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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토끼 Dec 15. 2021

티라미슈

국모

자정이 가까워 오는 시간.

홍대 거리의 멋쟁이 어린 그녀들은

미니스커트 바람사이로

차가움이 살에 스며드는 걸 느끼며

12월의 겨울이 아직은   견딜만하다고 생각하며

걷고 있었다.


벌써부터 따뜻한 기모바지를 꼼꼼히 챙겨 입은 나는

12월의 추위가 포근하다고 느끼며 걷고 있었다.


올해 절친과의 망년회는 홍대 거리에서 했다고 기억될까!

어처구니없게도  집으로 오는 전철 안에서 나는

술을 깨려고 마지막에 들렀던 카페에서 마신 커피와 함께

 딸려 나온 티라미슈 케이크를 생각하고 있었다.

반도 못 먹고 남은 케이크를 생각하고 있었다.

 절친과 나눈 대화들은 벌써 기억조차 나지도 않는데..

반씩이나 남은 티라미슈가 계속 머릿속을 어지럽혔다.


반이나 남은 티라미슈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우리 둘은 카페를 나오면서 티라미슈의 운명 따위 아무런 관심  없었다.

포크로 한입씩 먹을 때 감탄사를 연발했지만

금방 혀에서 싫증이 났다.


다 먹어치우고 올걸..... 남은 케이크를  비닐에다가 넣어서  가져올걸 그랬나!

어째서 요즘 나는 이런 것들이 신경 쓰이는 거지....


남은 음식.

 이런 생각들은 할머니들이 하는 게

아닐까?


그럼 난  무엇을 신경 쓰고 무엇을 생각해야 한단 말인가!


  이 시대 젊은이들이 자신의 안위만

생각하고 점점 보수화되어가는

  냉소주의를 신경 써야 할까!


한나라의 국모가 되겠다는 여자가 대체 무슨 죄를 지었길래   당당하지 못하고 보자기로 얼굴을 가리고 스스로  목덜미를 잡히듯이 끌려가는 쇼를 벌이고 있는 모습에 신경써야할까!

그런 부끄러운  얼굴을 앞으로 얼마나 더 봐야 하는지

미리 신경써야 할까!


아무리  정부가 무능하고 밉더라도 이런 사람과  집단에게 대한민국의 최고권력을 부여하는

사람들에게 신경써야 할까!


오늘 우리가 이른 오후부터 만나서 피터지게 나눈

이념적 이슈들을  곱씹어 봐야 하는가!


아니다. 세상이야 내 의지없이도

잘도 돌아간다.


하지만 단지 한입 입에 넣고 미치도록 달콤해서

감탄사를 연발하고 거들떠보지 않았던 티라미슈 케이크의 반쪽 행방이 궁금해져서

오늘 밤 나는 밤을 설칠지 모른다.


빌어먹을 도대체  이게 뭐람.....


이런 쓸데없는데... 꽂혀서... 근사한 밤을 난  지금쯤  쓰레기통애 처박혀 있을

먹다만 티라미슈 케이크 생각에 애달프다.


음식을 남기지 않고 먹는 것

음식을 버리지 않는 것

스스로의 약속이고

자랑이며 거룩함이다.


음식을 절제할 줄 아는 것 식탐을 부리지 않는 것

몸에 대한 약속이고

사랑이며 예의이다.


쌀 한 톨을  씹 고삼 킬 때


맛을 음미하기보다는

음식을 만든 이의 손길을

쌀 한 톨의 긴 여정 여정을 생각하는 것

혀에 대

책무이며

지혜이고 감사함이다.


음식을 먹을 시간이 그 어떤 시간보다.

집중해야 한다.

그 모든 것들을 헤아려

생명들을 삼키는 거룩한 시간.

느끼고 감사하고

온 마음을 다해야 한다.

후드득 말아서   먹는다는 건

생명들에 대

멸시요 장기들에 대한

무관심이다.


항문이  뇌에게 외친다.

편식이여 그대는

장기들을 전복시키는

약탈자요

찬탈자이다.



너는 지금 무엇을 먹고

무엇을  저장하고

무엇을 내보내는가!


썩어가는 음식들이

독수리의 뱃속에서

피와 살이 되는걸

기억하라.


인간들이 거두는 모든 생명들의

절규를 듣고

세포들은 생기를 얻고 에너지를  만든다.


나는

티라미슈를 생각하며

모든 생명들을  생각하며

그렇게

추모의  눈물을 흘린다.

빌어먹을 이게 겨울밤의 낭만과 무슨 상관이람.

티라미슈 따위가 뭐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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