것에도 과실이 있다. 제네시스 쿠페 이후 이렇다 할 스포츠카는 지금까지 찾아볼 수 없었고, 그나마 그 성격이 남아있는 스팅어는 멀쩡히 생산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단종될 수도 있다는 해외발 소식이 시도 때도 없이 들려왔다.
항간에는 제네시스 G70이 원래는 2도어 쿠페로 나오려다가, 윗선에서 반대하는 바람에 4도어 세단이 되었고, 그래서 지금의 G70 뒷자리가 그렇게 좁게 나오게 된 것이라는 설도 있을 정도다. 그간 현대차가 내놓은 차들의 성격이나 흐름을 보면 충분히 그럴 법도 하다.
경제학을 전공하지 않았더라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기업의 제1 목적은 이윤추구라는 것을 알고 있다. 그들의 행동과 행보에는 이윤 추구를 전제하에 한다는 것이 암묵적으로 깔려있다. 예를 들면 사회 공헌 활동이나 봉사활동, 심지어 기부까지도 이윤 추구와 연결이 된다. 긍정적인 이미지는 곧 기업에게 이득으로 돌아가기 때문이다.
그런데 유독 자동차 기업들은 손해 보는 짓을 많이 한다. 조금 심하게 말하자면, 다른 자동차 제조사들에 비해 현대차가 지나치게 이윤 추구만을 목적으로 활동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이런 시선이 만들어지게 된 이유는 간단하다. 그간 제네시스 쿠페의 후속작을 내놓지 않았기 때문이다. 너무 뜬구름 잡는 이야기가 아니냐고? 전혀 그렇지 않다.
기업한테 좋은 게 있나?
굳이 출시하라고 말하는 이유
기업의 이미지는 소비자들을 움직이는 데에 큰 역할을 한다. 사회에 공헌하는 기업, 국가에 이바지를 하는 기업, 소비자를 생각하는 기업의 제품을 더욱 선호하는 것이 사람의 심리다. 자동차 기업에게도 비슷한 잣대가 들이밀어진다. 겉보기엔 다른데, 막상 들여다보면 비슷하다. 자동차 기업에게는 "손해 보는 기업이 진정한 자동차 기업이다"라는 이상한 기준이 있다.
사실 이런 생각을 일반 소비자들이 많이 하지는 않는다. 보통 자동차에 관심이 많거나 자동차를 마니아틱하게 선호하는 사람들이 이런 생각을 많이 한다. 실제로 손해를 보는 것 같지만, 장기적으로 본다면 이 손해 보는 행동이 자동차 제조사에게 큰 영향을 끼친다. 이 행동이 곧 이미지가 되고, 그 브랜드의 정체성이 되고는 하기 때문이다. 현대차가 제네시스 쿠페의 후속을 출시하거나, 제네시스 엑스를 필수적으로 양산해야 한다고 외치는 이유다.
자동차 제조사로서의 기술력
이제 과시가 필요할 때가 됐다
현대차는 이제 기술력을 과시할 때가 됐다. 물론 이건 지금도 계속해서 거론되고 있는 품질 문제나 결함 논란을 모두 해결해야 한다는 전제를 두고 말하는 것이다. 기술력 과시는 비단 화려한 디자인과 첨단 옵션만으로 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내 차 정말 예쁘게 생겼어"라며 자신의 자동차를 과시하는 사람보다 "내 차는 정말 빠르고 잘나가"라고 과시하는 사람이 더 많은 것과 같다.
스포츠카를 유독 특별하게 생각하는 것 같은데, 막상 생각해 보면 꼭 그렇지만도 않다. 제네시스 신차가 등장할 때마다 언급되는 벤츠, BMW, 아우디 중 스포츠카를 만들지 않는 브랜드는 없다. 스포츠카가 없다면 타이어를 순식간에 갈아버릴만한 고성능 모델이라도 내놓는다. 고리타분하고, 하이브리드에만 목숨 걸 것 같은 일본차 브랜드도 스포츠카나 고성능 모델을 만든다. 현대차라고 만들지 않아야 할 이유가 있을까?
프리미엄 브랜드의 이미지를
좌우하는 것은 소수의 강력한 모델
이 정도 이야기했을 때 단골 반박으로 등장하는 것이 "어차피 출시해도 안 살 거 아니냐" 혹은 "인터넷 댓글에서만 난리지 막상 출시하면 사지도 않는다"라는 말이다. 그리고 이는 곧 기업이 그런 차들을 출시하지 않는 이유로 연결되곤 한다. 이론적으로 본다면 맞다. 기업은 이윤을 추구해야 하는데, 일반 세단보다 훨씬 많은 개발비가 들어가면서 판매량은 10분의 1도 안되는 스포츠카를 만들 이유가 없다.
