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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토끼 Sep 16. 2021

세상에서 가장 외로운 언어

응가맘보어

응가 맘보 어는 독창적 희귀 언어로 100 명정도밖에 안 되는  아프리카 부족의  희귀 언어였다.

어느 날 유명한 대기업 총수가 입사시험 과목에 중요한 채점기준이 될 수 있는 새로운

과목으로

응가 맘보 어를 채택했다.  


유사 이래 한 번도 이런 전례가 없었기 때문에  

교육계는 술렁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총수의 결정은 단호했다.



모든 언론매체들은 1면을 기사로 내면서. 떠들어대기 시작했다.


대기업 총수가 노망이 난 것이 분명하다. 시대를 역행하는 언어를 배우게 해서

창의적이고 합리적인 사고방식을  제한하고 파시즘적인 사고를 함으로써

기업 이기주의와  경제발전에 기여할 인재들에게 혼란을 야기시키고 있다.

도무지  통용되지도 않고 사용하지도 않을  언어를  배워서 무엇에 쓴단 말인가!


이 기사를 본

대기업 총수는  짧게 담화문을 발표했다.



"때로 쓸모없는 것을 공부한다는 것은 하기 싫은 일을 잘할 수 있게 합니다.

버려진 것들을 돌아보게 하는 인성을 기르는 일과도 같습니다.

저는 지금까지 경제발전을 향해 앞으로만 달려오느라  잃어버린 인성을

다시 찾고. 착한 기업의 선두에 서서 인류애를 가진 사람들이 경영하는 기업을 만들고자 합니다.

 모든 관행 속에서만 행해져 왔던 모든 것들을 타파하는 새로운 학문의 길을 만들고 싶습니다.

그 일을 하게 만드는 가장 적합한 공부가 응가 맘보 어를 배우는 일입니다.."



기자들이 벌떼처럼 달려들어 질문을 퍼부었다.


" 도대체 그런 발상은 어디서부터 나온 겁니까?"

" 학생들과 응시생들의 의견을 반영하지 않은 독재적 발상이 아닙니까?

" 이런 발상이 기업 이미지를 실추시킬지에 대한 생각은 해보지 않으신 겁니까?"

총수는 기자들의 질문에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고, 기자회견장을 빠져나갔다.

그리고 얼마 뒤 은둔생활에 들어갔다는 기사들이 신문 1면을 장식했다.


정부는 상위 10위안의 대기업의 이런 입사시험 을  기업의  횡포라고 규정지었다.

하지만  이 기업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응가 맘보 어를 배워야만 했다.



학원에서는 발 빠르게 응가맘보어과를 신설했다. 아프리카로 날아가 원주민을 데려와서

강사로 초빙했다. 취업준비생들은 응가 맘보 어가 신설된 학원으로 몰리기 시작했다.



뚱딴지같은 총수의 결정은 현실화되었다.

2년

응가 맘 보어의 점수가 높은 신입사원들은

회사의 충성도가 높았고 업무능력도 탁월하다는 자체 평가가 내려졌다.

또한 창의력면에서 결코 뒤처지지 않는다는  반응도 따라왔다.

학생들은 응가 맘보 어를 배우는데 열정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눈치를 보던 다른 기업들도 이런 결과에 신기해하면서  응가 맘보 어를

공채시험에 채택했다.



대기업에  취업하기 위해서는


결국  학생들은  응가 맘보 어를

배워야만 했다.

하지만   다른 모든 학생들도 영문을 모른 채

응가 맘보 어를 배워야만 했다.





모든 국공립학교에는 응가맘보어과가 신설되었다.

학자들은 연구논문을 통해서  새로운 연구성과를 발표했다.


응가 맘보 어는   인간의 뇌를 창의적으로 바꾸는 언어체계를 가진

한국어와 영어에 버금가는 독창적이 언어이며 인간의 정서를 순화시키는데

탁월한 발음 체계를 가지고 있다.  


곧이어 과학계에서도 새로운  연구논문을 발표했다.


응가 맘보 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의 뇌에서는 다른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들보다

두배가 넘는 옥시토신과 앤돌핀이 만들어진다.



응가 맘보 어는 한국의 재벌 총수가 입사시험에 채택하면서 한국에서 새로운 언어로 자리잡기 시작했고,

이를 지켜보던 전 세계에서도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아프리카에는 한 번도 가본 적이 없고 응가 맘 보어에 대해

한 번도 접한 적이 없는  총수가 어떻게 이런 새로운 언어를 세상 밖으로 알리게 되었는지

대기업 총수의 결심동기에  대해  궁금증을 가졌다.



하지만 대기업 총수는 깊은 산속에 은둔해서 세상에 모습을 나타내지 않았다.


그리고 몇 년 뒤 그의 사망기사와 함께

그가 마지막으로 남긴 유언이 발표됐다.



나는 모든 걸 가진 사람이다. 나의 저택은 하나의 보물들로 가득 채워져 있었다. 나는 손가락만 까닥하면 내 앞의 모든 인간들이 고개를 숙였다.

그들은 나를 동경한다.  늙고 병든 노인이 아닌 한 인간으로서 그들은 내가 쌓아 올린 수많은 고통의  시간보다 내가 쌓아놓은 돈을 더 가치 있게 여긴다.

나는 외로움을 모르는 존재였다. 나는 돈을 소유함으로써 외로움을 소유해  본 적이 없다.


사람들의 관계도 사고파는 물건처럼 쉬웠다.

나는 타인의 마음을 헤아릴 필요가 없었다. 내가 헤아려봐야 할 것은 단 하나

이익이 되느냐 안되느냐!  나의 이익에 부합하는 것만을 사고하고 내가 쓰는  비용은 나의 왕국의 일원으로 편입해서 나의 가치에 부합하는 사람들에 한해서였다.

어느 날 내 몸 여기저기서 죽음의 그림자들이 드리워지니  외로움만이 나의 소유물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때 우연히 "사라지는 종족"이라는 다큐멘터리를 보았다.

이 세상에서 사라지는 종족들! 그들은 가진 것이 없고 힘이 없어 자신들의 존재가 사라지고 있었다.

하지만 불행해 보이지 않았다.

호화로운  넓은 집 수많은 사람들에 둘러싸여 있었지만,


어느 날 눈 떠 보니

 외로움만이 나의 진짜 소유물이 돼 있었다.

모국어가 사라지는  아프리카 한부족.

그들의 언어가 마지막으로 지켜야 할 그 어떤 가치처럼 감동적이었다.


세상에는 쓸모없는 것들이 하나 없고 쓸모없는 사람이 하나 없는데.... 나는 평생을 이익만을 쫒다가 혼자 외로움에 지쳐 살다가는 인생이 되었다.

그래서 그들의 언어를 배우고 싶어졌다. 응가 맘보 어는 그렇게 내 삶에 마지막 외로움을 달래주는 언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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