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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상훈 Jul 05. 2024

119에 실려 가다

술, 부정맥

부정맥이 있다.  발작적으로 심장 맥박이 불규칙해지는 질환이다. 부정맥도 여러 가지가 있는데 나는 고령자들에게 흔하다는 심방세동을 갖고 있다. 멀쩡하게 있다가 느닷없이 심장이 덜컹거리면서 불규칙해지고 숨이 가빠지며 무거운 돌로 가슴을 누르고 있는 불편감으로 약을 먹기 시작한 지 수년이 되었다. 잠깐 지속되다 멈추던 부정맥이 언제부터인가 몇 시간으로 늘더니 급기야 하루 이상 지속되었다,


2007년 어느 날, 술과 함께 불금을 보낸 주말 아침 눈뜨자마자 떨어진 혈중 니코틴 농도를 올리기 위해 라이터와 담배를 챙겨 들고 아파트 계단실로 갔다. 숙취로 괴롭지만 담배에 불을 댕겼다. 어! 심장이 조금 빨리 뛴다. 긴장하거나 몸을 많이 움직인 것도 아닌데, 가슴이 두근거린다. 천천히 긴장을 풀고 2~3분 정도 지나면 다시 평정심을 찾으리라. 언제부터인지 모를 이런 증상이 있은지 꽤 오래되었다.


술과 담배를 무척 좋아했고 누가 봐도 완전 중독자였다. 담배는 아침에 두 갑을 사면 자기 전까지 몇 개 남기지 않았다. 술을 마신 날은 두 갑을 넘겼다. 술은 도저히 속이 아파 못 마시는 날을 제외하고 1년에 360일 정도 마신 것 같다. 출근을 항상 일찍 했기 때문에 전날 과음으로 술이 덜 깬 상태로 더 이상 기상을 늦출 수 없을 때까지 누워있다 허둥지둥 급하게 일어나 운전대를 잡으면 심장이 마구 뛰곤 했다. 하지만 곧 다시 잠잠해졌기 때문에 술, 담배를 탓하며 이러한 증상을 해결하거나 개선하기 위한 어떠한 노력도 하지 않았다.


그러다 드디어 일이 터졌다. 과음한 다음 날 새벽, 기상과 동시에 아파트 계단실로 갔다. 담배를 몇 모금 빨고 나니, 두근대던 심장이 점점 더 빨라진다. "어, 이게 아닌데!" 다른 때와 다름을 직감했다. 1분에 몇 회인지 셀 수 없을 정도로 빨리 뛴다. 이대로 쓰러져 죽을지도 모른다는 무서운 생각이 들었다.


다급하게 담배를 끄고 집으로 들어가 핸드폰으로 직접 119에 직접 전화를 걸었다. "부정맥 환자인데, 빨리 좀 와주세요!" 아직 이른 시간이라 와이프랑 아들은 자고 있다. 깨우기 싫었다. 아파트로 주말 아침에 구급차가 들어오면 온 동네 다 소문나고 가족들이 알게 된다. 3층이라 1층까지 힘들게 내려갔다. 금세 온몸이 식은땀이다. 다행히 소방서가 집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 가장 가까운 고려대학교 병원 응급실로 들어갔고 병원에 도착한 직후 고장 난 심장은 다행히 원래대로 돌아왔다. 응급실에 일단 들어가면 여러 검사와 과정을 거쳐야 한다. 나는 거짓말을 했다. 부정맥으로 평소 다른 병원에서 약물치료를 받고 있다고 하고 바로 퇴원할 수 있었다.


며칠 뒤 지인이 근무하는 대학병원의 부정맥 클리닉에서 정밀 검사를 하고 부정맥 치료를 시작했다. 의사는 술을 좋아하는지부터 물었다. 심방세동이란다. 고령자들에게는 비교적 흔하고 젊은 나이에는 대부분 술 좋아하는 사람에게 찾아온다고 했다. 일단 술, 담배를 끊고 약물치료를 시작하자고 했고 일단 그러기로 했다.


술과 담배를 끊을 수 있을까? 이러한 질문을 진지하게 해 보기 전에는 때가 되면 끊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었다. 담배는 백해무익이라니 좀 더 나이 먹고 건강생각해야 될 때 끊고, 술은 조절하면서 즐기면 될 것으로 여겼다.  


담배부터 끊기로 하고 D-day를 잡았다. "금연에 성공하려면 철저한 준비가 필요해. 무작정 무계획으로 시도했다가는 백전백패다!" 이번 달까지 피우고 다음 달 1일부터 담배와 결별하기로 했다. 오늘은 말일이다. 내일부터는 담배를 피울 수 없다. 와이프와도 약속했다. 와이프는 골초셨던 장인어른이 단번에 금연에 성공하셨기 때문에 담배 끊는 걸 우습게 안다. "남자가 그깟 담배 못 끊냐고?"


"끊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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