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만 번의 질문

쉬운 정답들

by 토끼


수천번의 질문
수만 번의 질문
그렇게 매일 질문을
했었다.
수천번의 절망
수만 번의 절망.
그렇게 무너지고 또 일어섰지만 다시 질문했다.
난 왜 늘 같은 실수 같은 두려움 같은 불안을 되풀이하는 걸까!

그 많은 다짐과 , 결심, 깨달음들은 늘 평온 한 일상에서만 적용되었다.
하지만 위기의 순간은 언제나 제자리로 돌아가서 와르르 무너졌다.

또 다시 원점에서 시작해야 했다.
같은 두려움, 같은 불안, 같은 나약함, 같은 좌절, 같은 절망.
그렇지만 또다시

질문하기를 포기하지 않았다. 새로운 질문들이 추가되었다.
이 되풀이되는 나라는 습관 속에 변화되어 요지부동 흔들리지 않는
나를 도대체 단 한 번이라도 만날 수 있는 것일까?

깨달음의 강을 건너온 나룻배가 폭풍이 치고 파도가 삼킬듯한
바다 한가운데 떠 있어도 평온할 수가 있는 그때는 정말
내 인생에 한 번이라도 오는 걸까!

언제나 직면하고 받아들였지만 그렇게 부서지고 쓰러지기만 했었다.
트라우마라고 정의내린 과거의 나는 어쩌면 치유되기 힘든 불치병이라도 함께 가자고

마음 먹었다.
그렇게 받아들이면서도 나다운 나를

포기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또다시 질문을 하고, 남들은 가지 않는 길
하지 않는 생각 , 꿈꾸지 않는 세계, 보지 않으려는 내면을
단 한순간도 쉬지 않고 바라보았다.

세상의 부조리보다 내 안의 부조리에 맞서 견디고 받아들이는 게 힘들다는 걸
뼈저리게 느끼고 있었던 어느 날.

아주 작은 단어 하나가 날향해 질문 했다.


"그래서 뭐?"


그 단어는 너무 쉽고 당연해서 그냥 지나치기 일쑤였고, 또 진부하고,
익숙해진 단어라서 마음에 두지 않았다.

하지만 다시 쓰러져 견디어야 한다고 마음먹고 일어나 고요히 다시 길을 걸어가고 있었다.

그때 그 언어의 질문에 스스로 내 귀를 붙들고 답을 해 주었다.

그래서 지금 오지도 않은 그 시간들을 두려워하고, 걱정하고, 염려해서
너한테 이득이 되는 게 뭐니? 그 걱정들이 너의 문제들을 해결해주니?
어쩌면 넌 지금 이 순간이라는 절대적 진리를 믿으면서 정작 가장 지금 이 순간이
필요한 때가 오면 빛의 속도로 너 자신을 걱정과 염려 두려움이라는
미래 속으로 달려가는 거니? 현재에 머물러 자기 자신의 시간을
살고 싶다고 하면서, 오지도 않은 미래라는 걱정 두려움에게 널 내어주고 마는데?
지금의 너의 두려움 걱정이
너의 손가락 하나 발가락 하나 까딱하는데 도움이라도 준 적이 있니?

이 언어들은 늘 내 뇌리를 오가던 단어였다.
한 순간의 깨달음은
머리를 망치로 얻어맞은 것처럼,.
도끼로 내리치는 것처럼
번개를 맞은 것처럼 그렇게 극적으로 오는 것만은 아니었다.

봄날 땅속에서 아직 채 녹지 않은 얼음들 사이 축축한 마른 잎새들
사이로 올라오는 푸른 새싹처럼 그렇게

신비롭지만 자연스럽고 작게 고개를 내밀고 있었다.

어느새 바다 한가운데 사나운 파도 속에서 노를 젓던 나는
고요해졌다.
그래
나에게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 이런 두려운 생각들은
이제 그만 하자 .

뜻하지 않은 불행의 순간속에서도

도움이 되지 않는 불안한 생각들에 나를 내어주지 말자.

아직 오지도 않은 시간들을 생각하지 말자
이제 그만 멈추자.
그 많은 질문과 질문 사이에 이제 조금 여백을 두고
쉬어가자.

그러자 절망도 좌절도 조금씩 옅여졌다.
질문도 이제 좀 쉬자.
생각도 이제 좀 쉬자.

그때
질문보다

훨씬
더 쉬운 정답같은 이야기들이 마음속으로 쏟아지기 시작했다.








매거진의 이전글재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