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껏 많은 화초를 게으름 때문에 죽였다.
제일 오래 키워본 화초가 호야라는 화초이다.
호야는 물만 조금씩 잊지 않고 주면 아주 조금씩 싹을 내며
씩씩하게 자란다.
처음 이 작은 화초를 키울 때 손바닥 만한걸 가져와 서 키웠는데.
몇십 년 동안 참 많이도 컸다. 새 잎이 하나 삐죽 나올 때마다 매일매일 눈길을 주고 신비롭고 기특했다.
어느 날 문득 너무나 잘자라는 녀석을 보니 이 녀석이 나보다 더 오래 살 것만 같았다.
아니면 엄청난 속도로 자라면 어떨까 라는 생각을 해보았다.
갑자기 무서운 생각이 들었다. 나보다 더 오래 살거나 괴물처럼 자라기만 하면
나에게는 아무 가치가 없어졌다. 눈에 보이는 듯 그렇게 조금씩 자라고.
내 마음을 애타게 하면서 그렇게 자라 주어야지 소중하다는 걸 알았다.
관심과 사랑의 손길만큼 딱 그만큼 무심하게 자라는 고마운 화초들에게 이기적 유전자를
가진 인간이 말을 건다.
널 키우기 싫은 날이 오면
땅에 뿌리를 묻고서 난 널 뒷산에 버릴 거야.
널 뒷산에 심으면 넌 얼마나 살 수 있을까?
뒷산에 화초 같은 식물들이 자라는 걸 볼 수 없는 걸 보면
아마도 나처럼 뒷산에다 화초를 버리는 사람들은 별로 없는 것 같다.
넌 그냥 집에서 태어나 자라다. 인간들의 무관심 속에서 서서히 죽는 운명인가 보다.
어느 날부터 내가 물을 주지 않으면 넌 서서히 말라죽겠지....
나도 그렇단다.
스스로를 먹이고 입히고 먹는 것만큼이나 마음도 살피고 먹인단다.
하지만 너와 내가 다른 게 있다면
넌 일정량은 물만 있으면 되는데...
나는 늘 많은 물을 먹어야만 성이 찬단다.
자꾸만 자라는 욕심이라는 어마어마한 가지들을 스스로 쳐내지 않으면
화초가 아니라 잡초가 되어 세상을 뒤덮게 될 것이다. 지금도 거대한 괴물처럼 뻗어가는 가지들은 누군가의
햇빛을 가리고 음지를 만들고 있다.
하지만 작은 빛 하나만 가지고도
음지에서 잘 살고 있는 화초 같은 나!
난
그렇게 매일 물을 먹으면서도 너처럼 푸른 가지 하나 빛나지 않구나.........
인간이 식물이라면 언제 꽃이 필까?
가장 젊은 청춘에 피는 꽃은 꽃이 아니다.
인간은 죽어을 때 가장 고귀한 꽃이 핀다.
생명의 시계가 다 한 그 순간 살아온 모든 날들의 아름다운 순간이
꽃처럼 눈부시게 만개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