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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상훈 Jul 07. 2024

운동 끊고 고지혈증

마라톤까지 할 생각은 아니었습니다.

못 끊을 줄 알았던 담배와의 지독한 인연을 끊고 1년 정도 지나자 체중이 늘기 시작했다. 평소 체중에서 5kg 이상 늘었다. 원래 마른 체격이라 이 정도 체중 증가에도 오랜만에 보는 사람들은 살이 많이 쪘다고 단번에 알아봤다. 어떤 사람들은 10kg 이상 쪄보인다고도 했다. 담배를 끊으며 군것질이 늘었다. 술은 여전히 즐겼다. 주로 육류를 안주로 소주, 맥주를 적당히 섞어 마시며 담배 끊은 허전함을 술과 안주로 채웠다. 


"담배 끊었으니, 술은 마셔도 돼!" 

스스로 금연에 성공한 대단한 사람으로 치켜세우며 너무도 당당히 술을 마셨다.


직장 바로 옆에 보건소가 있었다. 대사증후군 관리를 무료로 해준다는 현수막이 붙었다. 대사증후군과 체중은 매우 밀접한 관련이 있다. 대상자로서 무료관리를 받기 위해서는 몇 가지 간단한 검사가 필요했다. 

체중과 허리둘레를 재고 나니 혈당과 고지혈증 검사를 한다며 화장실에서 손을 씻고 오란다. 씻은 내 손을 조그만 바늘로 찔러 피를 냈다. 


"손을 다시 한번 씻고 오셔야겠어요. 측정장비가 에러 나네요." 

"깨끗이 씻었는데..." 


나는 손을 또 한 번 비누로 정성껏 씻고 보건소 직원에게 손을 내밀었다. 

다시 바늘로 찌르고 측정장비에 혈액을 묻혔다. 


“장비가 고장이 난 것 같아요 “ 

“채혈검사로 바꿔서 진행해야 됩니다” 


하필 내가 할 때 장비가 고장이라니, 어쩔 수 없이 팔을 걷어붙이고 주삿바늘을 꽂아 튜브에 피를 남겨두고 왔다.


며칠 뒤 결과를 듣기 위해 재방문했다. 복부비만이 심하단다. 나는 평생 살 안 찌는 체질인 줄 알았는데...

그게 다가 아니었다. 고지혈증도 심각했다. 특히 중성지방 수치가 정상수치의 6배가 넘었다. 


지난 검사 때 장비오류는 기계 탓이 아니라 측정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선 중성지방 수치 때문이었다. 기가 막혔다. 기계가 측정을 못할 정도로 핏속에 기름기가 많다니...


생활습관 교정이 필요하다는 간호사의 조언과 식사에 대한 교육을 받았다. 무엇보다 음주습관을 없애야 한다고 했고 운동에 대한 조언도 들었다. 


평소 수업에서 학생들에게 가르치던 내용을 간호사로부터 직접 들었다.


집에는 비밀로 하고 그날 저녁도 건강하지 않은 육신을 위로하며 곱창에 한잔했다.


“운동을 안 해서 그래. 운동만 하면 금방 좋아질 거야”.


하지만, 그 후로도 운동은 하지 않았다. 가끔 비계나 지방이 과하게 붙은 고기를 몇 점 덜 먹는 시도가 고작이었다. 담배도 끊은 대단한 의지력의 소유자가, 술과 안주를 조금 줄이면 다음 검사 성적표는 곧 좋아질 것으로 생각했다. 


사실 첫 검사전날 9시 이후 금식하고 오라고 했는데, 늦게까지 술 한잔 하느라 자정 넘도록 열량 가득한 안주를 먹었었다. 


"금식시간만 지켰어도 결과가 그렇게까지 나쁘진 않았을 텐데" 하며 스스로 위로했다.


운동을 해야 하는 걸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해야 할 이유도 충분했다. 부정맥, 고지혈증, 늘어나는 체중... 하지만, 안 했다. 하기 싫었다. 시간이 없다고 생각했다. 


아침잠 설치고 하는 운동은 오히려 종일 피곤하게 만들고 하루를 지치게 한다. 여러 핑계를 만들고 운동 계획을 계속 미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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