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톡방

소속감

by 토끼

작년한해 새로운 단톡방이 4군데가 생겼다. 새로운 사람들과 생긴 단톡방은 2개인데


나머지 2 군데는 뭐지? 기존의 사람들과의

새로운 조합들에다가 과거의 사람들이

또 소환돼서 생겼다.


예전 단톡방과 합쳐보니 10군데 단톡방에 내가 소속돼 있었다.

내가 이렇게나 사회성이 많은 사람이었던가 싶어 고개를 갸우뚱해 보는데... 내 의지로

가입한 단톡방은 3개뿐이었고, 여섯 개는 필요에 의해 소속돼 있었다.

단톡방은 새로운 소식이 있거나 중요한 공지사항을 한 사람씩 연락해야 하는 번거로움을 없애주고,

왠지 모를 소속감을 준다. 하지만 공지의 공간이 아닌 소통의 공간역할을 하기도 한다.


누군가는 공지의 목적으로 올리는 글을 제대로 읽지 않는 사람도 생겨 난다.

예를 들면 10명 정도가 넘는 단톡방에 하나의 전달사항이 뜰 때 한두 명 정도는 읽지 않음의 상태로

계속 있을 때가 있다. 내용을 확인하는 답장을 일일이 써야 하는 중요한 답장도 있지만

중요한 전달사항이 아닌 안부인사의 정도의 수다들도 많다.


수시로 울리는 단톡 알림에 피로감이 올라오기 시작해서 년 초에 고민하다가

결단을 내렸다.


저에게 전달사항이 있으면 개인적인 톡을 부탁드립니다.

라는 말을 남기고 몇몇 단톡방을 나왔다.

카카오톡에는 23년도부터 조용히 나가기 기능이

생겼다.


그렇게 정리된 단톡방이 숫자가 지금은 5군데로 줄었다.


나는 연말인사 명절인사, 하루의 안부를 묻는 인사 그런 걸

잘하지 않는다.


언제부턴가 때때로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 알림과 대화내용을 따라 잡기가 숙제처럼 느낄 때도

종종 있었다.


한때는 그렇게 재미있고 즐거웠던 깨알재미가 숙제처럼 돼버린 이유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오프에서 만나는 사람들 사이에서 하는 단톡방은

직접 얼굴을 대면하고, 만나서 이야기하는 것을 더 선호하고, 마음이 가면 바로

전화해서 목소리를 듣는걸 더 선호하는 편이라서 그런 것 같다.


사실 요즘 일 이외의 단톡방 이외에서 나는 유령 같은 존재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유령이 되면 될수록 편안해지는 이유는 또 뭘까?


온라인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사람들 관심으로부터 멀어지는 게 편안해져서

아무런 피드백이 없는 공간에 혼자 글을 쓰고 올린다.


사람들의 관심으로부터 자유로워지고 싶은 이유 중에는 이런 부분도 있다.


사람들의 관심을 더 뜨겁게

받고 싶은 이중적 욕망이다.


관심이 부담스럽다는 건 관심을 못 받게 됐을 때 오는 부담감이지

진짜 관심이 부담스러운 건 아니다.

타인의 관심으로 먹고사는 연예인이라면 당연히 부담을 가져야 할

부분이다. 그들에게 관심은 바로 돈과 연결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단지 정서적인 관심이라면 타인들의 관심이 좋으면 그냥 좋은 걸로

끝나는 거지 부담이 될 리가 없다. 타자들이 좋아서 가지는 관심에 내가 무언가를

할 필요는 없다.


관심이 부담스러운 건

관심이라는 욕망 안에 어쩌면 기대감을 실어버린 이유인지 모른다.


타인들의 관심에 부담을 가지면 솔직한 글을

쓸 수가 없다.


누군가 내 글을 불편하게 여기면 어떡하지

내 솔직한 마음에 실망하지 않을까,

내 약점이 드러날 텐데....

아직도 아물지 않은 치유의 글이 지겹다고

하는 이들도 있는데...

내 글이 누군가를 가르치려고 하지는 않을까?

늘 같은 주제의 반복이 식상하지 않은가


이런 생각이 글을 방해한다.


내 감정을 솔직하게 쓰는 주관적인 글들을 일기라고 한다.

내 솔직한 날것 그대로의 일기를 타인들에게 있는 그대로 보여 줄 수가 없으니

언어는 은유와 메타포 장르 속에 숨는다.


일기는 정돈되지 않은 감정의 나열들일 뿐이지 정말 솔직한 글이라고 말할 수 없다.


진짜 솔직한 이야기란 있을 수 없다.

스스로도 진짜 내 감정을 모를 때가 많기 때문이다.

세상에 나를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 곳에다가 글을 쓴다고 해도 솔직하기란 힘들다.

사회생활을 하는 인간에게 자기 검열은 언제나 나를 따라다니는 그림자 같은 존재이다.

솔직한 이야기들은 때로 불편하다, 나조차도 불편해서 못쓰는 불편한 이야기를

타인들에게 읽어달라고 할 수는 없다.


" 나는 단톡방에서 하는 이런 형식적이고, 진부한 이야기들이 정말 재미없습니다.

그래서 나가겠습니다." 하고 쓸 수는 없다. 왜냐하면 처음 새로운 만남에서는

이런 형식적이고 재미없는

이야기에도 사람들이 새롭고 좋으면 새롭고 신선해지니까....


단지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릴 뿐이다.

그때는 신선했고, 지금은 좀 지겨울 뿐이다.

그때는 설레었고, 지금은 권태가 왔을 뿐이다.


나는 변덕스럽고, 이랬다 저랬다., 일관성 없는 사람이다. 이것은 솔직하려고 애쓰는 이유 때문이다. 그래서 타인들에게 마음을 들키고, 나한테도 들키고, 이리저리 휘청거린다.

이렇게 변화무쌍한 마음에 순응한다.


이것은 하나의 믿음 때문이다.

나에 대한 믿음

타인에 대한 믿음


내 솔직한 마음이 통하리라는 믿음하나만큼은 변함이 없다.

그래서 나를 위해 글 쓰는 시간만큼은 즐겁다.


단톡방에 유령처럼 가만히 있어도 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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