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주말이면 산에 오르는 사람이라면 북한산 정상에 오르는 일이 별일 아니겠지만, 한 번도 등산을 해보지 않은 저질 체력을 가진 사람이라면
북한산 인수봉 꼭대기는 도전이고
정상에 선 기분은 감격일 것이다. 힘들게 산 등성이를 한발 한발 오르면서 숨을 고르고,
그렇게 묵묵하게 오르다가 드디어 정상에 올라
아득히 지나온 길을 내려다 보면.
참고 인내했던 시간이 순식간처럼 느껴진다.
딱 한번 산 정상을 올라본 기억만으로도 자신에게 은근한 자부심을 느끼면서 자신감을 느낄 수가 있다.
할 수 없을 거라고 여겼던 일을 해 냈을 때 우리는 성장했다고 여긴다.
그 성장이라는 의미는 개개인마다 차이가 다르겠지만 늘 주말마다 산행을 하는 사람들에게 성장은
이제 북한산이 아닌 히말라야의 안나푸르나쯤은 돼야지 성장이라고 이야기할 것이다.
나에게 성장이 북한산 정상이라면 누군가는 히말라야의 어느 산봉우리에 서있는 걸 의미할지 모른다.
만약 뇌졸중에 걸려서 투병하는 사람이 손가락 하나 겨우 까딱하다가 피나는 재활 훈련으로 과자 하나를 들어 올리는 데 성공하고,
두 다리로 일어서는 일이 생긴다면 ,
어쩌면 그 사람에게 이 험난한 과정은 엄청난 성장의 동력이 된다.
한달간 BTS에 빠져 음악만 들으면서 지냈었다.
내인생에 흔치않은 대박 사건이었다.
그들의 음악을 모두 찾아서 듣고, 그 시너지 효과로 요즘 유행하는 팝 음악을 찾아들었다.
음악은 무료한 시간 잠깐 듣는 휴식이었는데, 눈뜨자마자 하루종일 음악만 듣고 있으니... 내 인생에 또다시 새로운 중독에 빠진 걸 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행복하면 됐지.라고 뭐가 문제야 라고 얘기하다가 이건 좀 심한 거 같은데...라고 생각하다가
먼지가 쌓인 노트를 발견했다. 글을 안 쓴 지가 꽤 오래되었다.
지금 나는 음악에 빠진 것일까? BTS라는 아이돌에 빠진 것일까?
처음에는 그들의 성공신화 앞에 도취되어 아마도 국뽕을 마음껏 누렸었던 것 같다.
전 세계에서 인기를 누리는 bts의 인기를 실감하면서 동영상속 반짝반짝 빛나는 청춘스타들을 보면서 음악적 완성도보다는
우리나라가 이런 날도 있구나! 동시대에 이런 감격적인 순간도 있구나! 하는 감격적인 순간들을 만끽하는 즐거움이 컸었다.
박찬호와, 김연아, 월드컵 4강 진출이 주었던 그런 종류의 즐거움과 같았다.
BTS의 음악을 듣는 내내 솔직하게 내 감정들을 들여다보면 음악적 경의로움보다
그들의 성공이 주는 의미가 더 컸었다. 그들이 성공한 슈퍼스타이기 때문에 자랑스럽고 대견해서 내 마음속에 들어온 것이다.
평범한 그들이 흘린 땀방울이 성공이라는 결과를 얻은 건 어쩌면 우리에게도 할 수 있다는 희망을 안겨 주었는지 모른다.
그들의 음악을 듣는 것만으로 내가 성공한 것 같은 대리만족을 얻는 마음이 깔려 있었다.
그러다가
단순히 듣는 것에서 만족하지 못하고, 음악을 하고 싶다는 욕구가
끓어올랐다. 멜로디를 흥얼거리고, 가사를 끄적거리면서 작곡을 하고, 내 감수성이 음악 안에서 열정으로 끓어오르다가
현실을 파악하고 나니 힘이 빠졌다.
뒷동산도 올라보지 않은 내가
저 멀리 히말라야의 안나푸르나를 바라보면서 오르겠다고 마음을 먹는 것과 같았다.
그러다가 BTS를 향한 나의 팬심이 궁금해졌다. 나는 지금 무엇을 좋아하고, 동경하고 있는 것일까? 그들이 이루어놓은 슈퍼스타라는
인기라는 달콤한 성공 속의 탐스런 열매인가?
"도대체 뭐지?"
나의 내면과 또다시 새로운 탐구를 하기에 아주 좋은 질문이었다.