지난 칼럼에서도 이야기했지만, 이건 너무 한 발짝 밖에서만 바라보는 시선이다. 자동차 제조사의 이미지, 그중에서도 프리미엄 브랜드의 이미지를 좌우하는 것은 주력 모델보다 판매량이 훨씬 저조한 소수 모델들이다. '메르세데스 벤츠'하면 우리는 'S클래스'나 'AMG'를 떠올린다. 'BMW'하면 'M3'를 빼놓고 말할 수 없으며, '아우디'하면 'R8'과 'TT'를 빼놓을 수 없다. 이들 모두 주력 모델인 E클래스나 5시리즈, A6보다 판매량은 훨씬 저조하다. 그러나 그 브랜드를 상징하는 중요한 모델들로 자리하고 있다.
우리가 명품 브랜드를 따질 때 가격뿐 아니라 브랜드 역사를 따지듯이 프리미엄 자동차 제조사에게도 어느 정도 스토리가 필요하다. 흔히 말하는 '벤비아'는 독일을 대표하는 프리미엄 브랜드다. 이들에겐 100년 넘는 역사가 존재한다. 독일보다 출발이 늦는 일본차 브랜드도 마찬가지다. '렉서스'는 장인 정신을 브랜드 정체성으로 삼고, 이걸 병적으로 지켜낸다. 관련 다큐멘터리에도 출연을 했을 정도다.
제네시스는 이제 출범한지 6년 정도가 되었다. 누군가는 '시기 상조'라고 말하지만, 빨리 준비한다고 손해 볼 것이 있을까? 첫 단추부터 신중하게 끼워야 하는 만큼 지금부터라도 브랜드 역사를 어떤 이야기로 꾸밀지, 어떤 모델들로 브랜드의 기술력과 럭셔리함을 과시할지 생각해야 할 것이다. 자동차 시장은 혼자서 독점할 수 있는 곳이 아니기 때문에 살아남으려면 필수다.
실제로 내년에 출시 예정이다
그전까지 이 문제들만 해결한다면
더욱 완벽한 시나리오가 될 듯
실제로 제네시스 엑스 콘셉트가 공개된 이후 "제네시스 쿠페 후속으로 나와달라"라는 소비자들이 많았다. 공개 초기에는 또 다른 많은 소비자들이 "그럴 일은 절대 없을 것"이라고 못 박았다. 현대차도 제네시스 엑스를 발표하면서 "제네시스가 추구하는 디자인의 본질적인 요소를 극적으로 담은 콘셉트카"라고만 말했을 뿐 기술력에 대한 이야기는 그 어디에도 없었다.
아직 완전히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다행히도 제네시스 엑스의 양산형 모델이 내년쯤 출시될 예정이라는 소식이 들려오고 있다. 지금까지 공개된 정보에 의하면 전기차로 나온다고 한다. 이 소식이 전해지자 내연기관 모델로도 꼭 나와달라는 의견도 나오기 시작했다.
어쩌면 괜찮은 전략일 수도 있다. 내연기관 자동차 시장에 비해 아직 덜 익은 전기차 시장이기 때문에, 조금만 빨리 움직이면 선두 주자 자리를 충분히 가져갈 수도 있기 때문이다. 테슬라조차 '로드스터'를 양산하겠다고 밝힌 상태이기 때문에 이 방향이 완전 현실성 없는 것도 아니다.
제네시스 브랜드를 위한 완벽한 시나리오가 아닐 수 없다. 물론 앞에서 말했듯 지금 언급되고 있는 품질 이슈나 결함 논란들을 완벽하게 해결해야 진짜 완벽한 시나리오가 될 것이다. 프리미엄 브랜드에겐 '역사'가 중요하다고 했는데, 품질 이슈와 결함 논란이 언급되고 있는 이 순간도 역사 중 하나로 기록되고 있다는 것을 잊지 않아야 한다.
"일본차는 이겨줘야 하지 않겠나"
아마도 지배적인 소비자들의 반응
그렇다면 더욱더 필수적인 모델
프리미엄 브랜드 시장은 견고하다. 우리나라 자동차 판매량만 본다면 크게 와닿지 않을 수 있지만, 유럽과 북미 시장은 독일과 일본 브랜드가 점령하고 있다. '잠식하고 있다'라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로 진입 장벽도 높은 게 사실이다.
해외발 소식이 들려올 때마다 "일본차는 이제 이겨주자"라는 반응을 찾아볼 수 있다. 아마 이걸 원하지 않는 국민들은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제네시스 엑스는 더욱 필수적인 모델이 될 수밖에 없다. 그들보다 훨씬 브랜드 역사를 잘 만들고, 훨씬 뛰어난 기술력 과시도 필요하기 때문이다. 부디 바람이 현실이 되었으면 한다. 방향은 이미 정해져있다. 앞으로 나아가기만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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