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된 물건에 집착이 강한 나는
뮈든 한번 손에 들어오면 버리지 못하고
쓰는 편이다! 싫증을 내지 않으므로
오래된 집안의 가구들도
친구 같고 식구처럼 느껴진다.
아직도 결혼 할때 장만한 가구들이 터줏대감처럼
구석구석에 자리잡고 지들이 주인행세를
하지만 도무지 싫지가 않다.
매일 집안에 들어서면 제일 먼저 인사하고
나를 기다려준 것 만 같다
삐걱거려 가끔 손도 봐주고
나사도 조이면서 요즘은 나를 보는듯
안스럽다 '니들도 이제 폐물이 되어 가는 구나!'
우리집 제일 오래된 가구 1호
우리 남편! ㅎㅎ
하지만 인정 사정 볼 것 없이 버리는 것 도있다
바로 옷가지들 이다.
쌓이면 거추장스럽기 짝이 없다.
쌓이면 쌓일수록 입을 것이 없다.
뭔가 걱정꺼리가 쌓이듯 입지도 않는 옷들을
보면 답답하게 느껴져서
철마다 버려주어야지 마음 속이 비워지는 것 같다.
옷은 그저 나를 스쳐지나가 버리는 손님 같다.
천원짜리 옷 부터 몇십만원에 이르는 고가의
옷까지 내 눈에 어긋나면 가차없이 버려버리는
쿨함은 딱 옷가지에 한해서이다.
이번에 핸드폰을 바꾸었다 지금까지
핸폰교체의 역사를 보면,
주위에서 하도 구박을 해서 어쩔수없이
쓸만한데...라며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바꾸었던 핸드폰 이었는데
갑자기 쓰던중에
비명횡사한건 처음이다.
화장실변기에도 빠지고
남의 까페에서 미아도 되고
기차안에서 이산가족도 되고
그렇게 모질게 내손에 붙어서
떨어지지않더니 조용히 사망했다.
한나절 망연자실해서 as센테로 달려가려다
잠시 생각에 잠긴다.
하루만 조용히 지내보자,
급한데 올 연락도 없고 왠지 마음이 홀가분해지는 걸
느꼈다 . 이참에 인맥도 좀 정리하고,
그물망처럼 연결되있는 관계
필요하면 그쪽에서 어떻게든 날 찾아내겠지....
오랜사람들은 그렇게 오래 나에게
머물러 주겠지.....
뭐 연락이 끊겨도 또 어떻게든 만나지겠지....
사람들도 이처럼
나에게 옷가지 처럼 가볍게 느껴졌으면 좋겠다.
한번 관계를 앶고나면 물건이건 사람이건
쉽게 정을 떼지못하는 모지리같은 내가
가끔 구질구질하게 느껴진다.
집착하지말고 자유롭게 훌훌 버려버리고
또 새롭게 대할수 있는...
나를 언제나 꿈꾸어본다.
문득 도종환의 가구라는 시가 떠올라
올립니다 지금 나의 모습을 보는듯 하다
가구
- 도종환
아내와 나는 가구처럼 자기 자리에
놓여 있다 장롱이 그러듯이
오래 묵은 습관들을 담은 채
각자 어두워질 때까지 앉아 일을 하곤 한다
어쩌다 내가 아내의 문을 열고 들어가면
아내의 몸에서는 삐이걱 하는 소리가 난다
나는 아내의 몸 속에서 무언가를 찾다가
무엇을 찾으러 왔는지 잊어버리고
돌아 나온다 그러면 아내는 다시
아래위가 꼭 맞는 서랍이 되어 닫힌다
아내가 내 몸의 여닫이문을
먼저 열어보는 일은 없다
나는 늘 머쓱해진 채 아내를 건너다보다
돌아앉는 일에 익숙해져 있다
본래 가구들끼리는 말을 많이 하지 않는다
그저 아내는 아내의 방에 놓여 있고
나는 내 자리에서 내 그림자와 함께
육중하게 어두워지고 있을 뿐이다
오래된 부부의 언어는 간소화 된다
말을 하지 않아도 통하는 부부들의
대화는 작은 몸짓하나로도
소통이되고 눈빛과 침묵속에서도
많은 대화가 이루어지고
일상은 평온하게 흘러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