왜냐하면 나라는 인간의 역사는 한 번도 연예인에게
빠져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이런 기현상은 단지 그들이 슈퍼스타이기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그냥 평범한 아이돌이라도 그랬을까 하는 질문에 잠시 망설이게 했다.
한 여자가 재벌 2세를 사랑하고 나서 자신이 너무 속물인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으로
새삼스럽게 돈이 전부가 아닌 다른 이유를 제벌 2세 에게서 허겁지겁 찾으려는 것처럼 나두 뭔가
다른 이유가 필요했다.
올리라는 영국의 인풀루언서가 있다. 그는 인스타그램 팔로워 수가 31만 명이고 유투버이다.
그는 열렬한 bTS 팬인데. 지난 8년에 걸쳐 bts 멤버인 지민을 닮기 위해 성형수술을 거듭했다.
한화 2억 원 가까이를 들여, 18번의 성형수술을 했다.
자신을 한국인이라고 정의하면서 성형수술 과정을 모두 공개했다. 그이 팬심의 방향을 긍정적으로
보는 사람은 몇이나 될까?
연예인을 좋아하는 이유는 단순하다. 그 사람을 보면 행복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나친 동경과 애정은
자칫 자신의 정체성을 잃어버리기까지 한다.
바로 올리처럼....
누군가를 좋아하는 데는 이유가 필요하지 않다. 하지만 자신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그 이유에 대해 깊이 질문해 보아야 한다.
우리가 좋아하는 그것들이 진짜 나를 건강하게 만들어 줄 것인지
내가 허상에 빠진 게 아니라 나를 더 나답게 만들어 주고, 눈앞에 있는 가치 있는 것들을 내 것으로 챙기고
사랑하고 있는지.... 좋아하고 있는 그 가치가 사라지고 나서도 나만의 충만함으로 남을 수 있는지...
무언가에 빠져 있으면서도 스스로 놓치지 말아야 하는 것들이다.
현실과 이상, 현실과 판타지 괴리 사이에서 늘 감정의 행복을 누릴 수 있는 경계선은 나만의 기준이 늘 우선시되어야 한다.
Bts를 향한 팬심에 답은 딱하나이다.
Bts는 그냥 Bts 그 자체이다.
그들은 자신들만의 음악을 했다.
Bts를 버금가는 뮤지션들은 이 세상에 차고 넘친다.
그들은 남들과 다른 자신들만의 이야기를 하면서 스스로를 성장시킨 아이들이었다. 어른이 되어버린 그들은
지금도 성장이라는 길을 걷고 있다. 그들은 앨범 하나를 발표할 때마다. 음악 안에서 스스로를 변화시키고 있었다.
그들의 음악 안에서 나의 팬심은 그런 한 사람 한 사람을 만난 감격 때문이었다. 그 감격은 음악으로 내 시간들을 채웠었고,
올드팝을 주로 듣던 음악세계에 힙합과 다양한 장르의 음악적 즐거움을 안겨 주었다.
한때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는 시간이 나에게 힐링의 시간을 주었듯이, BTS라는 그룹이 음악적 다양성 새롭게 만끽하고 즐기게 해 주었다.
내가 즐긴 것은 성공이라는 달콤한 열매가 아니라 빛나는 그들의 순수한 아름다움이다.
뇌졸중 후유증으로 이제 겨우 신경을 회복한 사람이 손가락을 기적적으로 움직여 과자를 하나 집어 먹기까지 얼마나 피나는 훈련과
재활을 거쳐왔는지는 자기 자신만이 너무나 잘 알 것이다. 손쉽게 얻어진 결과물이 아니라 피와 땀의 훈련의 과정이다.
그리고 이제 언젠가 걸을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지고 새로운 계획을 세운다.
저질체력을 가진 사람이 북한산을 오르는 것을 도전으로 삼는 것과, 등산으로 단련된 몸을 가진 사람이 안나푸르나를 목표로 세우는 것의
차이는 하늘과 땅 차이일지 모른다.
인간이 성장할 수 있는 이유는 각자 자신에게 맞는 목표와 도전이 있기 때문이다.
자신이 가치 있게 여기는 것들을 만들어가고 지키기 위해서 밝고 아름다운 에너지가 필요하다.
아주 잠깐 한여름밤의 꿈처럼 나는 그 빛나는 에너지를 마음껏 누렸다.
그리고 먼지를 털고 노트를 펼친다.
음표를 달고 멜로디를 읊조리면서 가사를 적는다. 나의 보컬은 어떤 음색을 입힐까?
목소리가 아닌 목안에서 깊은 나의 소리가 작게 울려 퍼진다.
이제 나만의 콘서트가 기다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