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토끼 Jun 08. 2018

이별을 준비할때

정이라는 사슬

일주일 전부터 나와 눈이 안 마주치며 차가운 분위기를

풍기던 후배가 오늘 ,짐을 쌋다.

늘 아침인사 만큼은 밝게 오가는 사이였는데.

 요며칠 "왔어요" 라고 웃으며 인사를 하면  "네"라고 대꾸만 하고 얼굴도 쳐다보니않고 .자리로 가버린다. 뻘쭘하게 서있다 . 고개를 갸우뚱하지만 ,그런걸 신경 쓸 만큼 살가운 사이는 아닌지라 그냥 흘려 보낸다.

출근해서  그저 자리에 앉아 내 할 일만 하고 퇴근하는 날들이 많아, 동료가 곁에 있어도 말 한마디, 나누는 일이 없는 날도 많다.


8개월 남짓 같이 팀으로 일했지만 20년을 프리랜서로 있다보니, 동료들이

새로 들어오고 떠나 것에 둔감해진다. 나를 포함 ,우리들은  조금이라도 조건이 좋으면  바로

쪼르르  팀을 옮기는 철새 이다보니,

사람들의 성향에 따라 그만두는 방법도 가지가지이다. 

이 친구는 비교적 내성적인 타입이라 ,

정떼기 작전을 쓰고 있었나 보다.


실력으로 자신의 상품성을 인정받는 우리직종은

실력에 대비해 까칠한 사람이 많다. 돈이 되지않으면

10년을 같이 일한  가족같은 의리가 있어도 .

그날로 바로 다른 팀으로 옯긴다.

연예계처럼 돌고 도는 직종이라, 언제든 돌고 돌아 만나게 되는데도 ,이해관계가 꼬이면

서로 얼굴 붉히고 험하게 싸음판을 벌이고,

 관두기도 한다. 하지만 3개월이면 금새 잊혀지고,

또다시 이익이 되면 기어들어어와서  살살거리며 예전처럼 아무일 없다는 듯 일하지만,

 아무도 뭐라 할 수가  없다. 오너에게는 이런  사람필요하니까!

필요에의해  뭉쳐서 일해야하니 사적인 감정 쯤이야 그저 소비되고 사라지는  감정에 불과하다.


그러다 보니 동료간의 기대치는 점점 낮아지고.....

좋은 사람이란 나한테 피해 안주는 사람쯤으로 정의 된다.


이별을 준비하는 일은 공적이든 사적이든 쉬운 일은 아니리라.

이웃집 드나들듯 가볍게 얘기하며 쿨하게 얘기하는  사람도 있고 심지어 문자로 한마디 날리고 나타나지

않는 사람까지 이별을 대하는 우리의 처신은 다양하다.


나의  공적인 이별방식은 여기에 비하면 아직도  조선시대에 머물고 있다.

과거 4년을 나를 가르쳐준 스승과 이별 할 때는 딴곳에 옮긴다는 말을 못해서,

아니 미안한 맘에 ... 몸이 안좋다는 핑계로 3개월을 쉬기도 했다.바로 옮기면 스승의 마음을

다치게 할까봐서....하지만  그런 감정에서 자유로워진 지금도, 이별의 순간이 다가오면,

어떻게 하면 좋게 이별 할까 ! 궁리를 하면서 ,골머리를 썩는다.


좋게 이별하나, 험한꼴로 이별하나, 이별은 이별이다.

결과론적으로 보면 3개월이 지나면 똑같아진다.

공적인 관계에서   이해관계가 안맞으면 관두는 것이다. 쿨하게......

미안해할 필요가 눈꼽 만큼도 없는데,  아직도 쌓아온 정 의 무개를 의식하며 관계맺음을 이어가고 있으니....

프리렌서에게는 치명적인 약점인 셈 이다.


"정"이라는  사적인 감정이 일에 개입되면 상처라는

꼬리표를 언제나 염두에 두어야한다.

"정" 이라는 꼬리표는 나를 안전하게 보호하는

방패막이 되기도 하지만 그 안에 안주하면,

나를 옭아매는 사슬이 될 수도 있다.

프리렌서로써 나의 위치는 지금 상한가를

달리고 있음에도 , 정이라는 사슬에 묶어

욕심없이  내 자리에만 만족하고 있다.


내가 이 정이라는 사슬에 묶여버린건,

나의 사수의 영향이 크다.

제일처음 일을 배우기 시작 할 때,

재능이 없는 나를  냉정히 내치지 않고,

"정"이라는 사슬로 묵묵히 기다려주면서 가르쳐준

사수의 고마운 마음 때문인지 모른다.

그 사슬이 나를 안전하게 보호히는 믿음을 주었고,

열심히 배우면 된다는 가능성을 심어 주었다.

정 안에는 최소한 내가 버려지는 일은

없을 것 같은 믿음!  그림과함께 "정"이라는  녀석도

함께 배워버린 셈이다.


밀림의 정글같은 프리렌서의 세계에서

정이라는 사슬을 감고서  다행스럽게도  지금까지

따뜻한 사람들과 일하고 있다.

오늘 문득 이런 생각을 한다.

정이라는 사슬이 나의 사회적 약점은

될 수 있으나! 인간적 약점은 될 수 없음을....

상처 좀 받으면 어떤가 !

시간 이라는 아군과 받아들임 이라는 무기가

나를 견디게해서  점점 성숙된 인간으로

깊어지게 만들어 주고 있다.


매거진의 이전글 사랑이 부담으로 다가올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